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글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세 가지 지혜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세 가지 지혜
글. 김병도 교수
우리는 변화를 싫어하지만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만물유전(萬物流轉). 세상의 모든 것들은 변한다는 뜻으로, 그리스어로는 ‘판타레이(Panta Rei)’라 한다. 2,500년 전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us)는 변화를 우주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로 파악하면서, 그 필연성을 강조했다. “똑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라는 이 익숙한 문구는 그가 변화와 관련해 남긴 명언이다. 발을 씻기 위해 매일 나가는 강은 항상 변치 않고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지만, 강물은 어제의 그 물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는 변화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우주의 기본 원리를 거부할 수는 없다.
고타마 싯다르타는 헤라클레이토스와 거의 동시대에 살았던 인도의 성인이다. 아마 이때가 변화라는 주제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시대 정신이던 시기였나 보다. 헬라클레이토스와는 다르게 고타마는 변화에 대처하는 내면적 수양법을 전파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두 사람 모두 변화가 논리의 출발점이란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고타마는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무상(無常)’의 진리를 설파했다. 인간이 고통에 시달리는 근본 원인은 희로애락(喜怒哀樂)에 대한 갈망과 혐오 때문이다. 영원하지 않은 것들을 영원하다고 믿은 집착 때문에 고뇌가 생긴다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무상함을 깨닫고 어떤 희로애락에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면 해탈, 즉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만물유전의 세상에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변화를 거부하거나, 변화를 선도하거나, 변화를 수용하는 것이 그 세 가지 방법이다.
첫째, 변화를 거부한다는 것은 어떤 외부 환경 변화에도 끄떡없는 조직을 구축하고 역량을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망할 기업은 없다. 하지만 기업을 둘러싼 소비자, 경쟁, 사회와 문화, 법과 정치, 경제, 기술 환경은 끊임없이 변한다. 한동안 중국 특수로 재미를 봤던 화장품 회사들이 사드 사태 이후 대중 관계가 급격히 나빠지자 고심에 빠진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는 시행령이 실시되면서 아르바이트 인력에 의존했던 많은 도소매업이나 음식점은 생존을 걱정한다. 사람들이 점차 텔레비전이나 종이 신문은 보지 않고 휴대폰을 보면서 기업은 광고 매체와 방식을 전면적으로 개편한다. 스트리밍 기술이 발전하면서 음원 및 비디오 콘텐츠 유통 방식이 혁신적으로 변한다. 물론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변화 속에서, 불멸의 조직을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한 과제이다. 우리는 단지 조직의 생명과 영광을 가능한 연장할 수 있는 전략과 역량이 무엇인지 찾으려 노력한다. 대부분 경영학자들은 변화를 거부하는 전략을 가르친다. 이미 많은 것을 이룬 기업인 역시, 어떤 변화에도 흔들림 없는 조직을 구축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변화에 대응하는 두 번째 방법은 변화를 선도하는 것이다. 어차피 모든 것이 변화한다면 변화 당하지 말고 자신이 변화의 주역이 돼라는 말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 부른다. 할 수만 있다면 누구나 변화의 선도자가 되고 싶어한다. 문제는 변화의 주역이 되려면 가시밭길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타고난 역량과 운명을 가진 사람에게만 허용된 특권같이 보이기도 한다. 1997년 애플 광고에 등장하는 문구와 같이,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을 정도로 미친 사람”만이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 같다.
변화에 대응하는 세 번째 방법은 변화를 인정하고 항상 준비하는 것이다. 이는 변화에 대한 적응력, 즉 항체를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누구나 감기에 걸릴 수 있다. 우리는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손을 자주 씻고, 평소에 건강 관리를 열심히 해야 한다. 이런 노력에도 감기에 걸렸다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의사의 지시대로 필요한 약을 먹어 감기의 지속 기간과 정도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감기는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자신의 건강에 따라 회복 속도가 다르다. 기업이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기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회사 자원의 일부를 따로 떼어 미래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은 전 세계 검색 시장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통해 돈을 벌고 있다. 하지만 환경 변화로 검색 산업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인정하고, 무인 자동차, 생명공학, 딥러닝(deep learning), 노화 관련 바이오 산업, 드론 등 새로운 기술과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상이 된 세상, '모든 백조가 검은색'인 세상에서 나는 변화에 준비되어 있는지 자문해 보라. 세 가지 변화 대응 방식 중 어떤 유형의 방법을 자신에게 적합한가?
'Insight > 교수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모펀드 또는 운용사가 상장(listing)을 하면? (0) | 2020.11.26 |
---|---|
헌법수호와 조직문화 변화관리 (0) | 2020.10.26 |
코로나19와 주식시장: 숀씨 강연장 난동사건 (0) | 2020.07.29 |
FC Barcelona에서 배우는 승리하는 문화 (0) | 2020.06.29 |
요즘 핫한 브랜드 이야기: 무신사 (0) | 2020.06.01 |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