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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째 이야기,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
열 번째 이야기,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 김성회 지음, 쌤앤파커스, 2020.
‘요즘 세대는 왜 이래?’ 역사를 통틀어 항상 들어온 말이다. 세대간의 갈등은 항상 모든 시대의 화두였다. 그래서인지 세대간의 문제 해결 방안도 모든 시대를 통틀어 하나로 흐른다. 어른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주저 앉아 줘야 한다.
그런데 후배세대는 미래가 불안하니 무조건 보듬어주어야 한다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미래가 불안할수록 단단하게 대비시켜야 하는 것도 선배와 어른의 역할이다. 사회 변동성이 클수록 차이를 배격하기보다 다름을 끌어안고 기대치와 눈높이를 서로 맞추어야 한다.
세대 간 ‘다름’은 뛰어넘을 수 없는 간극이 아니라 다양성 조화를 위한 천혜의 기회이다. 실패는 포용해줘야 하지만, 실수는 엄정하게 대처해야 큰 실패를 예방할 수 있다. 놀이터 같은 환경을 만들어놓고 계속 어린이로 놔두는 게 좋은 직장인가? 이래도 흥, 저래도 흥 듣기 좋은 말만 해주는 상사가 좋은 상사인가?
경영자로서 우리는 밀레니얼 세대의 창의성은 존중해야 하지만, 소비자로서의 밀레니얼과 조직 일원으로 일하는 생산자로서의 밀레니얼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마케팅과 트렌드 분석의 대상으로 연구하는 것과 조직에서 일하는 구성원으로서 함께 조화를 이루는 것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서평에서는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 (김성회 지음, 쌤앤파커스, 2020)에서 새로운 세대의 특징, 그중에서도 공정성에 대한 세대간 차이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가) 신세대의 최고 특징 – 공정성
각 세대는 행동이나 사고방식에서 어떤 차이점들을 가지고 있을까? 대의명분 vs. 균등 vs. 형평성의 차이점을 가진다. 무슨 말이냐고? 공모전에서 입상한 5명의 팀원에게 포상금이 20만 원 생긴 상황을 가정하면 각 세대별로 이렇게 반응한다.
베이비부머세대 “그동안 서로 애썼으니 이 상금으로 오늘 회식합니다. 비용이 모자라면 내가 보탤게! 마음 편히들 먹으라고.”
X세대 “공평하게 n분의 1 하면 되겠네요.”
MZ세대 “기여한 대로 나눠야죠. 똑같이 분배하면 열심히 일한 사람은 손해잖아요.”
정말 서로 너무 다르지 않은가? 공정성 인식에 대한 세대 차이는 스포츠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끝난 후 4강에 진출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축구협회가 포상금을 차등 지급하겠다고 했다. 주전 선수들은 자신의 공을 주장하기보다 동일한 포상금 지급을 주장했다. 경기에 출전했든 안 했든 모두 똑같이 훈련하고 노력했기 때문에 포상금도 동일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때 국가대표 선수팀의 주축은 이영표, 김병지 등 X세대였다. 당시 주전, 비주전 구분 없이 3억 원씩 공평하게 분배했다.
하지만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이 올림픽 축구 역사상 최초로 동메달을 땄을 때 선수들의 포상금 분배는 10년 전과 전혀 달랐다. 이 팀의 주전 선수는 기성용, 박주영 등 밀레니얼 세대였다. 활약에 따라 4등급으로 분류해 7,000~4,000만 원으로 차등 분배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대해서도 밀레이널 세대들은 이념과 상관없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민족애 같은 대의명분에 밀려 우리 선수들이 정당한 출전 기회를 잃고 희생을 강요당하는 불공정한 현실에 대해 분노를 표했다. 시대에 따라 공정성의 개념도 달라짐을 보여주는 사례다. 세대에 따라 대세도 달라진다.
