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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이야기, 『트렌드를 넘는 마케팅이 온다』

『트렌드를 넘는 마케팅이 온다』 박기완 지음, 21세기북스, 2020.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에 빠진 현재, 소비자와 공급자는 비대면이라는 거대한 풍랑 속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거센 물살 속에서 조류(트렌드)를 파악하고 기업이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트렌드란 무엇일까? 트렌드는 현상에 관한 것이다. 트렌드를 통해 현상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으면 훨씬 더 체계적으로 시장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 [트렌드를 넘는 마케팅이 온다](21세기북스, 2020)의 저자 박기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2010년대 이후 시장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3개의 핵심 키워드로, 수평, 비정형, 불안정을 뽑았다. 각각을 간단히 살펴보자.

 


(가) 1/3 수평의 시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첫째, 수평의 시대는 한마디로 정보와 소비의 민주화를 말한다. 지금은 수직이 아니라 수평이 핵심 화두인 세상이다. 수평의 시대에는 지식과 정보, 문화가 민주화된다. 소비자는 세상을 보는 관점이 넓어지면서 아는 것이 많아지고 따라서 접근할 수 있는 영역도 넓어진다.

먼저 수평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키워드는 공감과 연결이다. 수평이라는 말에는 눈높이를 맞추고 서로 연결해 상대를 이해한다는 공감의 뜻이 함축되어 있다. 공감의 영어 표현은 ‘empathy’다. 이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그 뜻이 감정이입이다. 공감은 누군가의 마음(-pathy)으로 들어간다(em-)는 의미이다. 나의 눈(프레임)이 아니라 그 사람의 눈(프레임)으로 보면 세상은 확연히 다르게 보인다.

마케터의 프레임이 아니라 소비자의 프레임으로 봐야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의 프레임으로 보려면 그들 마음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그들이 처한 맥락, 즉 상황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결국 공감과 맥락은 하나의 세트로 묶여 있는 실과 바늘 같은 관계다.

대표적인 사례가 나이키의 스케이트 보더족과의 공감이다. 스케이트보더족을 위한 나이키 광고는 스케이트보더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편견적 시선을 뒤집는다. 광고에서는 테니스 코트, 골프 클럽에 경찰이 들이닥쳐 운동을 금지시키고 장비를 압수한다. 거리에서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티켓을 발부한다. 나이키는 묻는다.

“스케이트보더들이 느꼈을 법한 소외감이나 억울함을 일반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도 똑같이 느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단 한 번이라도 불합리한 대우를 받아본 스케이트보더가 이 광고를 본다면 어떤 감정을 느낄까? 아마도 마음속으로부터 감동받아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이들을 위한 나이키의 마케팅은 대성공이다. 좋은 제품의 기능을 강조하는 것보다 사람의 마음을 잡는 것이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나) 2/3 비정형의 시대

두 번째 프레임은 비정형이다. 비정형이란 문자 그대로 형태가 없다는 말이다. 형태가 없어진다는 것은 달리 표현하면 경계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정형의 시대에 조응하는 키워드는 와해와 재정의이다. 창의적 경영을 통해 비정형의 시대에 대처하려면 모든 것을 재정의함으로써 기존 관행과 시장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례를 몇 개 살펴보자. 사람들이 백화점에 왜 가는가? 새 시즌이면 유행을 체험하거나 새로운 스타일로 변신해볼 요량으로 찾는다. 현대백화점은 자신의 업을 ‘라이프스타일 제안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제는 단순히 상품을 유통하거나 좋은 브랜드를 유치해 임대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유행을 발 빠르게 학습해 소비자들에게 삶의 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유통업이나 임대업으로 자신을 규정할 때와는 다른 역량이 필요해진다. 전 세계 패션 트렌드를 학습하고 서비스 마인드로 무장해 고객에게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비관련 다각화에 성공한 디즈니의 본질은 무엇인가? 겉보기에 매우 다른 산업에 진출한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인 ‘고객의 행복이라는 기치 아래 가족 고객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제공’이라는 콘셉트 관점에서 보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렇게 본다면 디즈니 오페라하우스나 디즈니 베이스볼 스타디움 등도 가능하지 않을까?

삼성전자의 부회장을 지낸 윤종용 CEO는 삼성전자 성공의 비결을 사시미 이론으로 설명했다. 마치 생선회가 하루만 지나면 상품 가치가 급락하듯이, 아무리 핫한 신상품이라도 수개월이면 범용 상품화(commoditization)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업에서 필요로 하는 핵심역량은 스피드다. 고객에게 전달될 때까지 걸리는 리드타임을 최소화해야 신선한 상태일 때 상품을 팔 수 있고 그래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재고를 소진할 수 있는 유통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 회사의 업은 어떻게 재정의될 수 있는가?

 


(다) 3/3 불안정성: 신뢰, 영감– 홀푸드 마켓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세 번째 키워드는 불안정이다. 여기서 불안정이라는 말은 여러 하위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불확실성, 불안과 공포, 걱정 등을 포함한다. 불안정의 시대에 대응하는 키워드는 신뢰와 영감이다.

