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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서평

스물여덟 번째 이야기 『고객의 탄생』

스물여덟 번째 이야기 『고객의 탄생』

* 최근 1~2년 사이 우리에게는 큰 변화가 찾아왔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속도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그 결과 사람들은 비대면 서비스의 편리함과 효율성을 경험하고 있다.

- 그런데 언택트 경험이 늘어날수록 디지털 기술의 한계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너무 디지털 기술에만 의존하게 되면서 인간적 공감과 따뜻한 체온으로 스킨십하는 휴먼 터치의 감성이 더욱 그리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디지털 패러독스’(Digital Paradox) 현상이다.

이 말은 첨단 기술과 언택트 상황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사람의 따뜻한 감성에 대한 터치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시대에 대체 불가능한 새로운 서비스 경쟁력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로봇과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의 영역이다. 바로 사랑하고, 감탄하고, 공감하고, 위안을 얻는 영역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다시 한번 ‘서비스’와 ‘고객’이 탄생한다.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석좌교수이신 이유재 교수가 [고객의 탄생](한국표준협회미디어, 2023)에서 고객가치와 고객 만족을 위해 제시한 고객 관리의 비법 3가지를 서평에서 살펴보자.

(가) 고객처럼 생각하라 - ‘고생하라’

* 흔히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라면서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강조한다. 저자 이유재 교수는 종종 ‘고생’을 하라고 말한다. 젊어서는 사서도 하라는 고생(苦生)이 아니다. ‘고객처럼 생각하라’는 의미다. 자기 입장이 아니라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 고객처럼 생각하려면 고객의 신발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저자 이유재 교수가 재미있게 본 카툰 내용을 소개한다. 한 사람이 신발을 신으려고 열심히 애쓰는데 들어가지 않아 끙끙거리고 있다. 안타깝게 지켜보던 직원이 참다못해 한마디 던진다.

“손님, 다른 신발을 신으려면 당신 신발은 벗어야 하지요.”
- 그렇다. 남의 신발을 신으려면 우선 내 신발을 벗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두 마리 개(犬, 견)를 키우고 있다고 한다. 편견(犬)과 선입견(犬). 편견과 선입견이 내가 신고 있는 신발이다. 편견과 선입견을 버려야 온전히 남의 입장에서 세상을 볼 수 있다.

* 게다가 그 누구도 ‘지식의 저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식의 저주’는 자신에게는 익숙한 것이라서 다른 사람들도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데서 발생하는 문제다. 한 업종에서 오래 근무해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지식의 저주’에 빠지기 쉽다. 자신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것이기 때문에 상대하는 고객도 알고 있을 것으로 착각한다. 내게는 익숙한 것이 고객에게는 낯설게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기 때문이다.

* 그래서 나온 방법이 수상한 노인 기법이다. 한 노인이 미국과 캐나다의 크고 작은 도시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은 지팡이와 보행기에 의존했다. 어느 날은 아주 건강하게 활동했다. 어느 날은 부랑자 모습을 했다. 이 노인은 도대체 누구일까?

- 그녀는 당시 26세의 제품 디자이너, 패트리샤 무어였다. 그녀는 노인을 비롯해 모든 사람에게 편리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관찰과 설문조사만으로 노인들의 불편함을 알기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접 노인이 되어 살아 보기로 했다.

- 그녀는 TV 프로그램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도움을 받아 80대 노인으로 분장했다. 다양한 노인의 삶을 위해 노숙자, 귀부인 등 9명의 모습으로 분장했다. 눈에는 도수가 안 맞는 안경을 썼다. 귀에는 솜을 넣었다. 철제 보조기를 이용해 걸음걸이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3년 동안 100여 개 도시를 홀로 돌아다니며 모든 것을 기록했다.

- 이 과정에서 그녀는 노인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 깨닫게 됐다. 평소엔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던 곳이 노인 걸음으로는 1시간 이상 소요됐다.

- 버스는 타기에 너무 높았다. 보행 신호등은 노인 걸음으로 건너기에는 너무 빨리 바뀌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과 상점 문을 여닫는 것도 사람들의 도움이 없이는 할 수 없었다. 보통 사람은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노인에게는 얼마나 불편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 이렇게 노인의 삶을 체험한 덕분에 모두에게 편리한 제품을 발명할 수 있었다. 소리 나는 주전자, 출입문에 계단이 없는 저상버스, 손쉽게 감자를 손질할 수 있는 일자형 감자칼 등이다. 이 물건들은 당시 그야말로 혁신 그 자체였다. 성별, 연령,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들이다.

