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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서평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 『중동을 보면 미래경제가 보인다』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 『중동을 보면 미래경제가 보인다』

2023년을 맞이하며 경기불황을 극복할 희망 중 제2의 중동붐을 기대해도 될까? OPEC 창설을 주도했던 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장관 아흐마드 자키 야마니(Ahmed Zaki Yamani)는 석유 시대의 미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석기 시대는 세상에 돌이 없어 끝난 것이 아니다. 
 석유 시대도 오일이 고갈되기 전에 끝날 것이다.”


경제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석유 기반의 경제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중동의 많은 나라는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고, 수십 년 전부터 대비하고 있다. 실제로 테슬라는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로부터 애플 외의 다른 기업들은 누리지 못하는 특혜를 받고 차량 판매를 시작한 걸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UAE 정부가 전기차 관련 인프라 확충에 적극적이다. 중동의 다른 나라 역시 신재생에너지 생산기술과 시설 확충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두바이를 비롯한 중동의 많은 국가와 도시는 석유 시대의 종말을 대비해 머리를 싸매고 다양한 미래 신산업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는 ‘네옴시티’라는 1조 달러(약 1,300조 원) 규모의 미래 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70년대 중동 건설붐 이후 50년 만에 또다시 대규모 수주의 기회가 온 것이다. 우리는 이들의 미래산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한-중동 경제협력의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는 21세기 제2의 중동붐으로 이어질 것이다.

 

 

중동의 나라들은 각자의 주어진 환경에서 나름 최적의 방향으로 경제 다각화와 미래의 먹거리 마련에 힘을 쓰고 있다. 세계 최대 수소 수출국을 꿈꾸는 사우디아라비아, 우주산업과 첨단 제조업을 향한 야심을 가지고 있는 UAE, 탄소포집기술을 통한 고부가가치 친환경 에너지 상품 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카타르, 중동의 금융 중심지를 넘어 세계적인 핀테크 허브를 꿈꾸는 바레인, 제2의 실크로드를 꿈꾸며 초대형 무역 도시 실크시티 건설을 추진하는 쿠웨이트, 관광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신밧드의 나라 오만, 저항경제를 통해 산업 다각화를 이뤄왔지만, 포장이 뜯어지지 않은 선물처럼 미개발 상태에 있는 이란! 중동은 미래 경제의 변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지켜봐야 하는 곳이다.

많은 중동국가들이 있지만, 이번 서평에서는 [중동을 보면 미래 경제가 보인다 : 낙타, 벤츠, 그리고 테슬라] (임성수·손원호 지음, 시그마북스, 2022)에서 월드컵이 열렸던 카타르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도록 하자.

(가) 천연가스 보유 대국 카타르의 미래

카타르는 세계 1위 천연가스 수출국이자 러시아와 이란에 이은 세계 3위의 천연가스 보유국이다. 카타르 GDP는 한국의 10분의 1수준이지만, 인구가 280만 명 정도라서 1인당 GDP는 매우 높다. 그러나 카타르는 재정 수입 중 약 80%가 석유·천연가스 산업에서 나올 정도로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이는 산유국의 만성적인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타르는 2000년대 중반 이후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나라 중 하나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도 1960년대 중반부터 1990년 초반까지 평균 경제성장률 10%를 넘지 못했는데, 카타르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평균 경제성장률이 무려 13%를 상회했다.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카타르가 장기간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한 배경에는 일반적으로 LNG라고 부르는 액화천연가스가 존재한다. 천연가스 생산 대국인 카타르가 천연가스를 액화천연가스로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여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대기압에서 영하 162도로 냉각하여 액화시킨 LNG는 기체 상태 대비 600분의 1로 부피가 줄어 저장 및 수소에 유리하다. 같은 양의 천연가스라도 LNG가 상품 가치가 더 높기에 GDP 규모가 커짐과 동시에 경제성장률도 높아질 수 있었던 것이다.

단, LNG의 생산을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필수 조건인데, 이러한 투자를 하려면 그만큼의 수요가 필요하다. 때마침 1990년대 초, 공급자 우위의 시장으로 돌아선 LNG 시장의 기회를 카타르가 잘 포착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스페인, 대만, 미국 외에도 LNG 수입이 급증하게 된 한국과 일본 같은 국가들이 증가하고 있음을 간파한 카타르는 세계 최대 단일 가스전인 북부 가스전(North Field)에 엄청난 투자를 단행했다.

