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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이야기, 『AI도 모르는 소비자 마음』
여섯 번째 이야기, 『AI도 모르는 소비자 마음』
『AI도 모르는 소비자 마음』 박소윤 지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사람 키의 열 배만큼 깊은 물 속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한 길도 안 되는 깊이 속에 감춰진 사람의 마음은 알아내기가 힘들다. 게다가 하루에도 열두 번씩 바뀌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하지만 어쩌랴, 영업이나 마케팅을 위해서는 고객의 마음, 즉, 한 길 사람 속을 파악하는 것이 모든 활동의 시작인 것을.
고객의 마음을 알아내기 위해 이 책 [AI도 모르는 소비자 마음](레모네이드앤코, 2020)의 저자 박소윤 박사는 자신을 Small Data 전문가로 소개하며, 빅데이터와 AI도 파악해내지 못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찾아내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레고의 성공이다.
(가)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이긴 레고
레고는 1932년 덴마크의 목수 올래 키르크 크리스티얀센이 조립식 블록 완구를 내놓으며 시작되었다. ‘레고’라는 이름은 덴마크어로 ‘잘 놀다’라는 뜻을 가진 ‘LET GODT’를 줄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1980년대 후반 레고가 가진 기본 특허가 만료된 것이다. 시장에는 레고와 유사한 블록 완구를 제조하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했다.
1990년대 들어서며 유사한 제품이 벌이는 경쟁이 격화되자 레고의 성과는 최악으로 추락한다. 설상가상으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비디오 게임이 등장하면서 레고가 엄청난 적자에 허덕이자, 많은 금융회사가 적대적 M&A의 대상으로 레고를 지목하기도 했다. 레고로서는 온통 자존심이 상하는 일뿐이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레고는 빅데이터 마케팅 연구를 맡긴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레고의 미래를 참담하게 예측하며 다음 3가지 이유와 결론을 내세운다.
- 첫 번째 근거: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환상과 독창성에 대한 능력이 부족할 것이다.
- 두 번째 근거: 이들은 즉각적 만족감을 중시한다.
- 세 번째 근거: 컴퓨터 게임이 조립용 블록 완구를 대체할 것이다.
- 결론: 결과적으로 미래 세대는 레고에 흥미를 잃게 될 것이다.
빅데이터가 제공한 이런 조사 결과를 맞이한다면 대부분 “우리도 미래 세대의 성향을 반영하자. 그래서 그들이 좋아하는 충동적, 순간적, 즉각적 특징이 가미된 최고의 디지털화된 블록 게임으로 이 시장을 수성하자”는 전략을 만들 것 같다.
하지만 레고의 CEO는 직관적으로 빅데이터 결과를 의심하고, 다시 한번 다른 컨설턴트와 함께 시장을 점검하는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레고의 마케터들과 컨설턴트는 책상을 벗어나 현장으로 나갔다. 먼저, 독일의 중소 도시에 거주하는 열한 살 소년이 사는 한 가정을 방문했다. 그들은 소년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성격, 취미생활 등 모든 일상을 하나씩 하나씩 지혜의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보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 소년이 레고 광이면서 또한 열정적인 ‘스케이터 보더’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소년에게 따뜻하게 질문했다.
“너에게 가장 자랑스러운 물건이 무엇이야?”
소년은 곧바로 한쪽 면이 닳아서 울퉁불퉁해진, 낡은 아디다스 운동화 한 켤레를 가리켰다.
“이 낡은 운동화는 영광스러운 우승컵이자 금메달이에요.”
그 운동화는 한쪽 면이 너무 닳아서 직각으로 깎여 있었고, 뒤꿈치에는 큰 흠도 있었다. 너무 여러 번 신어서 밑바닥은 밋밋해져 있었다. 보통의 깔끔한 엄마라면 대번에 아들 몰래, 혹은 강제로라도 내다 버렸음직한 운동화였다. 하지만 소년에게 그 낡은 운동화는 운동화 이상의 것이었다. 바로 그 운동화는 ‘내가 이 도시에서 최고의 스케이터 보더야’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하나의 매개물이자 상징이었던 것이다. 소년에게서, 그리고 소년의 운동화에서 이들은 반짝이는 인사이트를 얻게 된다.