 

(나) 우유 엎지르고 나서… 서비스 회복 패러독스

* 고객과 공동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언제든지 실패가 일어날 수 있다. 100% 완벽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객만족을 확보하고 부정적인 입소문을 막기 위해서는 서비스 회복이 필요하다.

- 서비스 회복(service recovery)이란 실패로 인한 문제를 바로잡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 그런데 여기서 서비스 회복 패러독스(service recovery paradox)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 회복 패러독스란 실패가 잘 회복된 경우 애당초 실패가 없었던 경우보다도 오히려 더 높은 고객만족과 로열티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실패가 있었더라도 회복을 잘 하면 고객의 불만을 줄이는 것은 물론 로열티까지도 높이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저자 이유재 교수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고객을 ‘물에 빠진 사람’이나 ‘몸이 아픈 환자’에 비유한다.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그 때 손을 뻗어 도와준 사람에 대해 무척 고마워할 것이다. 몸이 아픈 환자로 의사나 가족의 따뜻한 한마디에 큰 위안을 얻는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다’(A friend in need is a friend, indeed)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슬픔이나 고통을 함께 하면 더 고맙고 더 오래 가슴에 남는다.

* 스포츠 경기도 마찬가지다.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 선수가 보여준 맨발 투혼 샷을 기억해 보자. 연장전 18번홀에서 공이 해저드에 빠지자 맨발로 연못에 들어가 날린 샷은 아직도 팬들의 마음에 생생하다. 당시 IMF 외환위기로 실의와 절망에 빠져있던 국민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준 것은 물론이다. 박세리도 자신의 골프 인생 최고의 한 방으로 꼽는다. 또 1:3으로 다 꺼져가던 대한민국 올림픽 야구팀이 9회말 2사에서 끝내기 안타로 역전했던 경기도 기억해보자. 인생이든 스포츠 경기이든, 고통에는 역전드라마의 감동이 숨겨져 있다.

* 그래서 우유 관련 속담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우유 엎지르고 나서 그 다음이 중요하다.”

* 그런데 중요한 것은 서비스 회복에도 고객을 참여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서비스 회복을 기업이나 직원의 일로 간주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객 스스로 기술과 지식을 동원하여 실패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노트북이 망가졌을 때 다짜고짜 서비스 센터를 찾는 고객이 다수였다. 이제는 우선 사용자 매뉴얼을 살펴보고 스스로 노트북의 상태를 점검하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고객 참여가 서비스 회복 과정에까지 확장되는 것이다.

* 고객이 참여하는 회복의 이점은 무엇일까? 고객이 서비스 회복에 참여하게 되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게 되고, 이에 따라 향후 공동으로 가치를 창출할 능력이 향상된다. 고객은 자신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추가적인 지식과 능력을 배양하게 된다. 게다가 고객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공을 들이고 마침내 만족스러운 회복 결과를 달성하면 성취감과 자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회복 과정에 관여하는 자체를 통해 얻는 기쁨이 총체적으로 증진된다.

- 그렇다면 고객이 참여하는 회복이 왜 중요할까?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전통적인 상황에서는 기업이 가치를 창출하고 고객은 그것을 받는 관계가 전제되었다. 따라서 모든 실패의 책임이 기업에 있었다. 기업의 잘못이니 고객을 끌어들일 이유도 없었고 고객을 서비스 회복과정에 동참시키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애초에 기업과 고객이 공동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관계라면 실패가 일어났을 때 기업이 독자적으로 회복하려는 행위가 도리어 고객의 권한과 가치 창출에 대한 자신감에 상처를 줄 수 있다. 기업이 진정으로 고객을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서비스 회복 과정에 고객을 동참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 둘째, 고객이 참여하는 회복이 기업 주도적 회복에 비해 대응 속도 측면에서 월등하기 때문이다. 고객과 기업이 함께 가치를 창출하는 경우, 기업이 독자적으로 실패의 원인을 규명하고 시기적절하게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고객 스스로 또는 기업과 공동으로 회복 노력을 기울이면 시기적절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 헤어짐이 최선일 때도 있다 : 불량고객