(나) 공정성의 세차원 – 분배, 과정, 상호작용
새로운 세대의 공정성은 분배, 과정, 상호작용 3가지 차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1. 분배의 공정성
먼저 ‘분배’의 공정성이다. MZ세대는 인센티브 등의 금전적 보상 못지않게 일의 분배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한다. “너는 일을 잘하니까.”. “너를 믿으니까.”로 접근하면 실패다. 기준 없이 일을 더 주거나 빼앗으면 문제가 일파만파로 번질 수 있다.
쉬운 일, 어려운 일, 중요한 일, 허드렛일 등을 골고루 분배해야 한다. “왜 저한테만 이러세요. 제 일이 아닌데요.”라고 반박할 때 대처할 나름의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 요컨대 분배의 공정성은 리더의 업무 파악 능력과 비례한다.
2. 과정의 공정성
둘째는 ‘과정’의 공정성이다. 수시로 피드백을 해주어야 한다. “무엇을 보충하고 고쳐야 할까?”, “목표 달성을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하고 어떤 장애물을 제거해야 할까?”에 관해 수시로 대화해야 한다. 보완해야 할 점뿐 아니라 잘하고 있는 점, 나아진 점도 함께 이야기하라. 지적하지 않을 경우, 상대는 ‘잘하는 것’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높다.
과정의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수용성은 낮아진다. 공정성은 수용성이 관건이다. MZ세대는 기여한 것보다 낮게 평가받는 것에 특히 민감하다. 팀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개별평가를 분명히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팀이 다 같이 한 것이잖니.”, “자네 혼자 잘해서 된 것이 아니잖나?”라는 말은 금물이다. 애초에 업무를 나눌 때부터 기여도에 따른 객관적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협업이 필요하다면 이에 대한 인정을 평가항목에 넣는 것도 방법이다.
요즘 많은 회사가 부서, 프로젝트 공모제를 실시하는데, 이 역시 투명하고 공정한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사내 인트라넷에 새로 하는 프로젝트에 필요한 스페을 올리고 그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자원을 받는 것이다. 경쟁은 어쩔 수 없지만 경쟁의 절차는 투명해야 한다. 그래서 이 같은 과정의 투명성은 특히 중요하다.
3. 상호작용의 공정성
마지막으로 ‘상호작용’의 공정성이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공정성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힘들다. 완벽하게 합리적인 기준과 공정한 절차에 따라 저성과자로 판정 난 사람의 좌절감은 어떻겠는가? 기계적인 공정성보다 인간의 공정성이 우월한 이유는 상황에 맞게 정의를 세울 줄 아는 지혜를 가졌기 때문이다. 인센티브와 승진은 소수의 우수한 인재를 대상으로 주어지는 것이라 어쩔 수 없다. 나머지 성실한 다수를 배려해줄 방법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MZ세대는 어려서부터 존중받으며 자란 세대로 자존감이 한결같이 높다. 이들에게 적어도 ‘존중’의 심정적 배려는 가능하다. 분배의 공정성은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데 효력을 발휘하지만 상호작용의 공정성은 관계 지속에 큰 힘을 발휘한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폴 우드러프(Paul Woodruff)가 한 말은 따뜻한 공정성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식이 아니라 공식을 이해하고 적용할 우두머리다.
알고리즘에는 리더십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정의에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리더십이 없는 공동체에 정의가 있을 수 없다."
(다) 을의 부당함에도 반발하는 밀레니얼
그런데 밀레니얼 세대의 공정성에서 기성세대와 가장 다른 점은 을의 부당함에도 반발한다는 점이다. 밀레니얼의 개인주의는 X세대와 차이가 있다. 이들의 개인주의는 반 권위라기보다 내 이익을 침범당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자기방어와 수호의 성격이 강하다. 이들은 ‘노력의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들에게 냉정하다. ‘공정한 경쟁’에서 승리를 쟁취할 것을 요구한다. 밀레니얼이 통과해온 사회·문화적 배경과 연관이 있다.
