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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읽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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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소정 교수
팬데믹 위험관리와 사회 안전망의 구축
COVID-19은 전 인류에게 불쑥 찾아왔다. 해고되고, 파업하고 쓰러지는 소식들을 들으며 버티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제 이 위기를 넘기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또 이런 일이 생겼을 때 회복탄력성을, 특히 가장 고통 받게 되는 취약계층의 회복탄력성을 어떻게 강화해야 하는가에 관한 고민을 해야만 한다.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어 살고 있는 인류가 개발해낸 가장 대표적인 위험관리 도구 중 하나는 보험이다. 보험을 통해 우리는 위험을 전가하고, 전가된 위험을 모아 위험을 줄여왔다. 보험은 금전적 손실로 인하여 위기에 처했을 때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근간이 되어준다. 하지만 위험을 모아 위험을 줄인다는 원리는 위험 간 상관관계가 낮을 때만 성립된다. 따라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그 손실이 모두에게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팬데믹은 대표적 보험가능하지 않은 위험(uninsurable risk)이다.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의 시대,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는 팬데믹 위험과 관련된 사회안전망은 어떻게 구축되어야 할까. 우선 중소 사업장들에게 외부적 요인으로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하는 기업휴지보험이 장려되어야 하고 고용보험도 진화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팬데믹 위험의 경우 시장에서의 자연스러운 거래는 기대할 수 없으므로 미국의 Terrorism Risk Insurance Act, 프랑스의 the Caisse Centrale de Réassurance와 유사한 형태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의 손실은 민영보험시장에서 감당하고, 광범위한 손실에 대해서는 국가가 위험의 최종 인수자 역할을 하는 민간과 공공의 연합 모델이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최근 미국의 Business Continuity Protection Program 에서 제안한 것과 같은 국가가 운영의 주체인 매우 효율적이고 단순하면서도 직접적 형태의 정부운영 보험 제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고용보험 역시 기존의 시스템과는 다른 특수성을 고려하여 인센티브 문제를 악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현명하게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의 구축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은 바이러스 앞에서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점이다. 바이러스는 인종, 사회적 지위 그 어느 것도 가리지 않는다. 바이러스로 인해 다수가 함께 고통 받고 있으나, 경제적 고통은 저소득층, 중소기업, 저소득 개발도상국 등 취약계층에 더 크다. 하지만 이들은 대체로 준비를 할 여력이 부족하므로 보험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이 노출된 위험의 크기만큼의 보험료를 내고 자발적으로 가입하게 한다면 아마도 가입하지 않을 것이다. 바이러스 앞에서 모두의 빠른 대응과 협력, 회복이 빠른 종식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므로, 취약층을 돕는 것은 곧 모두를 돕는 것이 될 것이다. 팬데믹 보험의 설계에 있어서 국가 내에서의 부의 이전 및 국가간의 공조를 통한 저소득 국가 지원 방안이 함께 논의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팬데믹 위험은 가장 대표적인 보험가능하지 않은 위험이지만, 역설적으로 함께 협력해야만 이겨낼 수 있는 특성으로 인하여, 서로 돕자는 보험의 정신이 가장 필요한 위험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이 위험이 있어서 기존의 틀에서 조금 벗어나 국가간의 공조, 정부, 시장의 협력을 통해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나가야 할 것이다.
Q (기업가센터) 위험 관리는 감염병의 시대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언어 중에 하나라고 봅니다. 위험의 궁극적 담지자로서 국가의 역할을 이해할 때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나, 재난 위험은 홉즈의 리바이어던(Liviathan)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감시 국가의 출연을 불가피하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재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마스크 미착용이나 자발적 격리 의무 위반과 같은 ‘보험가능하지 않는’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감시와 통제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보험을 제공하는 국가와 개인의 자유, 양자간의 대립의 가능성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A (박소정) 감염 위험에 있어서 강한 정부, 국가의 강력한 통제와 개인의 자유의 대립은 피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보험을 국가가 제공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본문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동시대 사람들 사이에 분산하는 것이 어려운 손실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로는 이러한 위험의 경우 손실의 통제와 크기에 국가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험을 최종적으로 담보하는 자가 손실 발생 및 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경우(시장의 위험인수)에 비해 일치할 경우(국가의 위험인수), 국가의 손실통제에 대한 인센티브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의 손실 통제, 감염 예방에 대한 노력들이 개인의 자유의 통제를 더 강화시킬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단, 격리 의무가 주어질 경우, 그것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금전적 손실이 보험금 지급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개인적인 손실이 크지 않을 수 있고, 국가는 국가 전체의 손실을 최소화 시키기 위한 정책을 보다 쉽게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은 바이러스 전파를 줄이기 위해 학원 영업, 유흥업소 영업을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하지만, 영업이 중단될 경우 사업자들에게 그 손실이 고스란히 돌아가기 때문에 장기간 운영중단을 강제하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기업이 국가의 명령으로 휴지해야 할 경우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이 있다면 이러한 문제가 다소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시장에서 이러한 보험이 제공될 경우, 국가는 더욱 손쉽게 영업중지 명령을 장기간 내리게 될 것이고, 이러한 이유로 시장에서는 위험을 인수하는 것이 더 어렵게 됩니다. 유사한 이유로 테러와 관련된 위험도 대부분 최종 위험의 인수를 국가가 하고 있습니다.
Q (기업가센터) 기후 변화와 같은 위험은 보험가능한 위험이라는 보는 통설이 있습니다. 위험 관리 측면에서, 팬데믹과 기후 변화간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박소정) 기후 변화의 경우도 보험가능한 위험과 가능하지 않은 위험의 그 경계에 늘 서있습니다. 아직까지는 민영보험사가 어느 정도 인수하고 있으나,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서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들도 많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의 풍수해 보험과 같은 경우도 민영 보험에서의 위험 인수가 쉽지 않아 민관이 함께 관여하여 보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진이나 테러와 같은 대재해 위험과 달리 팬데믹과 기후 변화는 더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고 보이는데, 그 이유는 이러한 위험은 국지적으로 분산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인류에게 모두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세계적 수준에서의 위험공유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와 팬데믹의 차이는 기후변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나는 변화로 해마다 새로운 모델링을 하면서 조금씩 위험의 분산과 보유 수준을 변화시켜나갈 수 있는 반면 팬데믹은 갑작스럽게 전인류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어 완전히 새로운 위험 공유 체계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측면이 다르다고 생각이 됩니다. 단, 그 성격상 유사한 부분이 많으므로 90년대부터 그 심도와 빈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각종 대재해 사건들과 관련하여 진화하고 있는 위험공유의 체계들을 참고하여 팬데믹 위험관리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재해 위험과 관련하여 국가의 본격적인 개입 및 대재해 채권 등을 활용한 금융시장으로의 위험의 전이나 매개변수 보험을 활용한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위험재무 기법들이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널리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러한 방법들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 바로 본문에서 제시한 BCPP, TRIA 등에 잘 녹아있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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