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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동문칼럼

인간은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목표가 없어서 실패한다

인간은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목표가 없어서 실패한다

 

나는 멋진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근데 장군의 꿈은 꽃도 피기 전에 산산조각이 났다. 소대장 시절에 수류탄 폭발사고로 오른손을 잃고 말았다. 살아있다는 것이 기적이었다.

앞날이 암담하고 기가 막혀서 살아있는 것이 저주라고 생각했다. 여러 번 죽고 싶었다. 그러나 죽는 것도 쉽지 않은 일. 직업도 없고, 돈도 없고, 오갈 곳도 없는 상태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던 내게 사랑하는 여자 친구가 와서 일어나라고 용기를 주었다. 그 후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마음을 바꿔 먹었다. 살기로 했다. 바로 내 머리 위에서 터진 수류탄 폭발에도 목숨을 살려주신 대에는 하나님의 소중한 뜻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음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나름 삶의 전략을 세웠다. 손이 없으니 주로 입을 사용하면서 살면 불편함이 덜 하지 않을까? 영문과 가자. 그래서 영어를 잘해서 편견이 덜한 글로벌 회사로 가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불철주야 공부해 영문과에 진학했다. 그 후 힘들게 취업한 곳은 애경그룹이었다. 글로벌 준비가 한창인 회사였다. 나는 영어 덕분에 마케팅으로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초기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꾸준한 노력 끝에 마케팅 분야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1992년 미국 다이얼사가 한국에 진입할 때 만 35세로 최연소 중역이 됐다. 입사 동기들보다 12년을 앞서 갈 수 있었다. 손이 없었기에 더욱더 가열차게 일한 덕분이었고, 가난도 단숨에 벗어날 수 있었다.

고사성어에 ‘새옹지마’(塞翁之馬·변방 늙은이의 말이라는 뜻으로 화가 복이 되고 복이 화가 되는 등, 길흉화복의 변화가 잦은 것을 비유하는 말)라는 말이 있다. 60대 중반이 돼서 돌아보니 이 말이 정말 우리 인생에 딱 맞는 것 같다. 25년 전 애경그룹으로 다시 부름 받아 컴백했을 시 장영신 회장님이 나를 불렀다. 내 눈빛을 살피면서 조심스레 말씀하셨다. 중역은 반드시 골프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오른손이 없는 것을 뻔히 아시는 회장님께서 골프를 하라고 했을 때 무척 당황했고 당연히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의 일 추진 능력을 많이 인정했던 회장님은 이윽고 선배 중역에게 전화해서 3개월 뒤에 중부cc 머리를 얹겠다고 했다. 물론 그때는 골프를 어떻게 치는지도 전혀 모르고 머리를 얹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당신은 해낼 것’이라는 말이 계속 머릿속을 떠다녔다. 내게는 뚜렷한 목표가 생겼다. 3개월 뒤 골프의 성공적 입문이다. 누군가 그랬다. 할 수 없어도 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으면 기회는 없다. '우선, 할 수 있다고 말하자. 지금은 할 수 없지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자. 지금 하지 않으면 난 영원히 골프를 못 칠 거야.’ 그 후 새벽에 1시간 연습하고, 퇴근해서 또 1시간 연습, 그리고 저녁 먹고 또 1시간을 연습했다. 처음에는 한 손으로 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불가능은 없었다. 이렇게 하루에 3번씩 꾸준히 연습한 결과 3개월 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애경그룹 골프장에서 머리 얹는 날에 100대 초반을 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데 나는 103타를 쳤다.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인간은 재능이 없어서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가 없어서 실패한다. 그렇다. 백 퍼센트 동감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대학 다닐 때다. 영문과에 들어갔는데 그간 오른손잡이로 살았던 나는 왼손으로 글씨 쓰는 것이 너무 늦고 힘들어 정말 짜증이 났다. 특히, 시간을 다투는 받아쓰기나 장문 필기시험 볼 때는 더욱 그랬다. 그래서 다리를 다쳤으면 글씨 쓰는 데 전혀 지장이 없을 텐데 하필 손을 다쳤을까 원망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또 밖에 나가서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을 보면, 다리를 다쳤다면 불이 났을 때 도망가기 어려우니 다리를 다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싶었다. 그러다 또 글씨가 빨리 안 써져 짜증나면, 왼손이 다치지 하필 오른손이 다쳤을까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특히나 왼손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골프를 못 했을 테니 말이다. 주로 왼손을 많이 사용하는 골프가 아내와 함께 매주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취미니 말이다.

그리고 실제 살아보니 오른손이 없다는 것은 그다지 큰 지장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손도 하나 없는데 일을 빨리 처리한다'고 칭찬 일색이었다. 그 덕분에 나는 진짜 일을 더욱 열심히 하게 됐다. 회사 다닐 때도 아침이 두렵지 않았다. 빨리 가서 일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바쁘게 살다 보면 사실 오른손이 다쳤는지 왼손이 다쳤는지, 심지어 내가 다친 사람인지 아닌지 생각할 겨를도 없다. 언젠가 인터뷰하는데 '정신없이 바삐 살다 보니, 다쳤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다'고 했더니 기자가 막 웃은 적이 있다. 할 수 없을 것 같아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삶의 자세는 일의 성과를 바꾸는 건 물론이고, 사람의 운명까지 바꾼다. 책을 썼다. 베스트셀러가 됐던 '모티베이터'다. 그렇다. 목표를 뚜렷하게 세우고 할 수 있다며 스스로 끊임없이 동기 유발시키는 셀프 모티베이터가 돼서 모두 인생 대성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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