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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번째 이야기 『2025 트렌드 모니터』
서른다섯 번째 이야기 『2025 트렌드 모니터』
이번 CEO서평 2024년 12월호의 주제는 [2025 소비자 트렌드]이다. 2025년은 을사(乙巳)년 푸른 뱀띠 해다.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에 따르면 뱀은 배(腹)와 움(動)이 합쳐진 말로, 배로 움직이는 동물이라는 뜻이다. 뱀은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동물이다. 자기 몸이 커지면 허물을 벗고, 날이 추워지면 동면을 한다. 이런 특성은 환경 변화가 상수가 된 현대사회를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트렌드가 격변하는 시대에 죽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환경 적응과 자기 혁신, 이 두 가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즉, 껍질을 벗는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늘 성장해 나가야 하고, 추워지면 추워지는 대로 더워지면 더워지는 대로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무엇보다 적응과 혁신을 실천하기 위한 첫 단계는 환경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보기와 다르게 뱀은 매우 발달한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다. 뱀은 후각이 예민하다. 혀를 날름거리는 이유는 먹이의 냄새를 수집하기 위한 것이다. 열을 감지할 수도 있고 미세한 땅의 진동이나 세밀한 공기의 흐름을 느껴 먹이의 존재를 파악할 수도 있다. 뱀의 눈은 크고 무서운데 이 역시 어둠 속에서도 먹이를 잘 볼 수 있도록 눈동자가 발달한 탓이다. 한 마디로 감각기관을 총동원해 환경 변화를 감지하고 먹이를 찾아내는 능력이 뱀의 비범함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응이 어려운 격변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감각과 직관을 총동원해 변화를 감지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탐색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뱀이 가진 예민한 감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녹록지 않은 2025년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뱀(snake)처럼 섬세한 감각(sense)이 필요하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나타나는 소비 트렌드 변화를 생활, 직장, 문화의 분야에서 민감하게 찾아내야 한다. [2025 트렌드 모니터] (최인수·윤덕환·채선애·이진아·최다솔 지음, 시크릿하우스, 2024)에서 소비자 시장의 변화 예측을 함께 읽어보자.
1. 지금은 중간 없는 양극화된 소비시장의 시대
* 직장인들의 점심값이 ‘평균 1만 원’ 시대를 열었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이제는 어딜 가나 1만 원 미만의 식사 메뉴를 찾기 힘들어졌다. 발품을 팔아 저렴한 밥집을 찾아다니기는 덥고, 춥고, 귀찮고, 바쁘다. 그렇다면 가장 만만한 선택은 편의점이다. 편의점 점포수가 너무 많아져 포화 상태라는 지적도 있지만,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고물가 시대에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가장 편리한 선택지다.
-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의 2024년 7월 발표에 의하면, 편의점 이용 경험률(20.5% 증가), 이용 금액(22.6% 증가)은 모두 3년 전보다 높아졌는데, 자주 사는 상품은 음료(31.1%), 간편 식사류(26.6%) 등이었다. 또한, 2024년 4월 GS리테일이 발표한 편의점 분석 자료에 따르면, 고물가의 영향으로 식비를 줄이려는 2030세대들은 편의점마다 차이는 있지만, GS25의 경우 소비 기한 마감이 임박한 상품을 최대 45%까지 저렴하게 판매하는데, 마감 상품 구매자 중 20대와 30대가 전체 구매자의 7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20대 38%, 30대 34%).
- 이와 유사하게 일상에서의 지출을 더욱 아끼려는 태도는 커피시장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마크로밀 엠브레인 패널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최근 불황의 영향으로 커피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프랜차이즈의 경우 이용률이 감소하고 있는 반면 저가 커피 브랜드는 2022년 동기 대비 21.3% 증가세를 보이는 등 그야말로 ‘저가 커피’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저가 커피 비용까지도 더 줄이려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90원짜리 카페인 알약이 등장하기도 했다. 200개 1통에 1만 8000원인 이 알약은 1알에 90원 수준이며, 1만 원으로 커피 110잔을 소비할 수 있는 극강의 가성비 제품이다.
