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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서평

스물두 번째 이야기, 『데이터로 경험을 디자인하라』

스물두 번째 이야기, 『데이터로 경험을 디자인하라』

 지금은 경험의 시대다. 이제 사람들은 ‘물건’을 구매하기보다 ‘의미’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인류 역사상 물질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시대, 선택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필요해서 하게 되는 소비는 최소화되고, 의미와 경험을 위해 하는 소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고객들이 잊지 못할 순간을 경험하도록 만들려면 먼저 그들의 니즈를 찾아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고객들은 어떤 맥락(context)에서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그들은 어떤 라이프를 가지고 있으며 그 안에 어떤 잠재 니즈(unmet needs, 아직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고 충족되지 않은 고객의 잠재 욕구)가 숨어있는지 등 끊임없이 고객을 관찰하고 공감해야만 고객들에게 새로운 의미적 가치를 설계해 줄 수 있다.

 

또한 데이터 기반 고객 경험은 개인화된 경험 설계가 가능하다. 스타벅스 앱에서 결제 카드 자동 충전을 하면 모든 고객이 일괄적으로 아메리카노 쿠폰을 받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주문 이력에 따라 내가 방문하는 시간대에 자주 주문했던 ‘바닐라라테 덜 달게 쿠폰’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고객에게 새로운 의미를 주는 혁신적인 상품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고객 경험은 우리 상품에 대한 고객의 리뷰 데이터를 본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고객의 라이프를 관찰하는 데서 나온다. 성공한 혁신적인 고객 경험들은 우리 머릿속에 있는 수많은 가설과 제품의 기능 개선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생각과 라이프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고객의 라이프를 관찰하면서 이들의 생각을 읽어내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객에게 어떤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줄 것인가 알기 위해 ‘고객을 공감하기 위해 데이터를 읽는 능력’, 그리고 ‘고객의 마음을 읽기 위한 AI 사용법’을 배우고 싶을 때 꼭 한번 이 책 [데이터로 경험을 디자인하라] 차경진 지음, 시크릿하우스, 2022.을 읽어보기 바란다. 이번 서평에서는 고객 경험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의 의미적 설계에 대해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가)  고객의 맥락으로 제품에 의미를 설계하라 – 조명전문 회사 아르테미데의 사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의미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하기보다는 ‘고객의 맥락’에 집중해야 한다.

- 1998년, 이탈리아의 조명 전문 기업 아르테미데는 메타모르포시라는 조명을 출시했다. 메타모르포시는 기존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제공했다. 조명의 원래 의미는 ‘불을 밝히는 용도’다. 그러나 메타모르포시는 사용자의 기분과 니즈에 따라 여러 가지 조명색과 톤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아르테미데는 ‘사람의 기분을 더 좋게 만들고 더 사교적으로 만든다’는 새로운 가치를 갖게 되었다. 단지 불을 밝히는 용도였던 기존 조명의 가치가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새로운 가치로 변화하여, 결국 시장의 패러다임까지 뒤바꾼 혁신적인 제품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 P&G 페브리즈는 냄새를 없애준다는 기능 중심의 마케팅으로 존재감이 없는 상품으로 부진하다가,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교수팀과의 연구 협업으로 제품에 새로운 의미를 더해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상품 중 하나가 되었다. 고객의 청소 맥락에서 청소를 마친 후에 뭔가 축하를 하는 기분으로 페브리즈를 뿌려 집안을 더 ‘향기롭게’ 한다는 의미를 더한 것이다. 단순히 냄새를 없애는 기능으로는 고객의 마음을 사지 못한다. 페브리즈가 나쁜 냄새를 제거한다는 건 여전히 존재하는 하나의 기능이지만, 고객의 청소 맥락에서 찾아낸 ‘청소 후 기분을 좋게 만드는 향’의 의미로 고객들에게 경험적 가치를 제공한 것이다.

- 이와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우리는 단순히 탄산음료를 마시기 위해 코카콜라를 사기도 하지만, 코카콜라의 한정판 패키지에 적혀있는 ‘사랑해’, ‘고마워’ 문구를 사진 찍어서 친구에게 보내거나,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기 위해 코카콜라를 구입하기도 한다. 코카콜라가 갈증을 해소해주는 탄산음료 제품들과 경쟁하기 위해 ‘Share a Coke’ 패키지를 선보인 것이 아니다. 코카콜라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의미를 전달하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낸 것이다.

 

(나)  스타벅스의 고객 경험 설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스타벅스의 사례를 살펴보자. 스타벅스는 커피를 파는 커피 전문점이다. 커피숍이 흔치 않은 시절에는 제품의 본질, 즉 커피의 ‘맛’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 2020년, 스타벅스와 관련된 한 기사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고객 한 명이 여의도에 있는 한 스타벅스 지점에서 커피 300잔을 주문하고 17개의 서머레디백만 들고 갔다는 소식이었다. 스타벅스는 당시 음료 17잔을 구매하면 증정품인 서머레디백을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했는데, 그 고객은 서머레디백을 갖기 위해서 300잔의 커피를 구매한 뒤 증정품인 서머레디백만 들고 간 것이다.

