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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떨어지는 속도 (3)

꽃잎이 떨어지는 속도 (3)

꽃잎이 떨어지는 속도 (3)

일상을 아주 느리게 본다면, 뒤돌아본 풍경은 당신의 기억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일상을 아주 느리게 실천한다면, 대면한 풍경은 당신의 어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꽃잎이 떨어지는 속도. 이번 호에는 모두가 유니콘을 추앙할 때, 다른 흐름으로 창업 생태계를 바라보는 이우종 교수의 목소리를 들어 보겠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글 이우종 교수

유니콘의 날개

흔히 유니콘을 상상할 때면 마법의 뿔과 날개가 달린 말을 상상하곤 하지만, 원래 유니콘에게는 날개가 없었다고 합니다. 날개가 있는 말은 사실 그리스 신화의 페가수스입니다. 아마도 유니콘과 페가수스를 뒤섞어본 혁신적인 예술가가 처음 유니콘 그림에 날개를 달아주었던 그 순간까지, 유니콘은 훨훨 날아볼 생각을 못했던 셈입니다.

최근 몇 년의 유니콘은 정말 날개를 단 것 같습니다. 지난 2014년에 미국의 벤처 캐피털리스트인 에일린 리(Aileen Lee)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비상장 벤처기업을 유니콘이라고 부르면서, 이 상상 속 동물은 다시 대중의 관심 한복판으로 소환되었습니다. 기업가치 측정방법과 시기에 따라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 2014년에 쿠팡과 옐로모바일에서 시작한 우리나라 유니콘 리스트는 2020년 현재 10개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들 유니콘들은 성장이 정체된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이자 활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해방 이후 그룹사 대기업들, 소위 재벌기업들은 정부의 절대적인 지원 하에 우리 경제의 성장과 번영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왔습니다만, 그들이 조성해온 후진적인 기업 생태계가 종종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데 장애물이 되어온 것도 엄연한 사실입니다. 소수의 대기업과 이에 기생하는 협력업체들이 사뭇 배타적으로 주도하는 기형적 기업생태계의 현주소는, 지난 20년간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네이버, 카카오, 하림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아이디어와 혁신을 통하여 단시간 안에 폭발적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유니콘들의 잠재력에서, 산업과 경제의 경계를 허물고 재편하고 확장할 가능성을 점쳐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發 스타트업의 여러 신화들 속에서 우리의 이런 기대를 얼마나 투영해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기업이 상품, 제품, 서비스의 혁신을 통하여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효용은, 사실 구매력이 부족한 소비자에게는 유명무실한 것입니다. 기업이 고용을 확대하여 종업원들의 구매력을 확장할 수 있을 때, 혁신의 결과물을 공유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창출할 때, 기업은 비로소 사회적 존재의의를 인정받습니다.

한때 미국 정계와 언론들이 고용창출의 기지라고 칭송하던 유니콘들의 실상은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고용을 빠르게 확장해온 아마존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형 테크 기업들의 시가총액 대비 고용창출 수준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2016년 탑 5개 테크 기업들의 시가총액의 합은 2000년 대비 80% 증가했지만, 고용은 22% 감소했습니다. 각 시기별 시가총액 기준 20위까지의 “스타기업”들이 고용과 노동생산성 측면에서 경제 전체에 공헌하는 정도를 비교해보면, 2000년도 이후 테크기업들이 주도하는 경제에서 그 공헌도가 약 40% 정도 줄어든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고용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다양성이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의 2020년 흑인 고용률은 6년전의 3%에서 겨우 0.8% 증가한 3.8%를 보이고 있어, 기업의 명성과 실제 창출하는 가치의 괴리를 느끼게 합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성숙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사회적 갈등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테크기업들의 플랫폼 독점과 시장교란, 더 나아가 대사회적 역할에 대하여 걱정과 탄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미국 테크 기업들의 한계는 우리 스타트업들에게 좋은 반면교사가 됩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정치 경제 지형에서 스타트업이 기존 재벌 중심 경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대사회적 명분과 역할에 대하여 민감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유기적으로 성장하고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며 건강한 사회적 가치를 지지하는 사회적 존재로 진화하여야 합니다. “주주들의 배만 불린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순간이, 유니콘의 추락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전설이 되고 싶은 유니콘에게는, 태양을 향해 파괴적으로 돌진하는 이카루스의 날개가 아니라, 하늘과 바다의 중간으로 날아 결국 크레타 섬을 탈출했던 다이달로스의 날개가 필요합니다. 기업의 성장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함께 고민하는 유니콘만이 녹아내리지 않는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 전설이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1. 한국경제, 20191111, “20년간 대기업 된 중소기업, 네이버·카카오·하림 3곳밖에 없다",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19111071001

2. Wall Street Journal, 20161012, “Americas Dazzling Tech Boom has a Downside: Not Enough Jobs”, https://www.wsj.com/articles/americas-dazzling-tech-boom-has-a-downside-not-enough-jobs-1476282355

3. GutiÉrrez, G., and T. Philippon. 2019. Fading Stars: Causes and Consequences of Rising Concentration in the United States Economy. AEA Papers and Proceedings 109: 312-316

4. CNBC, 2020612, “Tech companies say they value diversity, but reports show little change in last six years”, https://www.cnbc.com/2020/06/12/six-years-into-diversity-reports-big-tech-has-made-little-progres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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