* 불량고객에 대응하는 것은 감기와 비슷하다. 직원 만족도는 몸 상태, 감기약은 관리자의 중재로 볼 수 있다. 감기약을 먹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몸 상태는 좋아진다. 그러나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감기를 예방하는 것이다. 직원을 위한 최고의 중재는 불량행동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예컨대 불량행동에 대해 경고하는 메시지를 현장에 게시하거나, 법적 조처를 할 수 있음을 웹 페이지에 공지할 수 있다. 불량고객의 리스트를 작성해 모든 구성원이 공유하고 활용하면 애초에 불량고객을 피할 수 있다. 회원제 서비스의 경우 기존 회원들의 추천을 받아 신규 회원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예방 조처가 활성화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 서비스 비중이 전체 산업의 70%에 달하는 오늘날, 불량고객이 성행하는 것이 어찌 보면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선 직원들이 모든 부담을 져야 한다면 장차 접점에서 웃으며 일하는 직원들이 모두 사라질지도 모른다.

- 따라서 관리자는 불량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직원들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내부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최종적으로 일반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가 집중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불량고객 대처. 때로는 관리자가 나서야 한다.

* 2007년 미국 스프린트(Sprint)사는 천여 명의 고객에게 서비스 중지를 통보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대상은 이상한 행동을 보인 고객이다. 시도 때도 없이 업무를 방해하는 고객, 상습적으로 직원을 모욕하는 고객, 해결된 문제에 대해서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고객, 다른 고객 정보를 불법적으로 요구하는 고객 등이다. 이처럼 악의적으로 부당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주위에 피해를 주는 고객을 불량고객이라고 부른다.

- 2013년 LA행 대한항공 A380기에서 발생한 사건도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비즈니스석 승객이던 P사 왕 상무는 기내 주방 갤리에 난입해 들고 있던 책 모서리로 승무원의 눈두덩이를 내리찍었다. ‘라면이 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갖가지 트집을 잡으며 그가 받아낸 세 번째 라면에는 수프가 고작 반만 들어가 있었다. 미국 땅에서 그를 맞이한 건 FBI.

“기내 승무원 폭행은 테러행위다. 입국 수속 후 구속 수사를 받아라. 아니면 입국을 포기하고 그냥 귀국하라.”

- 이에 울며 겨자 먹기로 되돌아온 그는 보직해임을 당했다. 그리고 라면 봉지에 “매운 싸다구 맛과 개념 無첨가” 등 문구가 추가된 조롱 섞인 패러디물이 등장하며 널리 회자된다. 이 사건은 그동안 쉬쉬하던 불량고객 문제를 사회적으로 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 이런 경우 때로는 헤어짐이 최선일 때도 있다. 물론 기업이 고객과의 관계를 청산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매출액 같은 이유 때문에 상대가 불량고객이라 해도 관계를 끝내지 못한다. 그래서 기업과 고객이 ‘불행한 결혼생활’을 계속하면서 서로 고통을 받는 것이다.

- 그러나 고객과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현저히 다르거나 고객이 기업이나 다른 고객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경우 헤어지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회사들은 운전자나 호스트들이 고객을 평가하고 평점을 남길 수 있다. 여러 차례 나쁜 평가를 받은 고객은 서비스 사용이 제한되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 비록 고객과 헤어질 결심을 했더라도 ‘아름다운 이별’을 해야 한다. 위에서 얘기한 스프린트사의 경우 6개월간의 내부 심사를 통해 퇴출할 고객을 신중하게 결정했다. 그리고는 서비스 정지 한 달 이전에 미리 통보하고 마지막 1개월 요금은 면제하고 조기 해지에 따른 벌금도 면제했다. 그리고 다른 회사 가입을 안내해주며 도와주는 등 최대한 정중하게 진행했다.

- 살다 보면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복이다. 이상한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도 복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이상한 사람을 만났을 때는 제대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과 고객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불량고객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

- 갑자기 김건모의 노래 두곡이 떠오른다. ‘잘못된 만남’과 ‘아름다운 이별’이.

 

(라) 결론

* 결론적으로 고객 관리의 목표는 서비스 품질 향상을 통한 고객가치와 고객 만족의 증대이다.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인하여 얻는 성과는 기업, 고객, 사회 측면에서 볼 수 있다. 기업이 얻는 성과는 글로벌 경쟁력과 고객충성도 제고를 통한 이익과 기업가치 증대라는 경제적 기여다. 고객 측면의 성과는 고객을 만족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며 전반적 웰빙을 증진하는 사회적 기여가 된다. 즉 서비스품질은 기업, 고객, 사회가 모두 상생할 수 있게 하는 연결고리다.

우리 조직의 서비스 품질은 어느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가?
우리의 고객은 서비스 품질을 통해 재탄생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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