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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교수칼럼

소득수준과 주관적 안녕

소득수준과 주관적 안녕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돈이 행복을 살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주관적 안녕 (Subjective well-being)을 연구하는 학자나 일상적인 대화에서 흔히 논의되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던 대니엘 커너맨과 앵거스 디튼이 2010년에 출판했던 연구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 연구는 1000명의 미국 거주자를 대상으로 2008년 그리고 2009년에 매일의 인터뷰를 통해 450,000개의 답변을 얻어낸 갤럽써베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이 연구에서는 주관적 안녕이라는 것을 두 가지 측면에서 구분을 한다. 첫째는 한사람이 과거를 돌아봤을 때 내 인생에 대한 평가(내 인생이 얼마나 잘 굴러왔는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인생에 대한 평가는 캔트릴의 자가척도 스케일 (Cantril’ Self-Anchoring Scale)에 의해 측정되는데 이 척도는 0이 “가능한 가장 최악의 인생”이고 10이 “가능한 가장 최상의 인생”이며 스스로가 자신의 인생에 대하여 이 척도로 0-10까지 어떤 단계에 있는지를 평가하게 된다. 또 다른 형태의 주관적 안녕이라는 것은 감정적인 안녕이며 이것은 개인이 매일 겪는 경험의 감정적인 특질, 즉 기쁨, 스트레스, 슬픔, 화남, 그리고 애정을 얘기하며, 이 연구에서는 연구참여자들이 그 전날 느꼈던 감정을 매일 물어보고 그것을 보고하도록 하였다. 흔히 이 두 가지 측면이 따로 연구된 것과 달리 이 연구에서는 두 가지를 함께 측정한 것이 주목할 만한 점이다.

이 연구는 소득수준이 이 두 가지 측면의 주관적 안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나누어 보았으며 결론을 말하자면 소득수준의 증가는 인생에 대한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감정적 안녕(또는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좀 더 복잡한 형태를 띠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림 1에서 보이는 것처럼 인생에 대한 평가는 위에서 얘기한 캔트릴의 인생에 대한 자기 자신의 평가 척도를 얘기하는데 소득수준이 만 불에서 십육만 불로 증가함에 따라 인생에 대한 자기평가는 함께 증가함을 보여준다. 즉 소득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본인이 하는 인생의 평가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을 보여준다. 다른 세 개의 선은 감정적 안녕 또는 행복에 대한 것이며 긍정적 감정, 우울하지 않음 (우울함의 역코딩), 스트레스 없음 (스트레스의 역코딩)이다. 이 세가지 감정적 안녕은 날마다 측정되었으며 흥미롭게도 소득수준 만 불에서 대략 칠만오천 불까지는 꾸준히 증가하다가 칠만오천 불이 넘어서면서부터는 소득이 아무리 증가하여도 이러한 감정적 안녕이 증진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1

 

그렇다면 소득수준을 향상하는 것 이상으로 이러한 감정적 안녕 또는 행복을 향상시키거나 저해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하여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저해요소를 찾아내었다. 응답자의 질환 존재 여부(고혈압, 고콜레스테롤, 심근경색, 당뇨, 천식, 암, 그리고 다른 만성질환에 대한 진단 여부), 두통 여부, 하루를 혼자 보냈는지 여부, 그리고 흡연 여부의 네 가지 요소는 이러한 요소가 있었을 때 감정적 행복을 저해하는 정도가 소득수준이 감정적 행복에 미치는 영향에 비해 대략 1배에서 크게는 9.8배 정도까지의 나쁜 영향을 미침을 발견하였다. 특히 스트레스와 관련해서는 돌봐야 하는 가족이 있거나, 키워야 하는 자녀가 있거나, 교육 수준(대학 졸업)이 높을수록, 여성이거나, 그리고 의료보험이 없는 경우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는 것이 발견되었다.