 

 

천연가스 같은 자원은 ‘규모의 경제’ 원칙이 적용되는 대표적 분야이기 때문에,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평균 생산 비용은 낮아지고 그만큼 진입장벽은 높아지게 된다. 결국 카타르는 LNG 부문에 대한 천문학적 투자의 결실로 2010년대 초까지 연간 7,300만 톤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으며, 세계 최대 LNG 공급자로서 독과점적 지위까지 누리게 되었다. 현재도 카타르는 세계 천연가스 생산국 중 가장 낮은 생산단가를 자랑하고 있다. 사실 LNG를 생산하기 전인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카타르의 1인당 GDP는 일반적인 중동 산유국 수준인 2만 달러 정도였다. 그러다가 약 10년이 지난 2012년에는 1인당 GDP가 8만 5천 달러를 넘겼다. LNG의 경제부양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카타르의 천연가스에 대한 야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유럽의 다국적 기업 로열더치셸(Royal Dutch-Shell, 지금의 셸)과 합작으로 LNG보다 부가가치가 훨씬 높은 제트 연료(Jet fuel)를 세계 최초로 생산했다. 제트 연료는 ‘천연가스 액화 정제시설’(GTL, Gas to Liquid)을 통해 생산된다. 제트 연료는 액화석유가스와 기존의 석유 기반 등유(kerosene)를 50:50 비율로 합성하여 만든 대체 연료다. 기존 연료에 비해 대기오염 유발 물질 함량이 낮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석탄의 절반, 석유와 비교해도 70% 수준으로 굉장히 낮아 친환경 연료로 각광받고 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LNG에 비해 운송이 용이하고 안정성도 높아 카타르의 국영 항공사 카타르항공도 2012년부터 GTL로 만든 제트 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실 GTL 방식은 천연가스를 액화한다는 점에서 LNG 생산 방식과 유사하다. 하지만 천연가스를 고압상태로 처리하여 액체의 상태로 변화시키는 LNG 방식과 달리, GTL 방식은 화학반응을 통해 가스를 아예 액체 상태의 석유 제품으로 만든다. 즉 일반적인 천연가스를 산업 전반에 걸쳐 활용되는 고부가가치 액상 석유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LNG 생산 방식보다 훨씬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나) 코로나19에도 카타르가 끄떡없는 이유 -LNG

카타르는 다른 국가들이 감히 천연가스 대국의 자리를 넘볼 수 없도록 기존의 연 생산량 7,700만 톤을 향후 수년 내에 1.2억 톤 정도까지 증가시킬 계획을 세웠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목표 생산량을 살짝 낮추었지만, 우선적으로 1억 1천만 톤 규모의 추가 생산시설을 2025년까지 완공하기로 했다. 이러한 LNG 증산 프로젝트에 따라 카타르는 추후 관련 기자재뿐 아니라 LNG 운반선의 도입도 필요할 것이다. 이는 한국 조선업계에도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미 2020년 카타르에너지공사(QE)와 한국 기업 조선사 3사(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간 LNG선 100척 슬롯 계약 체결이 성사되었다. 슬롯 계약은 새 선박용 도크, 즉 건조 공간을 미리 선점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드디어 2022년 상반기, 카타르가 34척을 발주했고, 이 중에서 30척을 대우조선해양(4척), 한국조선해양(10척), 삼성중공업(16척)이 휩쓸었다.

LNG 증산 계획이 차질 없이 실현된다면, 카타르는 천연가스 수출 대국으로서 입지를 더욱 탄탄히 할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로 급락했던 천연가스 가격이 2020년 들어 회복세를 기록하고 있다. 2021년 9월 9일 기준으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7년 만에 5달러 선을 돌파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는 천연가스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2022년 6월에는 9달러를 넘기기도 했는데, 이후로는 5달러와 9달러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물론 이러한 가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LNG 사업 확장을 꾀하는 카타르가 높아진 천연가스 가격의 대표적인 수혜자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다) 카타르 디지털화 프로젝트, 타스무

카타르의 국가 발전 전략 중 한국 투자자들이 눈여겨볼 사업이 하나 있다. 카타르 교통 통신부(MoTC, Ministry of Transport and Communications) 주관으로 추진되고 있는 국가 디지털화 프로그램인 타스무(TASMU Smart Qatar Program)다. 타스무는 2017년 카타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핵심 성장 전략으로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국가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약 16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5대 분야(교통, 물류, 환경, 헬스케어, 스포츠), 107개 유망 정보통신기술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추진하는 중이다.

물론 현재 카타르 GDP 중 ICT 산업 비중은 1.4%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경제포럼(WEF) 글로벌경쟁력지수에 따른 2019년 카타르 ICT 보급률은 세계에서 8위다.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더 높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카타르는 앞으로 ICT 강국인 한국을 더욱 필요로 할 것이고, 한국 기업들은 카타르에서 협력 사업을 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다음은 타스무의 5대 주요 스마트 전략 분야를 살펴본 것이다.

