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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장 조성욱 교수의 조언

공정거래위원장 조성욱 교수의 조언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재임하시기까지 어떤 길을 걸어오셨는지 간략하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금까지 교수로서 공정거래, 금융, 재무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했고, 여러 정부기관의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우리 경제의 현안을 폭넓게 경험했습니다.

먼저, 저는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 후, 뉴욕주립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를 거쳐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재직했습니다. KDI 법경제팀에서 재벌에 대한 정부 정책과 경쟁 정책을 연구했고, 특히 IMF 경제위기와 관련하여 낙후된 기업 지배구조가 기업의 수익성을 저하시켰음을 실증적으로 규명했습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경쟁정책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공정거래제도의 개선과 발전 방향에 대해 자문했습니다. 

이후 고려대 경영학과 부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지배구조, 금융, 재무분야의 다양한 이슈를 연구했습니다. 아울러, 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위원회, 기획재정부 공공자금관리기금운영위원회와 연기금투자풀운영위원회 그리고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현재 위원장님께서 가장 관심을 쏟고 계신 분야나 추진하고 계시는 현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제의 디지털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디지털 공정경제의 근간 확립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EU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플랫폼 경제력 집중 현상이 사회 이슈로 부각되면서, 전향적이고 광범위한 규제 도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분야는 혁신이 급격히 일어나는 곳이므로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구축하면서도 이 분야 특유의 역동성을 유지·발전시키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플랫폼은 입점 업체에게 새로운 시장 기회를 열어주고, 소비자에게는 보다 편리한 소비 채널을 제공하여 편의를 제고하는 반면, 당장 우리 시장에서는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갑의 불공정거래와 온라인 소비자 피해 문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불분명한 계약 내용과 높은 거래의존도를 남용한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 전가 등 플랫폼의 입점 업체 대상 불공정행위에 관한 문제 제기와 해결 요청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소비생활에 플랫폼이 미치는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는데, 플랫폼은 중개자라는 이유로 면책돼 소비자 피해 구제에 한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디지털 갑-을 관계를 개선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시장 규율을 마련하고자 플랫폼 분야 입법(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제정, 전자상거래법 개정 등)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플랫폼 분야의 혁신 동력 유지·강화가 디지털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가 되는 만큼, 거대 플랫폼의 불공정행위를 시정하고 혁신경쟁을 유지·강화하기 위한 법 집행과 제도 보완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올해로 두 해 째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재임하고 계십니다. 지금까지 다루셨던 여러 이슈나 사례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었던 것은 무엇인지, 또 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다루었던 많은 제도들과 사건들 하나하나가 우리나라 시장경제를 가꾸어 나가는 데 크고 작은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꼽아본다면, 공정경제 주무부처로서 공정경제3법을 제·개정한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습니다. 특히, 공정경제에 대한 시대적 요구와 경제환경 변화를 반영하여 40년 만에 처음으로 공정거래법을 전부 개정한 것을 뜻깊게 생각합니다. 

또한, 구글 건, 배달의민족-요기요 건 등 시장에 파급효과가 큰 주요 사건을 밤 늦게까지 심의하며 처리한 것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구글이 경쟁 OS 진입과 신규 기기 개발을 막은 행위를 시정한 것은 모바일 시장에서 혁신경쟁을 복원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요기요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배달의민족 인수를 허용한 것은 혁신 생태계의 원활한 작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배달앱 시장에서의 경쟁과 소비자 후생을 보호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더 발전된 모습의 공정거래위원회, 그리고 국내 시장의 경쟁환경을 만들기 위해 위원장님께서 갖고 계시는 비전이나 가치관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공정위는 우리 경제의 ‘정원사’로서 크고 작은 기업들과 소비자 등 다양한 경제주체가 함께 살아가는 생태계를 지키고, 또 가꾸는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원사’의 역할은 시장경제라는 정원에서 기업이 자유로운 혁신과 공정한 경쟁을 통해 번성하고, 또 성장의 과실이 구성원에게 고르게 배분돼 다시 지속적인 성장의 기반이 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선순환이 일어나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조성해 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역할이 요구됩니다. 먼저, 자라나는 작은 나무들이 큰 나무들의 그늘 아래서 고사하지 않도록 돕는 것과 같이 재벌의 경제력 남용을 억제하고, 중소기업·영세 자영업자 등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여 상생의 문화가 우리 경제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태풍·가뭄과 같은 위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튼튼한 기초체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속적인 혁신과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혁신과 경쟁이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의 삶에 기여하는 과실(果實)로 이어질 수 있도록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역할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노력들을 아울러 ‘공정경제’로 지칭할 수 있으며, 공정위는 우리 시장경제 구석구석에서 공정경제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착실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소상공인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할까요?