‘아이들도 결코 즉각적인 결과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이는 기존 빅데이터 결과에 반하는 결론이었다. 레고 사람들이 얻은 인사이트를 자세히 풀면 다음과 같다.
01. 아이들은 어떤 기술을 통달해 최고 수준에 오르면 친구들 사이에서 명성을 얻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게 어떤 분야이건 상관없이.
02. 그것이 내게 가치 있고 유용하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하지 않는다. 잘할 때까지 끈질기게 매달린다. 즉, 본인이 원하는 구체적 결과를 얻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이후 레고사는 빅데이터에 제시했던 전략 방향을 수정하고, 그동안 자신이 간직해 온 브랜드 정체성에 다시 초점을 맞추었다. 축소했던 블록 크기를 되돌렸고, 또 한편으로는 더 작고 더 정교한 블록을 추가해서 사용 설명서의 난이도를 높였다.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조립에 성공하도록 제품 전략을 바꾼 것이다. 이 전략은 결국 성공했다. 그들의 브랜드 본질에 다시 컴백한 것이다.
(나) 고객의 집을 방문한 사람이 있습니까?
레고와 함께 시장으로 들어간 컨설턴트는 바로 마틴 린드스트롬(Martin Lindstrom)이다. 덴마크 태생의 브랜드 전문가인 그는 12세의 어린 나이에 본인의 광고회사를 설립한 이후, 광고회사 BBDO 인터랙티브 유럽 아시아를 거쳐 2000년에 ‘린드스트롬 컴퍼니’를 창립했다. 그는 빅 데이터가 창궐한 이 시대에 소비자 개인의 취향, 필요, 건강 상태, 생활양식 등 사소한 정보들을 통해 전략을 세우는 방법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이를 활용해 뛰어난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인물이다. 린드스트롬이 최근 뉴욕에서 3,000명의 임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면서 참석한 임원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지난 1년 동안 적어도 하루 동안 고객의 집을 방문한 사람이 있습니까?”
이 질문에 3,000명 중에서 몇 명 정도가 손을 들었을까? 적어도 10%는 되지 않았을까? 놀랍게도 손을 든 사람은 고작 두 명뿐이었다. 실망스러운 결과에 린드스트롬은 다음과 같이 열변을 토했다.
“현재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소비자들을 이해하려면 데이터에 의존해야 한다는 통념이 있지만, 거의 모든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는 소비자와의 가까운 스킨십을 통해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서비스와 제품은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실험실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보의 대칭화 시대에서는 많은 사람은 같은 데이터에 접속되고, 같은 분석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그 결과 전문가들조차 보통 사람들과 똑같은 결론을 내놓는다.
남들과 다른 결론을 통해 나만의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사는 동네를 방문해 그들과 대화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경영 문화는 변화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에서 임원들이 고용된 이유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능력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직감(Instinct)의 가치 때문이다.”
(다) AI만 믿지 말고 소비자와 직접 대화하라
린드스트롬의 주장처럼 모든 임원과 마케터들은 직접 소비자와 대화해야 한다. 진짜 현실 속으로 들어가서 키운 소비자에 대한 직감은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데에 기여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경영 전략을 발굴할 수 있어야 한다. 직감은 현장에서 나온다. 그래서 레고의 사례에서 보듯이, 소비자가 살아가는 전후 맥락에 대해 ‘공감’과 ‘관찰’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소비자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생활의 맥락(Context)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소비자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가라. 그들의 내면세계에 대해 더 깊게 공감하라. 그러면서 바라보고 스킨십하라. 소비자가 처해있는 맥락 속에서, 내 제품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쫀쫀한 끈을 찾아야만 한다. 어차피 명품은 한 끗 차이다. 디테일의 힘이 바로 그것이다.
빅데이터는 우리에게 마케팅에 필요한 큰 정보를 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 회사만의 차별적인 전략은 빅데이터 만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오지 않는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동일한 빅데이터는 모두에게 비슷한 전략을 만들게 할 뿐이다.
직접 소비자를 만나야 한다. 소비자와의 공감은 데이터가 아니라, 같이 호흡하는 숨소리에 담겨있다. 시장에 가서 직접 우리 고객과 1:1로 만나보면 어떨까? 지금 바로 전화기를 들고 약속을 잡아보자. 한 길 사람 속을 알 수 있는 마케팅의 첫걸음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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