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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대학 역사의 산증인을 만나다

경영대학 역사의 산증인을 만나다

 

 

아마 이 인터뷰를 보고 반가워하실 분들이 아주 많을 텐데요, 선생님의 요즘 근황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가요?

퇴직하고 일 년 가량은 부모님의 건강이 악화되어 그동안 직장을 다니느라 하지 못했던 자식 된 도리를 하느라 정신없이 살았습니다. 이제 부모님은 제 곁에 계시지 않지만 가끔 부재(不在)의 존재(存在)가 사람 마음을 흔드는 경험을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저의 일상도 정지되다시피 했지만 그래도 새로운 삶에 도전하기 위해 분주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사다난했던 직장생활을 돌아보면 제가 한 인간으로 성장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처음 퇴직할 때 가장 걱정했던 것은 그동안 내가 몰입했던 시간들과 가치가 일순간에 사라지고 무기력감만 남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실제로 그 무력감과 막막함이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에게 온전하게 주어진 시간들이 직장생활 때와는 다른 기회와 선물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그동안 마음속으로만 갖고 있었던 취미생활과 건강을 위하여 운동도 하면서 또 다른 인생을 설계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경영대학과 함께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근무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경영대학에 오래 근무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긴 시간만큼 만난 사람들도 많았고 힘겨웠던 일과 즐겁고 뿌듯한 일도 많았습니다. 그 중 80년대 격랑의 시대에 힘들게 공부해서 졸업한 학생들이 가끔 안부전화도 하고 만남을 이어가는 졸업생들이 있습니다. 살다 보면 나 아닌 타인을 생각하고 챙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잊지 않고 마음을 표현해 주고 찾아 주어서 고맙고 뿌듯하고 소중한 인연이라 생각합니다. 또 연세 드신 분이 젊었던 시절 부득이하게 학업을 중도에 그만두었다가 재입학을 하였는데 힘들게 직장생활을 하시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졸업하는 모습은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제 개인적인 기억 중에서는 교수님들과 과정 교육생, 직원들과 함께했던 여행이 생각납니다. 여행을 하면서 세상 밖 다채롭고 새로운 문화도 경험하고 평소에 나누지 못했던 내면의 감정들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친숙해진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교수님들과 동료선생님들의 응원과 격려를 해 주실 땐 최고의 기쁨과 감동이었고 업무에 대한 보람과 감사함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추억 말고도, 업무를 하면서 힘들고 아쉬웠던 부분도 있으셨을 텐데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지금까지도 제 마음 한편에 진한 아쉬움이 남아 있는 일이 있습니다. 학칙 및 규정이 일부분 공평하지 못하여 어려움을 겪으신 교수님이 계셨습니다. 저 나름대로 부당한 규정에 대하여 본질과 반론을 제기하며 많은 노력을 하였으나 뜻대로 해결되지 못하여 한동안 감정 제어가 어려웠을 만큼 힘이 들었고, 오랜 업무를 하면서 가장 괴로웠던 순간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규정은 개정되었지만 모든 업무는 구두가 아닌 공문이나 이메일로 흔적을 꼭 남겨놓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학생들과 관련해서는 힘듦보다는 안타까웠던 부분들이 더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을 어렵게 입학했는데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마무리를 못 해 학부모가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학부모님들은 저에게 구제방법이 없느냐고 물으시며 눈물을 보이시곤 하셨는데, 그때마다 난감하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학부모님과 같이 마음 아파하면서 학생이 그동안 노력하고 힘겨워했던 상황에 대하여 진실되게 말씀을 드리곤 했습니다. 그 이야기에 학부모님들이 자녀의 힘들고 어려웠던 마음을 이해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안타깝지만 보람이 되기도 했습니다. 업무를 하다 보면 규정 미숙지로 인하여 졸업을 못 하고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학생들 입장에 서서 어떻게든 힘이 되려고 많은 노력을 했었습니다.

 

 

한 직장을 꾸준히 오래 다니신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워킹맘으로 가정생활과 아이도 잘 키우고 직장에서도 인정받는, 일 가정 양립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직장에서는 아이 생각, 집에서는 미처 끝내지 못한 업무 생각으로 이리저리 뒤채이며 힘든 날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업무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의지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업무에 대한 저의 가치는 책임감을 최우선으로 하고 힘든 일은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실행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 속에서 즐거움도 느끼고 업무에 대한 생각과 자세가 긍정적으로 변화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교수님과 학생들에게 행정의 전반적인 도움을 드리고 신뢰받는 직원이 되도록 노력하였고 직원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위해 애썼던 것이 경영대학과 서울대학교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게 된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 서울대 경영대학이란?

서울대 경영대학은 저의 젊음과 인생이 녹아 있는 곳입니다. 제 개인의 단순한 경제적 활동을 뛰어넘어 교수님, 학생들과 기쁨, 슬픔을 함께 나누었고, 일에 대한 보람을 같이 나누었던 인생의 동반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이루어진 내 인생의 열정과 사소하지만 눈부셨던 순간들,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추억으로 늘 함께할 것입니다.


지금도 경영대학을 위해 열일중인 많은 선생님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저는 업무를 할 때 상대방에게 업무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그 마음을 갖고 행동을 하면 상대방도 저에게 어느 순간 마음을 열고 따뜻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열일을 하고 계신 많은 선생님들도 누구를 대하든 항상 부드럽고 성의 있게 대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업무를 할 때는 상대방과의 소통을 생각하고 배려하면서 서로 협력하여 추진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맡은 업무에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늘 학습하고 정진하여 당당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기를 바라며 멀리서나마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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