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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교수칼럼

사모펀드 또는 운용사가 상장(listing)을 하면?

사모펀드 또는 운용사가 상장(listing)을 하면?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글. 이관휘 교수

우리나라에는 아직 많지 않지만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사례는 외국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를테면 사모펀드 운용 그룹인 블랙스톤(Blackstone), KKR, 아폴로(Apollo), 옥스-지프(Och-Ziff) 등은 이미 뉴욕증시에 상장되어 있다. 이들 주식을 소유하면 배당이나 자본이득을 통해 사모펀드들의 성과분배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금에 투자하고 싶을 때 금을 사는 대신 금광을 캐는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상장된 사모펀드 운용사에 투자하는 것은 사모펀드에 직접 투자하는 것과 다른 장점이 있다. 우선 사모펀드 투자 장벽을 회피해 소액투자가 가능하다. 사모펀드는 투자 진입 장벽이 일반 주식투자에 비해 높아 이에 투자하려면 억대의 금액이 필요하다. 그러나 상장사에 투자하는 것은 단 몇 주 만을 사는 것도 가능해 소액 참여할 수 있다. 또 운용사들은 보통 여러 개의 사모펀드를 운용하기 때문에 사모펀드 하나에 거액을 투자하는 위험을 운용사 주식에 투자함으로써 분산(diversification)시킬 수 있다. 사모펀드 한 두 개 성과가 좋지 않다 하더라도 다른 펀드의 수익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을 테니 운용하는 모든 펀드가 한꺼번에 성과가 폭락하지 않는 이상 운용사 주가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러 개의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규모가 큰 운용사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아예 LPX 같은 사모펀드 인덱스 (Private equity index)에 투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운용사 입장에선 주식회사가 되면 자본을 영구적으로 조달(evergreen capital)할 수 있는 장점도 생긴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들은 많은 부분 이론적인 가능성으로만 머물러 있다.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사모펀드 상장은 실제로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사모펀드는 보통 GP(무한책임투자자)와 LP(유한책임 투자자)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파트너십(partnership) 체제다. 상장을 하면 기존 GP들이 구주매출을 통해 지분을 털고 나가는 것이 쉬워진다. 문제는 이를 악용할 가능성 역시 상존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주가를 부당하게 올리면 훨씬 많은 자금을 챙겨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상장을 하면, 상장하지 않았을 경우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았을 정보들이 유출될 위험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이 운용사의 특정 펀드가 어디에 투자하고 있는지에 관한 정보는 해당 펀드의 GP나 LP들만이 알 수 있는 것이지만 상장했을 경우 주가를 올리기 위해 이들이 관련 정보들을 밖으로 흘리고 싶은 유인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 투자 전략은 공시 항목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새어나갈 수 있는 부분은 펀드 매니저들이 반기기 어렵다. 또 상장을 위해서는 운용능력을 검증할 트랙레코드가 풍부해야 하는데 한국의 사모펀드는 역사가 짧고 기반이 작은 편이라 이 또한 상장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선 사모펀드 운용사들 중 스틱인베스트먼트, 큐캐피탈, 린드만 등이 2-3년 전 상장을 했고, 벤처캐피털(VC)의 경우에는 상장한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상장 채널은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우선 자산운용사들의 경우 기업을 상장하고자 하는 유인 자체가 그다지 크지 않다. 대부분 증권사나 금융지주 계열사로 위치해 있어 상장 의사결정이 자유롭지도 않을뿐더러 자금조달도 투자자 모집(fund raising)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폐쇄형 ‘공모’ 펀드의 경우 반드시 주식시장에 상장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펀드 환매(해지)를 할 수 없으니 시장 거래를 통해서라도 현금화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다. 그러나 펀드 가치(Net Asset Value)와 펀드 가격에 괴리가 생기는 경우가 많아 실제 거래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편이다. 이는 사모펀드의 경우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얘기다. 재무경제학 최고 권위 학술지에 실린 한 연구는 1994년부터 2013년까지 약 1만 6600개의 헤지펀드를 분석한 결과 상장된 헤지펀드가 비상장인 헤지펀드보다 운용성과가 낮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자금을 모집하고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열등한 운용성과는 기업공개로 인해 조정해야 할 이해관계자 집단이 확대된 것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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