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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동문칼럼

한국 경제에서 가장 "고갈"되고 있는 것은?

한국 경제에서 가장 "고갈"되고 있는 것은?

 

1. 고정수입원 고갈과 뇌의 고갈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고갈”이란 “바닥이 들어날 정도로 바싹 마른 상태로서 무엇인가가 극심하게 부족한 상태”를 의미한다. 영어로는 exhaustion 혹은 depletion으로 표현한다. 개인의 생활도 그렇고 기업경영이나 국가경제도 그렇고 무엇인가가 너무 많아서 문제되는 경우도 있고 너무 부족해서 문제되는 경우도 있다. 부족한 것의 극단적 경우가 고갈이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사회와 경제에서 가장 고갈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경제적인 관점에 초점을 맞추면 “고정적인 수입 원천의 고갈”이 대표적인 고갈 현상이다. 여기서 “고정적”의 의미는 금액이 확정되어 있다는 것과 더불어 획득 시기가 주기적으로 고정되어 있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수입이 확정적(fixed)이고 주기적(periodic)이지 못하면 즉 수입 금액과 수령 시기가 들쑥날쑥하면 생활이 안정적일 수가 없다. 현재 생활은 물론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기도 힘들다. “고정수입원의 고갈”은 “경제적 고갈”을 야기하기 쉽고 이런 “경제적 고갈”은 여유 없는 초초함 즉 “뇌의 고갈”을 유발한다. “뇌의 고갈”은 사람들을 한탕주의나 황당한 투기에 쉽게 빠지게 만든다. 현재 한국사회의 젊은이들에게서 쉽게 관찰되는 현상이다.

 

2. 고정수입원 고갈의 원인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고정수입의 원천이 고갈되고 있다는 것은 10년, 20년 전 과거에 비해 예금금리가 낮아졌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와 경제시스템 곳곳에서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수입원천이 사라지고 있다는 포괄적 의미다. 개인의 수입원천이란 차원에서 현재 경제상황을 과거와 비교해 보면, 안정된 직장에서 받는 고정적이고 주기적인 수입원(예: 월급 형태의 수입)이 급격히 줄었다. 직업의 안정성 하락 이외에도 노후에 받는 연금의 특성도 국민연금을 제외하고는 확정급부(DB)형이 거의 다 사라졌다. 저축하면 받을 수 있는 예금금리도, 최근에 인플레통제를 위해 기준금리가 상승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저금리 상태를 벗어나자 못하고 있다. 고정적인 수입원으로서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크다는 말이다. 이상의 문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젊은 세대의 경우에는, 청년실업률 자체는 기술적으로 높지 않지만 과거에 비해 안정적인 직장을 잡지 못하는 비율이 높고 이직률도 높다. 30대 미만의 경우 5명 중 한명은 직장을 옮겼다(2020년 기준). 즉 이직률이 20%을 초과한다. 둘째, 문제는 젊은 세대에게 만 있는 것이 아니다. 노령 세대가 받는 연금의 경우에도, 국민연금을 제외하고는 은퇴 후 확정된 금액을 받는 확장급부형(DB) 연금 비중은 하락하고 개인이 위험을 부담하는 확정갹출형(DC)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노후 연금에서도 현금흐름의 확정성을 보장받기 쉽지 않다. 셋째, 세대와 관계없이 금융상품 차원에서 보면, 은행에 저축하면 받을 수 있는 예금 금리는 급격히 떨어지는 추세다. 최근 급증하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기는 하지만, 제로금리에서 벗어나는 정도이지 10년 전, 20년 전, 30년 전과 비교하면 금리수준이 미미하다. 

은퇴하신 분들 입장에서는 예금금리를 통해 생활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해졌고,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저축을 통해 미래를 계획하는 것이 지극히 어려워졌다. 기준금리가 급상승한 2022년 7월 현재 1년 만기 예금금리는 3% 정도인데 팬데믹 시기인 2020년에는 1% 미만 즉 0.8-0.9%까지 떨어져 사실상 제로금리에 가까웠다. 10년 전인 2010년대 초에는 4% 정도, 20년 전인 2000년대 초에는 1년 만기 예금금리가 6% 정도, 30년 전인 1990년대 초에는 14% 정도, 40년 전인 1980년대 초에는 17% 정도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80년대 초는 필자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인데, 아르바이트로 고등학생을 가르칠 때 학생의 어머님이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1년 후 과외비를 인상해 준 기억이 난다. 물론 예금금리 수준은 당시의 경제성장율과 인플레 정도를 반영한다. 하지만 개인들의 의사결정과정에선 명목금리 자체가 의미 있는 경제변수가 된다. 1년에 예금을 하면 15% 이자를 주던 시대와 3%를 주는 시대는 저축과 예금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저축 안하고 투자 심지어 투기만 한다고 MZ세대를 비난만 할 수만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끝 없이 추락하고 있는 출산율(2020년 기준 0.84명) 역시 고정수입원이 고갈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의 “최적반응(best response)”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3. 고정수입원 확대는 새로운 시대정신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고정적인 수입원천의 고갈”은 대표적인 고갈 현상이고 한국사회와 경제에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 문제는 고용, 직장, 노후 연금, 자산, 금융상품 등 다양한 사회 및 경제변수들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차원에서 해법을 찾아 볼 수 있지만 일단 금융 차원에 초점을 맞추어 보자. 금융(finance)은 그 어원이 final, finish, finale 등과 같다. 즉 금융의 본질은 최종적인 목적달성(혹은 문제해결)이다. 금융의 핵심기능은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해 위험을 최적으로 나누는(risk sharing) 것이다. 과거 20년을 돌아보면, 은행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대폭 강화되었다. 경제가 흔들릴 때면 항상 부실의 대명사였던 금융사의 건전성과 안전성제고는 그 당시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 정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지고 시대정신도 달라졌다. 작금의 “시대정신”은, 금융회사들이 과거보다 조금 더 위험을 더 부담하고 특히 개인금융소비자들에게 고정적인 수익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품을 설계해 상품화할 수 있는 금융회사는 보다 “금융회사스럽게” ESG(특히 S)를 행하는 것이요 동시에 미래 금융의 승자가 되는 기반을 닦는 것이기도 하다. 국가경제적으로 절실히 요구되는 금융상품인 만큼 정부도 금융회사의 다양한 고정수익상품 개발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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