지나친 경쟁과 불확실성의 증가로 인한 불안정의 증폭을 완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동체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혼자라는 생각이 들면 불안하지만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공동체와 같이하면 안심이 된다. 한국과 같이 집단주의 문화(interdependent cultures)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개인주의적 성향이 심화되고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수록 공동체가 중요하다. 내 이익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세상을 만들려면 서로 협력하고 신뢰하는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단순히 상품을 파는 존재가 아니다. 누가 뭐라 해도 소비가 중요한 현대 사회지만 기업은 그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 신뢰를 넘어 영감을 줄 수 있는 기업,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새 시대의 기업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금 아마존에 인수된 홀푸드마켓이다. 이 회사는 1980년 창립해 유기농 상품을 전문 판매하는 슈퍼마켓 체인으로 《포춘》 500대 기업이자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창업자인 존 맥키(John Mackey)는 무정부주의자(유통업계의 와해자), 트리 허거(환경 보호자), 비건(채식주의자) 등의 별명을 가진 업계의 괴짜로 통한다. 별명에 걸맞게 당시 식료품 유통업계의 관행과 달리 의식 있는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를 표방했다. 홀푸드의 모토인 ‘건강한 음식, 건강한 사람, 건강한 지구’는 이윤보다 높은 목적을 위해 기업을 경영하는 그의 철학을 요약적으로 보여준다.

홀푸드마켓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기업의 이익을 조화롭게 통합시키고자 노력한다. 고객, 직원, 투자자, 협력업체, 공동체, 환경이라는 6자의 이해관계자에게 득이 되는 방식으로 기업을 경영한다(이를 윈-식스(win-6)라 부른다). 전 직원의 급여를 공개하고 CEO의 연봉은 직원 대비 19배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직원들이 느낄 불평등과 박탈감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맥키 본인은 2006년 이후 소유한 지분을 기부하고 연봉은 1달러만 받는다. 이러한 CEO의 과감한 실천은 미션에 대한 열정을 만천하에 공개적으로 보여준다. 대부분 대기업에서 임원들이 스톡옵션을 보유하는 것과 달리 홀푸드에서는 스톡옵션의 93%를 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다.

모든 매장의 주요 의사결정은 팀 단위의 직원들에게 일임한다. 신입사원 채용이나 근로 규칙 결정도 팀에서 결정한다. 중요한 전략 의사결정도 이해관계자들과 공동 논의한다. 1988년 이후 5년에 한 번씩 ‘퓨처 서치(Future Search)’라는 이름의 회의를 개최하는데, 경영진은 물론 고객, 직원, 공급자, 투자자 등 150명이 모여 홀푸드의 중장기 계획을 수립한다.

2003년 해외 진출도 이 회의에서 결정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 회의를 통해 참가자들은 각자가 그리는 원대한 미래의 모습을 생생하게 마음속으로 그려본다. 그야말로 비전을 비전답게 수립하는 것이다.

홀푸드마켓은 홀플래닛재단을 통해 식품을 공급하는 지역 농민을 지원하고 친환경 재배법을 교육한다. 잔인하게 도살하거나 우리에 갇혀 있던 고기는 취급하지 않고, 멸종 위기의 생선은 구매하지 않는다. 매장 관리자들은 재량권을 부여받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품질 높은 상품 공급원을 확보한다. 홀푸드는 매장 반경 80킬로미터 이내에 있는 학교에 샐러드바를 무료로 설치해준다. 어린 시절의 식습관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로 연결된다는 믿음에서 이 활동을 시작했다. 환경 관련 전담팀인 ‘그린 미션 팀’을 두어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있으며, 매년 지역 사회와 비영리 기구에 세후 이익의 5%를 기부한다.

개념 있는 자본주의 정신의 실천은 1981년 홀푸드마켓 1호점에 닥친 위기 극복 과정에서 빛을 발했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70년 만에 최악의 홍수가 들이닥쳤다. 피해액만 40만 달러. 당시 27세의 맥키는 여유 자금도 보험도 없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끝났다며 절망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중 고객, 직원, 이웃은 물론이고 심지어 투자자, 공급자, 채권자들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기업 회생에 힘을 보탰다. 직원은 임금을 포기했고 공급자들은 외상으로 물건을 공급했으며 투자자들은 자금을 지원해주었다. 주거래 은행에서는 구매비용을 위해 추가로 대출해주었다. 모두의 도움으로 홀푸드는 단 28일 만에 정상 영업을 재개했고, 6개월 만에 모든 빚을 청산한다.

이상으로 수평, 비정형, 불안정이라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시장 트렌드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저자 박기완 교수는 트렌드를 통해 현상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으면 훨씬 더 체계적으로 시장을 이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마케팅과 경영에서도 트렌드와 현상을 넘어서는 본질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는 ‘가치’를 이야기한다. 가치 실현 없이는 고객 만족이나 이익은 물론 성장도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치를 추구하는 세상, 이제 의미의 시대(The Age of Meaning)가 도래했다. 개인적으로도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고, 기업들도 혁신의 주체로서 사회를 위해 의미를 창출해야 한다. 의미의 시대가 전략을 수행하는 기업과 그 결과물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시사점을 제공하는가? 우리는 고객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는가 고민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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