코로나19 상황에서 가맹본부가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면서, 가맹점주들은 매출이 감소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가맹본부의 온라인 판매 비중과 온라인 전용 상품 비중 등 온라인 관련 정보 공개를 강화했고, 이에 가맹희망자들이 창업 여부를 결정할 때나 가맹점주가 경영 계획을 세울 때 온라인과의 경쟁 상황을 의사 결정에 반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지금까지 가맹점주들이 온라인 판매에 대해 가맹본부와 협의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공정위는 올해 표준가맹계약서를 개정해서 가맹점주들이 온라인 판매 비중, 판매 가격 등을 가맹본부와 협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나아가 갑-을 간의 상생협력 문화가 시장에 단단하게 뿌리내리는 것이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시각에서 공정위는 중소 온라인 유통업체들을 대상으로 대규모유통업법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해 법 위반을 사전에 예방하고 납품업체와 공정하게 거래할 것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공급업자가 온라인 직영점포에서 대리점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경우 대리점이 공급업자에게 공급가격 조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표준대리점계약서 내용을 확대 보급할 계획입니다.

공정거래위원장이 되시기 전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또 교수님으로 학교에서 가르치실 때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재임하실 때 각각 언제 가장 보람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공정위는 경제와 법을 아울러 현실의 구체적인 이슈를 풀어나가는 업무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높은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점은 교수와 유사합니다. 다만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소비자, 관계부처, 국회 등 여러 상대방을 설득하고 소통하는 것이 위원장의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에 이 점에서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더 큰 차이는 생활적인 측면에서 많이 느낍니다. 위원장직을 맡은 후로 저녁형 인간에서 아침형 인간이 되었는데, 아침 9시 이전에 개최되는 국무회의, 정책간담회, 강연 일정 등을 소화하다 보니 생활습관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교수로서는 학생들을 잘 지도해 학생들이 훌륭한 논문을 완성하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하고, 또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학기 초에 비해 학기 말에 성장한 것이 눈에 보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는 국회와 이해관계자 설득 등 어려운 과정을 거쳐 공정경제의 근간이 되는 주요 법안을 통과시켰을 때, 그리고 사실관계와 법리가 복잡한 사건을 잘 처리해 시장질서를 바로 잡는 공정위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경영대에서 교수로 계실 때는 주로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를 이끄신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학생들에게 어떤 것을 가르쳐주고 싶으신가요?

교수 재직 시에는 기업 지배구조에 관심이 많았고, 이에 기업 지배구조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변화된 기업 환경에서 경영진과 이사회의 역할 등을 연구했습니다. 이외에 금융∙재무 분야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IPO 기업 및 부실기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대출 결정 요인 등에 대해 연구한 바 있습니다.

향후 학생들에게는 위원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며 쌓은 지식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세상과 소통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어떤 분야든지 혼자 성과를 내기는 어렵고, 같이 일하는 사람, 이해관계자, 시장 참여자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더욱 실감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성은 기본이고, 유연한 자세로 세상과 소통하는 사람이 뜻한 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꼭 가르치고 싶습니다.

경영대 교수님인 동시에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향후 창업을 통해 자신만의 기업을 직접 키워나가려는 경영대 학생들이 꼭 유념해야 할 것은 무엇일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신기술과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혁신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혁신은 청년들의 무한한 상상에서 시작되고, 많은 경영대 학생들이 창업이라는 담대한 도전을 통해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바랍니다.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학생이라면 세상을 끊임없이 관찰해야 하고, 그 속에서 기회를 포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는 말이 있듯,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파악하고, 재학 중에나 졸업 후에나 자신만의 역량을 꾸준히 갈고닦아 나가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영대 학생들은 공부라는 영역에서 만큼은 노력에 보상이 뒤따르는 경험, 그리고 실패보다는 성공 경험을 더 많이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향한 도전에서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뜻하는 바를 수월하게 이룰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일이 마음처럼 풀리지 않는 상황을 겪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첫 발을 내딛으며 품었던 기대와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냉소는 너무 쉽지만, 그래서 얻는 것은 없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 걸음씩 정진할 때 목표를 다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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