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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 임팩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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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념은 대상에 관한 절반의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창업에 관한 통념은 그저 회사 하나를 만드는 행위입니다. 좋은 기술로 좋은 물건을 만드는 혹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하나를 만드는 행위입니다. 기업의 일상을 생산기술 혹은 생산 함수로 축약하는 오랜 관습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창업의 통념이 놓치고 있는 절반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창업 부등식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기술을 아는 사람이 없어서 토론의 내실을 기하기 어렵다. 창업과 관련된 정책 토론회에서 흔히 들리는 푸념입니다. 창업의 본질을 기술로 보는 대표적 사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술은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실천(praxis)할 수 업습니다. 기술은 우리가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는지, 우리가 얼마나 빨리 계산할 수 있는지 알려주지만, 우리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우리 꿈의 상한을 결정하는 물적 토대일 뿐입니다.

창업과 기술의 관계는 요리와 재료의 관계와 같습니다. 재료의 질이 중요하기는 하나, 그것만으로 요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동일한 재료로도 다른 요리를 할 수 있습니다. 슘페터(Joseph Schumpeter)가 발명(invention)과 혁신(innovation)을 애써 구분한 것 역시, 기술과 구분되는 창업 활동,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좋은 상품을 만들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창업일까요? 빠른 탈 것은 이동의 수고로움을 덜어주고 빠른 연산자는 계산의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때문입니다. 일을 더 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요리를 만드는 것이 요리의 본령이듯 말입니다.

그러나 요리사가 좋아하는 요리에는, 생산자가 좋아하는 상품에는 중요한 타자가 빠져있습니다. 소비자입니다. 기술이 가능케하는 일의 주체입니다. 준비 안된 사업계획서에는 소비자가 없습니다. 소비자가 수용하지 않는 상품은 생산자의 일방적 독백, 사랑일 뿐입니다. 기성의 경영학이 항상 강조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창업은 그러나 경영학 2.0은 아닙니다. 다음 호에서 상술하겠지만, 창업가, 기업가가 응대하는 타자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창업의 소비자는 이방인(strangers)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고객이 아니라, 미지의 비고객(non-consumer)입니다. 스타트업의 사업계획이 상시적으로 실패하는 이유입니다. 창업은 따라서 지극히 비효율적 행위입니다.

비고객을 찾아가는 과정을 시장 창출(market creation)이라고 합니다. 이방인으로서의 소비자는 지금 시장에서 외면당한 가치, 양식, 스타일, 그리고 삶의 목표입니다. 창업의 본령은 기술도, 상품도 아닙니다. 그것은 새로운 시장을 찾아가는 행위입니다. 그것은 이방인에게 끝없이 말을 거는 위험한 시도입니다. 목소리 없는 비고객에게 소리를 낼 수 있는 장터를 만드는 행위입니다.

창업의 소비자를 이해했다면, 우리는 창업의 본질에 무척 가까이 온 셈입니다. 물론 다음의 마지막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새로운 시장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비고객을 확인하는 것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한 시작점입니다. 그 마무리에는 한가지가 더 필요합니다. 규칙의 제안이 그것입니다. 비고객과 생산자가 만나는 방식, 비고객과 다른 이해관계자가 만나는 방식, 즉 새로운 가치 사슬을 조율할 교환 규칙을 제안할 수 있어야 시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디지털 음악 파일을 무료로 유통시키는 냅스터, 소리바다와 iTunes라는 유료 플랫폼에서 유통시키는 애플의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상이한 교환 규칙 간의 경쟁입니다. 새롭게 부각되는 공유경제도, 구독 경제도, 그리고 블록체인의 smart contract도 교환 규칙의 제안입니다.

시장을 만드는 행위는 규칙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창업을 위해 탈규제를 말하는 것은 창업의 본질과 충돌합니다. 창업은 비고객을 위한 새로운 규칙을 제안하고, 그 규칙이 경쟁에서 살아 남을 때 성공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탈규제는 경쟁을 회피하는, 따라서 기업가적 위험을 회피하는 행위입니다. 

법인 등록을 하고 직원 채용하는 것이 창업은 아닙니다. 대화하지 않는, 질문하지 않는 요리는 창업가의 요리가 아닙니다. 이방인에게 말을 걸어야, 시장을 만들어 내야 창업입니다. 그리고 시장을 만들어 내는 행위는 결국은 새로운 관계의 규칙을 제안하는 과정입니다.

창업 = 규칙>시장>상품>기술

배종훈, 벤처경영기업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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