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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읽기(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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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광제 교수(카이스트)

대학의 창업 교육

어느 대학의 총장님이 그 학교의 학처장님들과 회의하시는 자리에서, 왜 우리 학교에는 스티브 잡스 같은 학생이 없는지, 커리큘럼과 교육 시스템을 어떻게 해야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을 우리도 배출해 낼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내라고 다그치시던 모습을 본 기억이 난다.

총장님의 다그치심이 너무 강압적이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너무나 뻔한 답을 가진 질문을 하시니 대답하시기가 귀찮으셨을까, 그 학교의 보직자들께서는 아무도 답을 내놓지 않으셨다.  

최소한 내가 보기에는 답은 간단하다. 스티브 잡스는 학교가 길러 낸 인재가 아니었다. 빌 게이츠도 학교가 길러 낸 인재가 아니었다이런 상황에서 학교가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창업교육은 빨리 학생들을 자퇴시키는 것이라는 뼈 있는 농담이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내가 대학생일 당시, 꽤 오래전,한국 대학에는 창업교육이라 것이 없었다. 혹시 만에 하나 있었어도 대다수의 학생들이 그 존재를 몰랐으니 없었던 거나 크게 다르지 않다. 요즘은 어떠한가?

창업 교육이 없는 대학을 찾는 게 힘들 정도로 거의 모든 대학들이 이런저런 형태의 창업 교육을 하고 있고, 꽤 조직적으로 하고 있는 곳들도 많이 생겼다. 특히 소위 명문대라고 불리는 곳 일수록 교육 커리큘럼 디자인에서 중점을 두는 것 중의 하나가 체계적인 창업 교육과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내 모교인 서울대도 그러한 거 같고, 현재 내 일터인 카이스트도 그러하다

이런 조직적인 창업 교육이 한국 각 대학에 자리잡기 시작한 게, 내 경험상으론 십 년을 조금 넘은 것 같고, 학교에 따라서는 이보다 훨씬 짧은 창업 교육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창업 선진국에서도 창업은 일찍이 활발히 시작되었지만, 창업을 위한 교육이란 것은 미국의 실리콘 밸리의 활약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이후로 보이니, 전세계적으로도 대학에서의 본격적인 창업 교육은 대략 2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역사가 오래 안되었고, 장기적인 효과가 검증 안 된 상황에서, 창업 교육의 커리큘럼을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선 하나로 수렴되는 공감대는 아직 없는 듯하다. 가장 이상적인 창업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교육이 필요 없이도 훌륭한 창업가가 되시는 분들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 보는 성공한 창업 일 세대들은 창업 교육을 받으신 적이 없는 분들이다. 그 분들이 청년일 때, 창업 교육이란 것이 존재를 하지 않았다.

그러면 창업 교육이 풍부하게 존재하는 요즘을 사는 청년들 중에선 앞으로 훌륭한 창업가들이 훨씬 더 많이 나올까? 그래야만 창업 교육의 존재 가치가 생긴다. 창업 교육을 기획해 보고 고민해 본 사람들이라면 다 같이 가져 보는 의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혹시 요즘의 창업 교육을 받는 젊은이들 중에 성공적인 창업가가 예전보다 더 적게 나올 가능성은 없을까?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엔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특히 전통적인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선 그럴 것 같다. 기계적인 창업 프로세스와 경영의 기술을 배우고, 틀에 박힌 비즈니스 플랜 작성을 배우고, 시험을 통해 그 배운 지식의 암기 수준을 평가하여 학점을 부과하는 시스템이 현재의 창업 교육이라면, 아마도 우리의 창업 교육은 성공적인 창업가의 싹을 오히려 자르는 시스템일 것이다.

지식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창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적 도전정신으로 요약되는 창업가 정신이다. 이것이 충만했던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이고 빌 게이츠이며,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우리 주변의 성공한 창업가들이다. 지식의 습득과 테스트에 치중하는 교육 시스템은 자칫하면 도전 정신과 창의력을 짓누르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고, 그 결과는 자연스럽게 생겨날 창업자마저도 억누르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창의적 도전 정신을 어떻게 함양시킬 수 있을까? 마치 리더쉽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인가와 비슷한 질문이다. 많은 현인들이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 강의 시간과 수업 장소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는 자유로움과, 시험으로 결과 등급을 평가 안 해도 되는 열린 시스템, 비판보다는 자신감을 길러 줄 수 있는 긍정적 격려 학습법. 정답보다는 창의적인 답을 더 우대할 수 있는 분위기 등이 창의적 도전 정신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의 조건이라 여겨진다.

문제는 교육부에서 정해 놓은 학습 진행과 학생 평가 지침을 따라야 하는 경직된 교육 시스템에서 한국의 대학이 자유로이 이러한 창의적 교육을 실행할 수 있겠는가다. 창의적 도전 정신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하실 수 있는 교수님들은 분명 계실 터인데, 그 분들이 고안해 내신 자유로운 교육 내용과 방법들을 학교 내의 수업 시스템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창업에 필요한 비즈니스 플랜, 회사 운영에 필요한 경영지식, 기회 포착과 팀 빌딩 노하우 이런 지식들은 학생 혼자서도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창업교육의 핵심인 창업가 정신 교육을 경직된 교육 지침 아래에서 단순 창업 경영 지식 습득과 시험을 통한 평가라는 시스템으로 밖에 풀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학생들을 빨리 자퇴시키는 것이 더 나은 창업교육 방법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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