* 반대로 LG 전자에서는 ‘하이드로 파워’라는 가습기가 출시되었는데, 이 제품은 출고가가 139만 원으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5만 원대의 일반 가습기 가격보다 30배 가까이 높다. 그럼에도 출시된 이후 1개월 만에 1만 대가 완판되는 등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같은 맥락에서 2024년 추석 명절에는 ‘7억 와인 세트’와 ‘3만 원짜리 스팸 세트’가 경쟁한다는 뉴스도 등장했다.
- 이렇게 양극화되고 있는 현상은 2023년에 이어 유통업계, 커피시장, 선물시장, 키즈시장 등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지금 소비시장은 초고가의 하이엔드 시장과 극강의 가성비가 강조되는 시장으로 나뉘고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현재 이 양극단의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집단도 2개의 문화로 양분되고 있었다.
* 고물가,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대중 소비자들의 소비생활과 인간관계가 양극단으로 갈라지고 있다. 이 배경에는 인간관계의 범위가 축소되고 있는 최근의 트렌드가 크게 작용한다.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들과 덜 만나고, 안 만난다.
2. 새로운 경험 마케팅의 등장
* 대부분의 소비자는 적절한 즐거움을 느끼고, 가치 있는 경험이 가능하며, 스스로 진정성을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험의 내용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더욱 확고해질 가능성이 높다.
- 최근 한국 사회에 2030세대를 중심으로 ‘달리기’가 참 핫했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러닝 크루’ 만들기가 유행하고, 퇴근 후 여럿이 모여 도심 속을 달리는 ‘시티 러너’ 열풍이 불면서 러닝족은 더욱더 늘어나고 있다. 과정은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완주 후 성취감과 기쁨의 크기가 크다는 것이 이유다. 덩달아 러닝화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 2024년 7월 초 무신사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러닝화 관련 키워드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으며, 러닝화가 포함된 운동화 카테고리의 거래액은 4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러닝의 인기는 마라톤에 대한 폭발적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4년 3월 인천에서 열린 ‘2024 Run your way HALF RACE INCHEON’ 대회는 접수 시작 4분 만에, 2025년 동아마라톤 대회는 10분 만에 조기 마감되는 등 마라톤 대회 참가 접수가 마치 유명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 정식 마라톤뿐만 아니라 ‘우아한형제들’이 주최한 5km 이색 마라톤 ‘장보기 오픈런’ 역시 1분 만에 티켓이 매진될 정도로 그 열기가 뜨거웠다. 전문가들은 시간과 비용 부담이 덜하면서도 건강한 운동이라는 이미지가 러닝 열풍을 일으킨 주요 이유라고 분석했다. 맞는 말이지만, 우리는 좀 더 다른 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마라톤 대회의 코스 구성이 다양화되고 축소되고 있으며, 이 작은 단위에도 도전하는 사람들이 예상보다 꽤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 바로, 현재 대중 소비자들은 완전한 형태로 최고 목표에 도달하기보다 소소하지만 경험의 내용을 잘게 구분해 직접 체험에서 오는 즐거움, 성취감 등의 가치를 느끼려 노력 중인 것으로 보인다. 경험하고자 하는 대상의 단위 축소되고, 그 경험에서 얻고자 하는 가치의 크기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앞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익숙한 경험들은 그 내용들이 잘게 나뉘어 ‘이색 경험’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매우 커졌다.
3. 소분화(小分化)
* 경기가 나빠지며 나타나는 트렌드의 세번째는 소분화(小分化)이다. 주로 거주 공간에서의 독립적인 공간, 그리고 식생활에서의 균형 잡힌 소분 식사 니즈의 증가가 이에 해당한다.
