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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동문칼럼

空間과 文化를 생각하다, 윤기언 동문

空間과 文化를 생각하다, 윤기언 동문

글. 윤기언 동문

52시간 근무제의 정착, 스마트오피스의 확산, 그리고 미증유의 COVID-19가 앞당긴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의 확대는 일터에 대한 일상적인 개념들을 바꾸어 놓기 시작했다. 기업 생태계를 디커플링할 정도로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 노동·사회 환경과 더불어, 어쩌면 너무나도 의도치 않게 갑작스레 맞닥뜨린 선택의 상황을 계기로, 기업과 개인 모두 보다 건강하고 근본적으로는 효과적이며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비대면적 ICT의 발전이 가속화되는 시대, 일과 사람,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환경에 관한 논의는 앞으로도 더욱 다층적이고 심오해질 것이다. 올바른 변화 방향성에 대한 유연한 관점을 견지하면서도, 개인과 공동체를 연결하는 오프라인터전이자 이를 지탱하는 시스템으로서의 공간문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요즈음이다.

 

01 “We shape our buildings; thereafter they shape us.”

 

공간의 의미와 가치, 그 영향력에 관해 한번이라도 고심해본 적이 있다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는, Winston Churchill의 명언이다. 공간은 시간과 더불어 근원적인 존재를 만든다.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공간은 어떤 자극보다도 이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유도하는 힘이 세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어느 곳이 좋은 공간이고, 또 어느 곳이 좋지 않은 공간인지를. 편리하고 아늑하며 적절한 멋과 감각을 제공하는 공간을 경험할 때 사람들은 구체적인 이유를 일일이 열거하기에 앞서 이미 행복한 느낌을 받고 애착을 갖는다. 더욱이, 이 자연스러운 호감을 가능케 하는, 그 배후의 철학과 치열하게 풀어낸 디테일들을 마주할 때 사람들은 진심으로 공감하게 된다. 하나의 공간에는 이를 만든 사람()의 정신과 의지가 깃들어 있기 마련이며, 그렇게 완성된 공간은 다시 그 안에서 형성되는 문화의 양식을 유인하고 결정한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회사는 어떤 기업 문화를 지니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테지만, 그 중에서도 자신의 사무실을 직접 보여주는 것은 꽤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사무실 전반에 어떤 분위기가 흐르는지, 구성원 간 소통은 어디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오피스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그 기업이 지닌 문화를 상당 부분 의미 있게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하는 방식으로부터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상하 관계, 그리고 지향하는 가치에 이르기까지 한 기업의 성격은 오피스를 계획한 풍경에 고스란히 배어난다. 좋은 기업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고민은 그 규모나 유명세에 관계없이 어느 기업에나 존재한다. 필자의 견해로, 좋은 사무환경은 좋은 기업 문화 조성을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으로서 충분히 염두에 둘 만한 요소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좋은 사무환경으로부터 교훈을 얻게 되는 공통의 지점이 있다. 그것은 단지 디자인 트렌드를 좇아 보기에 멋지고 화려하게 만든 공간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깊은 성찰이 녹아들어 자신의 기업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적확(的確)한 공간에서 진실의 순간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브랜드 실체를 조직 구성원들이 우선 내재화하는 내부 브랜딩(이유재 外, 고객가치를 경영하라, 2017)’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부러움의 대상인 사옥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Apple(Campus/Park), Amazon(Sphere), Google(plex), Facebook(Neighborhood) 등도, 일하는 공간의 의미와 가치,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그들만의 오피스를 통해 고유한 業의 본질을 내부 구성원들과 상시 교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 모든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좋은 사무환경의 모범 답안은 없다. 더불어 공존하는 기업 문화의 우리다움이 있어야 한다.

