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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상경제 전문가 여한구 동문 인터뷰

국제통상경제 전문가 여한구 동문 인터뷰

 

통상교섭본부장으로서 무슨 업무를 담당하시는지, 어떤 경력들을 거쳐 통상교섭본부장이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통상교섭본부장(Minister for Trade)은 대한민국의 통상대표로서 통상정책 수립 및 총괄, 외국과의 통상교섭, 수출입, 무역 안보, 외국인 투자에 관한 업무 등을 총괄하는 자리입니다. 예를 들어, 세계무역기구(WTO)/경제협력개발기구(OECD)/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G20 통상장관회의 등 글로벌 통상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 한국을 대표하여 참석하고, RCEP, CPTPP 등 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이행에 관한 사항도 담당합니다. 돌이켜 보면 저의 경력에서 크게 세 번의 터닝포인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외환위기 당시 기업구조조정 등의 산업정책 경험을 한 후 처음으로 한국을 떠나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과 비즈니스스쿨에서 글로벌 인재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향후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기 위한 기본기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세계은행그룹 국제투자공사(IFC)에 4년간 근무할 당시 처음으로 국제기구에서 세계인들과 일하고, 프로젝트 리더로 수많은 개도국에 출장을 다니면서 그들의 경제성장과 개발을 위해 한국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한국을 떠나 보니 오히려 한국의 과거, 현재, 미래가 더 잘 보였습니다. 이때의 국제 개발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은 왜 신발 대신 휴대전화를 선택했는가'라는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세 번째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워싱턴의 주미 한국대사관의 상무관으로 일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를 폐기하려는 것을 막으며 한미FTA 개정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경험이었습니다. 그 당시 미 의회에서 한미FTA 폐기를 막기 위해 함께 노력했던 캐서린 타이도 바이든 정부의 USTR 대표가 되면서 그 당시 쌓았던 상호 간의 신뢰와 긴밀한 네트워크가 현재 한미 양국 통상 수장으로서 다양한 일을 함께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공직 진출을 결정하신 건지 학부시절 본부장님의 진로 고민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학부시절은 진로와 관련 고민이 많은 시기입니다. 저는 6.25 전쟁 때 학도호국병으로 입대해 평생을 장교로 보내시며 투철한 국가관과 공복의식을 중시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공직 진출, 특히 경제부처 공무원으로의 진로는 그리 어렵지 않게 일찍 결정했습니다. 과거 경제기획원, 재무부, 상공부의 트로이카 부처 장관을 모두 거치셨던 상대 선배님이 경제기획원은 명예롭고(honorable), 재무부는 힘이 세고(powerful) 상공부는 다채롭다(colorful)고 하셨던 것처럼, 경영학도에게 기업과 정부의 접점, 수출입국과 주도면밀한 산업정책으로 경이로운 경제성장의 기틀을 놓았던 상공부는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와 비교해 지금은 한국 경제, 특히 민간기업이 크게 성장했으며 세계 1, 2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해야 할 우리 후배들에게 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공직 생활을 하시면서 서울대 행정대학원, 하버드대 MPA(행정학 석사) 및 MBA(경영학 석사)를 취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가 공직을 시작한 1993년 전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출범과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 WTO 체제 출범 등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흐름이 전 세계를 지배했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국내적으로도 쌀 개방 논의 등이 이슈화되면서 어학능력과 협상 스킬, 그리고 국제적 네트워크를 겸비한 통상전문가 양성의 필요성이 강조되던 때였습니다. 행정대학원은 행시 합격 후 연수를 받으며 다녔고, WTO 체제에 따른 중소기업 개발지원제도 개편 필요성에 대해 최병선 교수님의 지도하에 논문을 작업했었습니다. 공무원으로서 유학 기회를 얻었을 때 저는 그때까지 선배 공무원들이 대부분 선택했던 경제학박사 학위보다 보다 실용적인 전문 프로그램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 정부 내에는 미국 유수의 대학에서 훌륭한 교육받은 경제학박사들이 있었지만, 실제로 월스트리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글로벌 기업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등에 대해 실제 경험과 통찰력을 가진 경제관료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배웠고, 글로벌 기업과 시장을 배우기 위해 하버드 케네디스쿨 MPA를 마치고 다시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 입학해 MBA 과정을 마쳤습니다. 특히,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리더를 교육시킨다'는 하버드 MBA의 교육철학과 전 세계에서 모인 글로벌 인재들과의 MBA에서의 케이스 방식 수업은 제게 큰 성장의 자양분이 되었고, 세계를 향해 새롭게 눈을 뜨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버드 MBA의 경영수업'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협상을 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시는 것과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의 입장을 고수하며 협상을 깨는 것은 쉽습니다. 협상가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은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양측에 윈윈이 되는 딜(deal)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바다 위에 떠다니는 빙산만 봐서는 안 되고, 바닷속에 숨겨진 더 거대한 부분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딜의 열쇠는 바닷속에 숨겨진 부분에서 찾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협상 테이블에서 나오는 상대의 입장이 어떤 배경과 구조하에서 나온 것이고, 어떤 제약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우리 입장을 반영하면서 상대가 수용할 수 있는 절충점(landing zone)이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한 창의적인 사고와 솔루션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협상 상대와의 다각적인 소통과 협의를 통해 상대의 진의를 '읽을 수 있는 것'이 필요하고, 상호 간에 윈윈이 되는 딜을 만들자는 진정성을 가지고 상호 간의 인간적인 신뢰를 쌓아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국가와 국가 간 통상협상이라는 것은 양국의 통상당국뿐 아니라 국회, 업계, 일반 국민 등을 모두 포함하는 다면적인 고도의 복합방정식이므로 단순한 협상 스킬이나 수법(tactics)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장기적이고도 전략적인 견지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문 후배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30여년간 외국 정부와의 통상협상 및 경제협력 업무를 하다 보니 최근 들어 국제무대에서 확연히 달라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 선진국이 한국과의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첨단기술과 산업 분야의 협력 없이는 자국의 공급망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인식하에 한국과의 협력을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이제 Made in Korea는 유행을 선도하는 고품질의 쿨한 Korea Premium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강남스타일, BTS,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와 아이디어, 소프트파워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한국의 제품, 문화, 사람들에 세계인들이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사회로 나가서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어 갈 우리 후배들에게 어느 분야에서건 이제는 '세계 속의 한국인'으로서 글로벌 리더로서 생각하고, 행동하고, 계획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세계사에 유례없이 초단기간 내에 이뤄낸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경험을 지닌 우리에게 많은 나라들이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리더쉽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후배 여러분들은 기업과 정부, 학계 어디에서 활약하든 세계를 리드하는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의 지식은 더 깊어져야 하고, 우리의 사고는 더 넓어져야 하며, 우리의 전문성도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고 세계를 석권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여러분들은 갖고 있으며, 부단한 노력과 다양한 글로벌 경험을 통해 이를 발현시켜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격 제고에 기여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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