이들은 갑의 불의에도 분노하지만 을의 부당함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드러낸 것도 이들이었다. 취업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이들에 대한 역차별이란 이야기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월의식까지 작용하며 보이지 않는 서열화로 발전된다. 골품제처럼 위계를 층층 구분하려는 행태는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강화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자신의 위상을 강화하고자 같은 집단 내에서도 계속 서열을 나누고 분화에 분화를 거듭한다. 경쟁에 내몰린 이들은 벽 깨기보다 벽 쌓기로 문제를 해결한다.
당장 조직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경쟁과 협업의 조화다. 밀레니얼세대는 팀플(팀 공동 프로젝트)과 협업을 일찍부터 경험한 세대다. 큰 프로젝트를 개인이 혼자 수행하기 힘들지만 집단이 나눠서 하면 보다 쉽게 할 수 있다는 시너지 효과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팀플 과제가 떨어지면 제일 먼저 관심을 갖는 일은 “일 못하는 친구를 어떻게 배제하고 불이익을 줄 것인가?”이다.
대학에서 강의할 때 한 번은 팀플로, 한 번은 개인 지필고사로 평가했다. 지필고사는 그렇지 않은데 팀플 평가 이후엔 내부 제보와 문의가 빗발치곤 했다. 가령 이런 식이다. “A는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왜 팀 점수를 똑같이 받나요? 열심히 하지 않은 그 친구와 열심히 한 제가 같은 팀이란 이유로 같은 점수를 받는 것은 불공정합니다.” 자기가 덜 받은 게 문제가 아니라, 덜 노력한 사람이 더 받은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는 학교 밖 취미활동에서도 다르지 않다.
선배세대에게 협업이란 바로 옆에서 동고동락하며 일하는 것을 떠올린다. MZ세대는 프로젝트를 공유하고 필요할 때 온라인으로 교류하는 것을 협업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흩어져 일하고 나중에 합치는 방식이다.
기성세대에게 집단의 개념이 정(情)으로 뭉친 ‘공동운명체’라면, 밀레니얼에게는 역할과 목적, 문화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전략적 제휴, ‘약한 연대의 부족(部族)’이다. 함께 노동요 부르며 모내기를 하지 않더라도, 각자 에어팟 꽂고 할 일을 한 후 성과를 공평하게 나누기만 하면 된다는 뜻이다. 이들은 협업에서 필요한 기본 조건이 끈끈한 연대의식보다 분명한 계약과 규칙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선배세대의 ‘이너서클’은 끈끈한 네트워크가 지표지만 이들에게 ‘인싸(인사이더)'라는 뜻으로,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 인사이더를 세게 발음하면서 다소 변형한 형태로 표기한 것)’는 누구와도 어울릴 수 있는 넓은 확장력이 지표다.
결론적으로 세대간 소통의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상대에게 도움 되는 해결책을 제시하는가?’이다. 그것이 무능과 유능을 가른다. 예를 들어 기성세대는 “요즘 것들은 그까짓 컴퓨터랑 외국어 좀 잘하는 것 가지고 유세 부려.” 하며 혀부터 차고, 반대로 젊은 세대는 “꼰대들은 요즘 세상에 맞지도 않는 옛날 옛적 경험 가지고 잘난 척해.” 하며 불평한다. 이것을 뒤집어보면 어떨까?
선배는 후배에게 “아니, 자네 어떻게 그렇게 일을 빨리 처리했나. 컴퓨터로 뚝딱 대단한데! 다음에 자네 시간될 때 나에게도 그 기술 좀 가르쳐주지 않겠나. 정말 잘했네.” 하고, 후배는 선배에게 “지난번 해주신 지적, 제가 이번 프로젝트를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됐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봐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던데요.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한다면?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호기심이다. 다르게 말하면 상대방의 강점을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밀레니얼 세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소통하는 것, 그것이 새로운 리더십의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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