 

지금 오피스를 둘러보자. 우리들의 오피스에는 어떤 기업 문화가 흐르고 있는가?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는 현대인에게 오피스는 더 이상 단순한 일터가 아니다. ‘Work from Home’이 대안일까? 이전의 일상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을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오피스의 의미는 한층 더 균형감 있게 재조명될 수밖에 없다. 사무환경은 물리적 공간의 개념을 뛰어넘어, 조직 구성원들의 자존감(自尊感)을 자극하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증폭하며 건강한 기업 문화를 형성하는 경영 전략으로서의 맥락(Context)을 제대로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업의 본질과 기업의 비전을 체화하고, 자신의 성장을 충실히 지원하는 조직의 진정성이 느껴질 때 비로소 혁신을 위한 동력은 잉태된다(김성수/퍼시스, 사무환경과 조직 유효성의 관계에 관한 연구, 2018). 사무환경은 문화를 만든다. 그리고, 그 문화는 다시 기업을 만든다.

☞ Fortune_Korea_201810

 

02 ‘생각의 정원*1’에서

*1"사람을 생각하고 공간을 생각합니다. 퍼시스를 퍼시스답게 만드는 생각, 생각이 싹을 틔우고 자라고 무성해지고 퍼져 나가는 곳, 여기는 생각의 정원입니다.”

필자가 재직 중인 퍼시스에게 공간의 의미는 매우 각별하다. 공간을 연구하는 기업으로서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스스로의 변화를 촉구하고 사무환경의 본질적인 역할을 체득하기 위해 이른바 공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생각의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난 본사의 로비 공간이었다. 그저 스쳐가는 전형적인 공간이 아니라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모이고 활발하게 소통하는 진짜 생활 공간’, 머무는 동안 업무와 삶에 대한 생각을 일깨우고 에너지를 얻는 영감의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했다. 우리가 만드는 자신의 공간은 그 자체로 내외부 고객들에게 중요한 상징이자 무언의 약속이고자 했다. 아울러, 이미 사내에서 다각도로 추진 중이던 스마트워크환경 구축 작업, 즉 어디서 어떻게 일할 것인가 그 자율적인 선택지를 늘리고자 하는 관점에서도 새로운 로비 공간의 미래상이 함께 모색되었다.

 

기존 로비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던 거대한 시그니처 파사드를 전격 철거하고, 홍보·광고 영상을 반복 재생 중이던 곳곳의 키오스크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신제품과 해외 디자인상 수상 제품을 전시해오던 관행도 과감히 철폐했다. 브랜드 철학을 공유하는 별도의 공간 구성을 검토했으나, 이를 노골적으로 보여주기보다 공간을 통해 전달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최종적으로는 선택하지 않았다. 외벽이 전면 유리로 된 건물의 특성은 최대한 살렸다. 햇살이 비추는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실내로 끌어들이고 앉아서도 외부 조경의 아름다움을 편안히 느낄 수 있도록, 건물의 안과 밖이 단절되지 않은 채 하나의 장소로 자연스럽게 조화되는 공간을 만들어 나갔다. 전체적으로 안락한 우드 마감과 조명, 패브릭 가구를 중심으로, 모바일과 디지털 워크를 위한 아날로그 커뮤니티 공간은 그렇게 탄생했다.

 

퍼시스 그룹의 광고대행사인 TBWA코리아의 박웅현 CCO는 새로운 본사 로비 공간의 콘셉트를 처음 들었을 때 바로 생각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룹의 각 브랜드(퍼시스, 일룸, 시디즈, 데스커, 슬로우, 알로소)와 협업하면서 늘 본질에 대해 생각하고자 하는 기업 문화에 공감해왔다며, 이러한 가치가 널리 확산되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생각의 정원이라 이름 붙여주었다. 천장에는 Paul Cocksedge가 디자인한 ‘Gust of Wind’를 설치했다. 생각을 기록하고 전하는 종이가 흩날리는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작품은, 생각의 정원에서 아이디어가 샘솟고 발현된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유영(游泳)하는 모습을 표현한 듯 보인다. 147개의 시트에 각각 새겨진 Think, People, Space, Culture, Life, Design 18개의 키워드는 고객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핵심 가치로서, 생각의 정원에서 피어날 생생하고 소중한 경험들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

