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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동문칼럼

플랫폼 산업과 무형경제 시대

플랫폼 산업과 무형경제 시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네이버 시가총액이 48조에 도달하여 현대차 48조와 같은 수준이 되었다. 현대차는 10년전보다 주가가 거의 못오른 반면 네이버는 5배가 올랐기 때문이다. 또한 카카오 시가총액도 35조원으로 POSCO 25조를 크게 앞서고 있는데, 역시 POSCO 주가가 10년전에 비해 반토막 나는 동안 카카오는 5배가 올랐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자동차 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 특히 제조업의 성장과 수익성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각종 디지털 데이터, 전자 상거래, 각종 서비스 산업 및 바이오 등의 무형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최근 10년 동안 한국과 미국의 경제 성장을 둘러 보자. 10년 전, 전통 제조 강국인 대한민국은 GDP 1.17조 달러에서 1.59조 달러로 +36% 성장했다. 같은 기간 미국 GDP 14.7조 달러에서 20.8조 달러로 +41% 성장했다. 1960년대부터 2000년까지 급성장해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보다 최근 10년 동안 덩치 큰 미국이 더 빠르게 성장했다는 것은 사실 놀라운 일이다. 왜 이런 역전극이 벌어진 것일까?

성숙 단계에 이른 미국의 이런 고속 성장에는 제조업이 아닌 무형 경제를 이끄는 플랫폼 사업이 근간이 되고 있다. 최근 신문과 방송에서 이러한 플랫폼에 다양한 애칭을 붙였다. 2018년부터 MAGA(Microsoft+Apple+Google+Amazon)라는 단어가 신문 지상에 오르내렸고, 그 이후 FAANG(MAGA+페이스북+넷플릭스)이라는 단어가 쓰였다. 작년부터는 혜성처럼 등장한 테슬라를 포함한 MAGAT가 유행어가 되었고, 최근에는 미국의 1~5등을 포함하는 MAFAA(MAGA+페이스북)가 널리 쓰이는데, 테슬라를 포함하는 상위 6개 회사의 시가총액은 무려 8조 달러에 달한다.

조 달러? 이게 얼마나 큰 수치일까? IMF 통계에 따르면, 금년 일본 GDP5조 달러, 영국과 프랑스를 합치면 5.2조 달러인데, MAFAA는 이를 훨씬 넘어서는 시가총액을 자랑한다. 한국 GDP 1.6조와 비교하면, 거의 5그리스 GDP 0.2조 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40배 되는 엄청난 금액이다. 애플 한 기업의 시가총액이 무려 2.2조 달러로 한국 GDP보다 크고, 애플 하나를 팔면 한국 KOSPI+코스닥 상장기업 전체 2.1조 달러를 다 사고 남는다. 2008$60에 불과하던 아마존 주가는 무려 $3,200으로 53배나 올랐고, 시가총액 1.6조 달러로 한국 GDP와 같다. 인류 역사 1000년 동안 수많은 제조 기업과 국가 산업이 만들지 못했던 엄청난 가치를 이들 플랫폼 기업은 불과 10년 만에 무에서 유를 창출해 냈는데, 엄청난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땀 흘려 만든 50년간의 한강의 기적도 어쩌면 미국의 10년 성과 앞에 초라해 보인다. 그래서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플랫폼 비즈니스

그러면 10년간의 미국의 기적이 튤립버블이나 동인도회사와 같은 일시적 버블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과연 정당한 미래 부가가치를 반영하는 숫자인가? 이런 미국 산업의 성장 원동력은 자동차, 철강, 기계, 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의 부활이 아니라 주로 무형 플랫폼(Platform) 비즈니스의 창출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면 플랫폼이란 무엇인가? 플랫폼은 무형의 서비스와 인프라를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것으로, 전자상거래, 콘텐츠, 클라우드, 헬스케어, 자율주행차와 같은 서비스 산업, 그리고 인공지능, 하드웨어, 모바일, 데이터센터, 인터넷과 같은 인프라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미국 MAFAA 기업들의 플랫폼과 서비스를 살펴보자. 특히 최근 2년간 MAGA 기업들은 전사적 노력을 쏟아부어 클라우드(Cloud)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쳤다. 최근 우리나라 대기업과 IT회사, 심지어 중소 제조업체들까지 MAGA 기업들이 운영하는 클라우드에 엄청난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클라우드는 미래 100년 이상 기업과 개인의 데이터가 모두 담길 엄청난 보고이다. 우리가 피땀 흘려 제조하고 수출해서 남는 쥐꼬리만한 이익에 비하면, 클라우드는 초기 기술 개발이 어렵고 방대한 시설 투자가 들어가지만, 그 이후에는 베짱이처럼 편안하게 수십 년간 돈을 쓸어 담기만 하면 된다. 클라우드 사업은 최고의 무형 플랫폼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높은 장사가 아닐 수 없다. 또한 MAGA 기업들은 클라우드 이외에 공통적으로 헬스케어 사업과 데이터 사업을 비중 있게 육성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아마존을 단순히 전자상거래 회사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여전히 아마존 매출의 77%는 상거래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영업 이익의 절반 이상은 AWS(Amazon Web Service)에서 발생하고 있다. AWS는 매출액의 11% 불과하지만 이미 핵심 캐시카우로 자리잡으면서 전자상거래보다 훨씬 더 큰 미래 부가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아마존 헬스케어, 아마존 프라임 등의 다양한 서비스가 자리 잡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아직도 윈도우 및 오피스 SW 판매 회사로 알고 있는가? 마이크로소프트 매출은 기업 33%, 개인 36%, 클라우드 31%로 구성되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Azure도 미 국방부 클라우드를 수주하는 등 AWS와 더불어 글로벌 클라우드의 쌍벽을 이루고 있으며, 윈도우, 오피스를 훨씬 뛰어넘는 미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또한 헬스케어, 게임 등 분야에서도 선방하고 있다.