- 2023년 12월 부동산 디벨로퍼 피데스개발은 ‘2024~2025년 공간 7대 트렌드’를 발표했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가 가족이 함께 살아도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싶어 하는 ‘각자공생(各自共生)룸’이었다. 부부 사이에도 다른 라이프 스타일이나 수면 습관 등으로 트윈 침대를 쓰거나 각각 개인 방을 갖는 독립적인 공간 소비가 이뤄진다는 것이 핵심 내용으로, 앞으로 주거 공간의 실질적인 변화는 이 각자공새움의 트렌드 확산 여부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실제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조사를 보더라도 집 안에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응답이 82.1%로 평가될 만큼 개인의 독립 공간에 대한 니즈는 상당했다. 독특한 점은 물리적 공간뿐만 아니라 심리적 공간으로서의 독립 공간에 대한 니즈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대중 소비자들은 사색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필요로 했고, 취미 활동만을 위한 공간을 집 안에 마련해두고 싶어 했으며, 심지어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자동차도 나만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개인의 독립적인 공간을 강하게 원하고 있었다. 때문에 향후 물리적 공간뿐만 아니라 내 취향과 관심이 집중된 이 심리적 여유 공간 확보를 위한 열망은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식생활에서의 소분 니즈 증가도 눈여겨볼 만한 흐름이다. 이는 최근 2~3년 사이 대중 소비자들에게 회자된 바 있는 적게 먹는 식습관, 일명 ‘소식좌’ 현상의 또 다른 방향으로 이해해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극단적인 절식으로 건강을 해치고 무리한 다이어트를 조장하는 식습관으로 ‘소식좌’ 흐름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무리 없는 적당한 양의 식사로 건강을 관리하면서도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권장할 만한 건강한 소식 방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해외에서 ‘먹방(Mukbang)’이 ‘과식’과 ‘대식’의 동의어로 인지되고 있을 만큼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누가 빨리’, ‘많이 먹나’가 먹방의 주요 콘텐츠로 다뤄졌던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변화는 분명 생각해볼 만한 의미가 있다.
- 입안 가득 음식을 넣는 과도한 식사가 아니라 적당한 양의 음식을 천천히 먹는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였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먹는 행위보다 어떻게 맛있게, 잘, 균형 있게 먹느냐에 대한 관점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제 대중 소비자들에게 ‘소식 습관’은 ‘소신 습관’으로 인식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소비자 인식 결과에서도 대중들은 소식 식습관을 지향하기보다 균형 있는 식습관을 좀 더 선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미국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틱톡 문화에서 유행했던 ‘걸 디너’(Girl Dinner) 트렌드와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 걸 디너는 혼자 사는 여성이 저녁으로 어떤 음식을 먹는지를 보여주거나, 자녀를 둔 여성이 긴 하루를 보내고 난 뒤 먹는 간단한 식사를 해시태그 #girldinner와 함께 보여주는 트렌드를 의미한다. 주로 하나의 접시에 다양한 메뉴를 조금씩 담아 완성되는 식사를 뜻하는 이 트렌드는 과시적인 성향의 SNS 게시글과는 사뭇 다른 차원으로, 복잡한 조리 과정이 필요 없는 간단한 메뉴, 큰 식사 대신 소량의 음식을 소분해서 한 접시에 담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 일각에서는 과도한 소식이나 섭식 장애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과식과 폭식이 문제이지 걸 디너 식단은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식사의 한 모습이라는 의견이 많다.
- 한국 소비자들 역시 걸 디너 식사에 ‘시간 절약’과 ‘간편함’, ‘균형 있는 식사’ 측면에서 10명 중 6명이 호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실제 미국에서는 한 프랜차이즈 업체(파파이스)가 걸 디너 신메뉴를 선보여 인기를 끌었는데, 국내에서도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다양한 소분 상품들이 반찬 전문점이나 편의점, 대형 마트, 카페 등의 유통가에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 결론을 보면 경기가 나빠지고, 이에 따라 소분화(小分化) 등의 소비 트렌드가 가속화되면, 소비자들은 제품과 서비스의 본질적 가치와 품질 등 기본과 근본, 오리지널에 점점 더 집중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심리적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이 보다 뚜렷해지고, 평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부분, 너무 작아서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한번 살피고 발견하려는 노력이 많아질 수 있다. 디테일(detail)의 중요성을 파악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에 대응하는 전략 역시 다시 한번 디테일을 강조하는 것 밖에 없다. 섬세한 자가 시장을 장악한다.
* 서진영(자의누리: 장애인표준사업장)에서 제공하는 ‘CEO서평’은 장애인표준사업장 서비스/제품으로 구독하시면 장애인고용부담금 감면과 장애인우선구매 산정 혜택이 있습니다. 02-3444-8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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