- 이 사건 이후로 스타벅스에는 아침 6시만 되면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7시 개점 시간에 맞춰서 미리 줄을 서야만 각 매장에 딱 10개씩 들어오는 서머레디백을 득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머레디백을 얻기 위해 17잔의 커피와 3개의 스페셜 음료를 마시는 불필요한 소비와 더불어 아침 일찍 일어나 줄을 서는 노력까지 하게 만든 것이다.

 

바야흐로 스타벅스는 ‘스타벅스 굿즈 전성시대’를 만들었다. 과거 사은품에 불과했던 굿즈가 이제는 당당히 주인공이 되고 있다. 맥도날드 키즈 메뉴인 해피밀에서 장난감이 주인공이듯이 스타벅스의 신년 다이어리나 한정판 캠핑 가방을 얻기 위해 사람들은 17잔의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다. 당근마켓에서는 스타벅스 굿즈로 교환할 수 있는 프리퀀시 7장이 10,000원에 팔리고 있다. 그만큼 굿즈를 수집하고 싶은 마음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크다는 것이다. 굿즈 열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실은 ‘커피를 사는 새로운 맥락’을 스타벅스가 고객 경험으로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다.

- 굿즈처럼 다른 목적을 가지고 스타벅스 커피를 사는 고객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여전히 좋은 커피 원두를 구하는 데만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당연하기만 한 사업의 본질에만 집중하다 보면 그 어떠한 고객 경험 혁신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도 열리지 않을 것이다.

스타벅스 상품기획팀이 MD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소비자 니즈와 트렌드이고, 그들이 꼽는 굿즈 완판 비결은 ‘고객’이다. 그들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스타벅스 리뷰’라는 자체 디지털 설문조사를 통해 고객 니즈를 수집하는데, 한 달에 한 번꼴로 진행되는 설문으로 평균 10만 명 정도의 고객 의견을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한 고객 의견을 반영해 탄생한 MD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제주 특화 MD’이다. 제주 스타벅스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MD를 만들어 달라는 고객 요구에 맞춰 관련 상품을 출시한 것이다.

 

2018년 3월 처음 선보인 제주 특화 MD는 출시 첫해 제주 지역 MD 매출을 매장당 약 60% 증가시켰으며, 그다음 해에는 매장당 평균 150% 수준으로 매출을 향상시켰다. 그리고 제주를 찾은 관광객에게 스타벅스는 여행 코스 중 필수 목적지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 이렇게 스타벅스 상품기획팀은 고객이 원하는 굿즈 기획을 위해 고객들이 주말에는 뭘 하는지,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고, 어떤 관심사들이 있는지 동분서주로 뛰어다녔다고 한다. 그러다 우리 고객들이 차박에 열광하는 트렌드가 보이면, 직접 주말에 차박을 하러 가는 것이다. 차박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예쁜 아이템, 예를 들면 예쁜 캠핑 보조 가방이 보이면 이 가방을 만든 회사에 연락한다. 가방에 스타벅스 로고를 넣어 스타벅스 캠핑 굿즈로 출시하기 위해서다. 스타벅스에서 인기 있는 과자와 레몬맛 사탕도 모두 스타벅스가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과자와 사탕 모두 원래 있던 괜찮은 상품들이었고, 이를 스타벅스 상품기획팀이 고객 관점에서 발굴해낸 것이다.

 

스타벅스의 고객 경험 설계는 굿즈와 기프티콘 의미 설계에 그치지 않는다. 스타벅스는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을 수백 개의 페르소나로 정의해서 이들을 위한 공간을 설계했다. 예를 들면 수다족, 카공족, 나홀로족 등을 위해 편안한 의자 배치와 노트북 콘센트 등을 설치했다.

- 단순히 커피를 마시기 위해 매장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수다를 떨기 위해, 혼자 있어도 이상하지 않고 바깥 풍경을 보며 쉬기 위해, 집중해서 공부하기 위해 등등 서로 다른 의미로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맥락에 맞는 음악, 의자, 불빛 등의 공간을 설계해내는 것, 그것이 바로 고객 경험이다. 이런 고객 경험은 스타벅스 고객 한 명 한 명을 한번 구매하고 끝나는 소비자가 아니라 팬으로 만들었고, 이는 곧 지속적인 재방문과 구매 그리고 굿즈와 이모티콘 선물을 통해 다른 고객까지 끌어당기는 힘이 되었다.

 

(다) 고객의 참여로 더해져 가치가 더해져 가는 무신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무신사는 패션이라는 확실한 주제와 취향을 공유하는 하나의 공동체다. 무신사에서는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단순히 구매자의 역할로 남지 않는다. 리뷰를 통해 적극적으로 상품의 품질과 디테일을 홍보하고 알린다.