 

 


①  스마트 운송
카타르는 인구 증가에 따른 교통 인프라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도로 건설 및 개보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시에, 타스무 프로그램을 통해 스마트 운송(Smart Transpot) 관련 25개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여행정보 수집의 간편화, 이동 및 대중교통 접근성 강화·간편화·안전화가 있다. 카타르가 추진 중인 몇 가지 대표적인 사업을 보자. 모바일앱이나 택시 내 스크린을 통한 여행 정보 제공, 스마트 파킹(Smart Parking), 지능형 교통 표지판(Digital Road Signage), 스마트 택시(Smart Taxi), 실시간 교통정보(Intelligent Road Signage), 스마트 차량 모니터링(Smart vehicle monitoring), 장애인, 임산부, 노약자를 배려한 특별 교통 서비스 제공 등이 있다.

②  스마트 물류
카타르는 다양한 원자재 및 상품 시장의 수요·공급 관련 정보, 운송 및 배송 정보, 해외 공급망 정보를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전산화와 함께 물류 업계의 자동화도 추진하고 있다(Smart Logistics). 드론을 통한 배송뿐 아니라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쇼핑몰을 통해 온라인으로 미리 상품을 선택하고, 지정된 시간과 장소에서 간편하게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쇼핑 문화도 시도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 트랙킹 시스템을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 공급망에서 보다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대처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카타르는 최근 주변 국가들과의 분쟁을 경험하고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글로벌 공급망 트랙킹 시스템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③  스마트 환경
카타르 정부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 환경(Smart Environment) 계획을 추진 중이다. 식량 안보를 확보하고 에너지 절약을 통해 기후 변화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스마트 환경 틀 내에서 구체적인 계획들을 세우고 있다. 예를 들어 식량 자원의 국내 수요와 공급 및 해외로부터의 수입량을 전산화하여 향후 식량 안보 추세를 실시간으로 분석·대응하고 있다. 또한 도심 고층 건물을 일종의 농경지로 활용하는 수직농장(vertical farming)을 통해, 면적이 좁은 농장에서도 효율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자동화된 생산 방식을 활용해 농산물 재배와 생산이 가능토록 연구 중이다. 여기에 태양에너지 활용, 스마트 빌딩화 등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④  스마트 헬스케어
OECD 회원국들에 비해 현저히 뒤처진 의료 시설 및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 카타르 정부는 스마트 헬스케어(Smart Healthcare) 계획을 추진 중이다. 부족한 병상 수와 의료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상 진료와 이동식 진료소 및 디지털 자가 진단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특히 노인들을 위한 디지털 간호사 서비스뿐 아니라, 스마트 앰뷸런스로 응급환자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응급 시설로 이동시킬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또한 카타르 거주민들의 개인 건강정보를 국가가 일괄적으로 전산화 및 관리하면서, 민간-공공 의료기관 간 원활한 정보 공유를 통해 더욱 효과적인 건강관리가 가능하게 하고 있다. 고급 의료 시설과 충분한 의료 인력 확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카타르의 스마트 헬스케어 계획은 매우 시의적절한 전략이라 볼 수 있다.

⑤  스마트 스포츠
카타르 정부는 국민 체육 활동을 증진시킬 뿐 아니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등 국제 스포츠 행사에도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스포츠(Smart Sports)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예를 들면 스포츠 경기장 스마트화를 통해 운동경기 관람과 경기장 내 소비활동을 간편화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또한 생활체육의 증진을 위해 체육 관련 시스템을 디지털화하고, 전문 체육인 양성을 더욱 효율적·체계적으로 하기 위한 시스템과 정보를 전산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각 학교 또는 스포츠 클럽별로 코치와 체육교사들이 카타르 선수 양성 프로그램(Qatar’s National Athlete Development Program) 사이트에서 소속 스포츠 영재 개개인의 정보를 입력하여, 체계적인 스포츠 영재 관리가 가능하게 하고 있다.

월드컵을 개최한 중동 부자로만 생각했던 카타르, 부의 원천인 LNG를 바탕으로 스마트 국가를 기획하고 있다. 카타르를 비롯해 많은 중동국가에의 진출을 통해 제2의 중동붐을 열어야 할 우리는 우리가 가진 어떤 기술을 접목시켜 시장을 개척할 것인지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중동의 나라들이 경제 다각화를 통해 미래의 먹거리 마련에 힘쓰는지 알고 제2의 중동붐을 만들고 싶을 때, 꼭 한 번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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