소득수준에 비해 감정적 행복을 더 향상시킬 수 있는 요소로서 그날의 감정적 행복의 평가가 주말의 느낌에 대해 이루어졌나의 여부인데, 일반적으로 주말에는 스트레스가 부재하고, 긍정적인 감정이 더 많음을 확인하였다. 소득수준에 비해서는 효과가 덜하지만 주말효과는 우울감도 줄인다. 이 결과는 일 이외의 레져타임이 많을수록 감정적 행복이 향상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60세 이상의 사람들이 소득수준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정도보다 더 크게 스트레스를 줄이고, 소득수준보다 덜 영향을 미치나 다른 감정적 행복(긍정적 감정 그리고 우울감)에도 향상요소로 작용함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종교적인 사람들이,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겪는 효과 이상으로 더 긍정적 감정을 더 경험하고 스트레스 레벨도 더 적음도 발견되었다. 이러한 감정적 행복의 저해 그리고 향상요소를 필자가 표 1로 정리해 보았다.

 

표1

 

흥미로운 것은 기혼일 경우 감정적 행복에 긍정적 영향을 그리고 이혼을 한 경우나 비만인 경우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는 하나 이 영향들은 소득수준이 주는 영향보다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즉 그림 1에서 보는 소득수준의 향상이 감정적 행복을 증진하는 데 한계를 고려하고라도 여전히 소득수준의 향상을 꾀하는 것이 미혼, 이혼, 그리고 비만에서 벗어나려는 것보다 삶에 대한 자신의 평가향상은 물론이요, 일상의 감정적 행복을 꾀하는데도 더 나은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이 행복을 살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우선 자신의 삶을 돌아봤을 때 얼마나 성공적이냐의 평가에는 나의 소득수준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과연 소득수준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득수준은 본인의 경력상 성공 그리고 사회경제적 성공을 의미하기 때문에 내 삶에 대한 평가에 대해 스스로 만족하려면 소득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듯 보인다. 이러한 성공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 특히 교육과 새로운 기회에 대한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 커너맨의 연구에서 교육수준은 소득수준보다 긍정적 효과가 높진 않았으나 인생의 평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로 판명되는데 이는 그 효과가 이미 소득수준의 효과에 의해 매개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교육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본인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기회에 대한 투자. 그리고 경력상의 성공 이외에도 자본이익을 꾀하는 자본투자에 대한 학습도 계속해서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삶에 대한 행복은 인생에 대한 평가 이외에도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적 행복 (긍정적 감정, 우울함, 스트레스 등)도 중요하며 일정 소득이 되면 (대략 미화 2010년 이 연구가 출판되었을 당시 칠만오천 불,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2021년 현재 불이 되며 이는 원화로 대략 일억일천이백오십만 원 정도 된다) 소득을 높이는 것으로 감정적 행복을 향상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러한 감정적 행복을 이루기 위해서는 건강을 유지하여야 하며, (꼭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일상을 함께 할 사람들이 있으며, 흡연에서 멀리하여야 하는 등, 건강과 함께 친구와의 관계 등 외롭지 않은 삶을 가꾸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가족이 있거나 키워야 하는 아이들이 있을 경우 이런 것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인생이지만, 모든 이가 행복하진 못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자신을 위하여 또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하여 소득향상을 하는 것이 곧 인생의 행복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커너맨과 디튼의 연구는 교육과 기회 향상을 통한 경력상 그리고 사회경제적 성공을 통하여 소득이 향상될 때 우리의 인생에 대한 평가가 좋아질 수 있지만, 그러한 효과가 일정 수준의 소득수준 이상에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에 있어, 그리고 일상의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신의 행복을 위해서 소득수준을 높이는 것은 중요해 보인다. 그러나 또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기 위한 노력도 그에 못지않게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커너맨과 디튼의 연구를 단순히 행복을 결정짓는 데 있어 소득수준의 한계를 짚은 연구로만 해석하는 것은 무리인 듯하다. 왜냐하면 인생에 대한 평가와 감정적 행복은 서로를 대체할 수 없어 보이며 인생에 대한 평가는 오랫동안 꾸준한 투자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건강한 삶과 좋은 대인관계 또한 건전한 습관과 한결같은 마음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인생에서의 행복이 마음먹은 것처럼 쉽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이루어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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