-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하고 리뷰를 남기는 것이 특별할 게 없는 일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무신사의 리뷰 시스템에는 색다른 점이 있다. 바로 소비자가 구매 후 업로드 할 수 있는 리뷰의 유형을 다양하게 만들어, 제품의 가치 창조에 고객이 일조하게 만드는 것이다.

- 무신사의 리뷰는 해당 상품을 다른 제품과 함께 스타일링하여 전신사진을 찍어 올리는 스타일 리뷰, 소매나 옷감 등 상품 디테일만 찍어 올리는 상품 사진 리뷰, 사진 없이 구매한 제품에 대한 후기 글만 올리는 일반 리뷰까지 총 3종류가 있다. 스타일을 자랑하고 싶은 사람도, 사진까지는 올리고 싶지 않은 사람도 일단 무신사 플랫폼 안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다. 가장 적극적인 참여인 스타일 리뷰는 상대적으로 리워드를 크게 준다. 그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구매 후 작성한 리뷰에 다른 소비자가 댓글을 달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디지털 플랫폼 내에서 고객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 무신사는 브랜드별로 후기를 모아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리뷰 페이지에서 브랜드의 팬들이 모이게 만든다. 팬이 아니더라도 제품에 관심이 있는 잠재 고객이 모여 서로 그 브랜드 제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와 같은 브랜드를 입는 사람들은 주로 어떻게 코디하는지 정보도 얻어간다. 실제로 무신사의 브랜드별 리뷰를 보면 후드티를 구매하고 작성한 리뷰에 함께 스타일링한 바지 정보를 묻는 댓글이 달린다. 무신사에서는 여러 브랜드가 모여있는 플랫폼임에도 불구하고 각 브랜드의 팬들이 모일 수 있는 공동체로서 기능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고, 이는 고객들이 해당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무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라)  에어비앤비 사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에어비앤비 역시 먼저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의 적극적인 참여가 다음 고객의 선택을 불러와서 성공한 사례이다. 고객이 이전 사용자의 생생한 평가를 들었기 때문에 ‘이용할 만한 믿음’이 생긴 것이 핵심이었다.

- 에어비앤비가 만들어낸 고객에 의한 가치는 집을 빌리는 게스트와 집을 빌려주는 호스트가 서로 믿고 집을 빌려줘도 된다는 확신을 만들어주는 ‘상호 평점 방식’으로 구현됐다. 집이라는 재화를 공유하는 것에는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는데, 이는 집을 빌려주는 사람도 빌리는 사람도 똑같이 느끼는 거부감이다.

 

에어비앤비의 상호 평점 방식은 게스트만 호스트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호스트도 게스트를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호스트가 정한 규칙을 지키지 않고 퇴실하거나, 안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호스트도 게스트에게 낮은 별점을 준다. 평점은 에어비앤비 안에서 관리되며, 게스트 입장에서는 평점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좋은 컨디션의 집을 소유한 호스트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호스트 입장에서도 자신의 집에 대한 매력도 상승하는 것을 가시적으로 느끼게 된다. 게스트와 호스트가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에어비앤비라는 플랫폼의 가치를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고객을 위해 이렇게 엄청난 가치들을 만들어 두었으니, 이제 얼른 선택해 달라”는 것이다. 요즘 많은 기업들이 ‘고객 가치 혁신실’이라는 부서를 만들고, 고객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런데 고객은 정말 기업이 자신을 위한 가치를 준비했다고 생각할까?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기업의 큰 착각이다.

- 고객은 애초에 기업이 자신에게 꼭 맞는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기업이 열심히 하는 홍보에도 관심이 없다. 특히 디지털 세대가 관심을 갖는 건 자신이 직접 가치를 만들어낼 때이다.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협력자로서 함께 제품을 성장시키고,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에 더 관심 있어 한다. 우리는 디지털 고객에게 우리 제품에 대한 개입의 기회를 주고 창조의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현재 맞이하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고객은 디지털 세계에서 매우 주도적으로 행동하고,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주체임을 잊지 말자. 그들은 만들어 놓은 가치를 단순히 골라 수용하는 것보다, 직접 참여하고 기여해서 ‘의미’를 만들어갈 때 더 큰 만족감과 동기 부여를 느낀다.

모든 혁신은 고객의 문제를 찾는 것에서 시작한다. 어설프게 메타버스, 블록체인, 빅데이터, 챗봇,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을 추구해봐야 고객을 위한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술 혁신이 디지털 시대에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일상생활 대부분의 니즈가 충족되어 있는 시대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한다고 해도 큰 가치를 만드는 고객 경험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그래서 경영자와 마케터의 가장 큰 역할이 고객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파악해 내는 능력이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문제를 찾는 데에는 데이터 만한 것이 없다. 데이터로 분석을 하다 보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인사이트가 보이고, 기존에는 인식되지 않았던 것들이 문제로 보이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데이터로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에서 ‘데이터에서 풀어야 할 문제를 찾는 조직’으로 변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데이터로 경험을 디자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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