 

새로운 공간이 불러온 변화는 예상보다 컸다.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많은 사람들이 활기차게 시간을 보내고 함께 만나는 공간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임직원들은 바쁜 일과 중에도 잠시나마 여유 있게 생각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의 중요성을 몸소 깨달으며 행복하게 일하는 방식을 스스로 터득하는, 매우 신선한 경험을 하곤 한다. 연말연시가 되면 서로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거나 새해를 소망하고 다짐하는 저마다의 쪽지가 크리스마스트리에 가득 걸리는 등, 전에 볼 수 없었던 자발적이고 색다른 이벤트들도 자주 만들어지고 있다. 공간의 변화로 행동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궁극적으로, 공간은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 의해 완성된다. 사람과 공간이 긴밀하게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공간의 의미는 더욱 깊어간다. 생각의 정원을 시작으로, 퍼시스의 다양한 공간 프로젝트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03 “요즘 친구들은 일하는 게 왜 저래? 우리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 ‘밀레니얼 세대직장인들에 대한 談論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사무환경을 계획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 스스로의 문화를 들여다보아야 하고, 그 출발은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밝힌 바 있다. 다양한 세대가 함께 일하는 오피스, 우리가 일하는 공간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의 문화는 얼마나 자리 잡고 있을까? 1981~94년생을 지칭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인구, 경제, 정치적 영향력 등 여러 측면에서 대한민국 사회의 주축으로 부상하며, 기성세대와는 ‘질적으로’ 다른 그들만의 가치관과 워킹-라이프 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밀레니얼 세대는 ‘소비자’로서의 밀레니얼 세대에 비해 그 인식의 정도가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직원 2명 중 1명이 밀레니얼 세대인 시대*2, 일을 통해 구성원들의 성장을 이끌고 동시에 바람직한 기업 문화를 뿌리내리고자 한다면 조직 내 ‘신인류’를 진지하게 살펴볼 일이다.  *2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핵심 생산 가능 인구 중 밀레니얼 세대의 비중은 2017년을 기준으로 이미 48.2%에 달하고 2025년에는 83.2%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빈국 수준의 가난을 딛고 1인당 3만 불이 넘는 국민소득을 만들어내며 경제적 산업화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베이비부머 세대’와 정치적 민주화 시기에 성장했던 ‘X 세대’에게, 그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이 확연하게 이질적인 밀레니얼 세대의 존재는 낯설기만 하다. 유년기부터 PC와 인터넷 사용이 생활화된 이들은 디지털 매체의 자유로운 활용에 익숙할 뿐 아니라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SNS를 통해 소통하고 경험하며 인간관계를 형성해왔다. 1988년 올림픽 개최,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등 태어나며 습득한 글로벌 감각은 단지 자연스러운 것이고,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을 시작으로 어려서부터 특별히 문화적 문식성(Cultural Literacy)이 높다. IMF 경제 위기, 한일 월드컵과 4강 신화, 미국발 국제 금융 위기 등을 경험하며, 우리나라 밀레니얼 세대에서만 확인되는 보편적 아이덴티티가 형성*3 Cohort Effect되기도 했다.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들의 워킹-라이프 스타일을 추적하고 그 트렌드를 연구하는 작업은 미래 사무환경의 진화 방향에 대한 인사이트를 도출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사무환경 구축이 비단 기성세대에 주어진 과제만은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가 끊임없이 자신의 성장을 추구하며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사무환경은 그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회사, 좋은 문화, 좋은 사무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뻔하지만 가장 중요한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퍼시스 사무환경 세미나 2019’에서는 ‘업무 몰입도를 높이는 사무환경’을 주제로 이에 대한 고민을 고객들과 함께 나누고 그 대안을 소개한 바 있다. 안팎으로 사랑받고 존경받는 기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구체적인 방향성을 가늠하는 데 작은 실마리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 Seminar19_Work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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