구글(Google, Alphabet의 자회사)은 여전히 구글 검색이 글로벌 1위로 60%를 차지하고 있고, 유튜브 광고 매출이 9%이지만, 역시 구글 클라우드가 글로벌 3위로 미래 가치를 크게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알파벳 헬스케어, 웨이모 자율주행, 구글 네트워크 등의 서비스를 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 웨어러블 등 제품 매출이 전체 매출의 82%를 차지하고 있어 언뜻 제조업체로 보이지만, 사실상 애플의 2조 달러 시가총액에는 미래 서비스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애플 제품의 핵심인 iOS는 경쟁업체 대비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고, 앱스토어, 애플 뮤직, 애플 페이, 애플케어, 아이 클라우드, 애플 TV, 애플 아케이드, 프로젝트 타이탄(자율주행), 애플원(Apple One) 구독 서비스 등 폭넓은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무형경제 시대의 한국 기업들의 미래 사업 전략

미국은 1992년대 전후로 GDP 중 무형 자산 투자 비중이 유형 자산 투자 비중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무형 자산이란 소프트웨어, R&D, 문화 예술 저작권, 디자인, 브랜드, 교육 훈련, 조직 자본, 네트워크 설계 등을 포괄적으로 포함하는 개념이다.

과거 20년간 미국 S&P 상위 기업은 제조 기반인 IBM, GE, Exxon Mobil, P&G, Coca-Cola 등이 상위권에 위치했지만, 현재는 무형경제를 주도하는 MAFAA가 1위~5위를 장악하고 있다. 제조업체는 큰 차이로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의 무형 자산 비중은 얼마나 될까? 애플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지난해 회계상 기록된 무형 자산은 제로(0)다. 따라서 회계상에 표시되지 않는 기업의 무형 자산 가치를 추정해 볼 필요가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시가총액]-[총자산-총부채-공표된 무형자산] 수식을 이용해 개략적으로 공표되지 않은 무형 자산의 가치를 추정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계산된 애플의 무형 자산은 시가총액의 95% 수준이다. 

한국은 전체 산업의 매출이 제조업에 80% 이상 편중되어 있고, 대기업의 무형 자산 비중은 미국 대비 절반 수준인 16%에 불과해 여전히 유형 경제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무형 자산 비중은 60%에 수준이지만, 현대차, POSCO 등 대다수 우리나라 제조 기업은 회계적, 비회계적 무형 자산 가치를 거의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우버는 차량 없는 운송업을 운영하고, 에어비앤비는 부동산 없는 숙박업을 운영한다. 이처럼,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우리나라 사람들도 새로운 아이디어에 도전한다면 기존 제조업 기반에 더하여 더 큰 무형경제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은 큰 사업 분야에서의 대규모 혁신을, 벤처기업은 창의적이고 새로운 분야에서 과감히 도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제조업에 한정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경쟁이 적고 안정된 현금 흐름을 누릴 수 있는 서비스와 인프라 매출 비중을 늘려 나가야 한다. 글로벌 플랫폼과 직접 경쟁하기는 어렵지만, 단기적으로는 제조업을 캐시카우로 현금을 벌면서 우선 제조업에 부가된 무형 서비스를 창출해야 한다. 애플이 아이폰을 팔면서 무형 자산 가치가 제조보다 크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의 사용자 기반과 인프라를 최대 활용해 구독 서비스, 결제 서비스,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늘려나가고, 또한 지역적으로도 국내에 한정하지 않고 해외 사용자 기반을 확충할 수 있도록 도전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미래 변화를 선점할 수 있는 새로운 무형 산업을 파악하고 여기에 연구 개발과 투자를 늘려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해 내야 한다.  

한국 기업도 조금 늦었지만 클라우드 시장을 일부라도 확보하면 좋겠다. 삼성 클라우드, 네이버 클라우드, 카카오 i클라우드가 있지만 현재보다 좀 더 진화할 필요가 있다. 네트워크 기술, 보안, 사용자 편의 등에서 개선해서, 국내 점유율도 높이고 해외 진출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우리 기업이 MAFAA처럼 글로벌 멀티 플랫폼과 직접 경쟁하기에는 지역적 제약, 인구와 시장 규모의 차이, 기술 및 브랜드의 격차로 대등한 경쟁은 어렵다. 그러나 로컬 플랫폼으로 네이버, 카카오 등이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해 온 것처럼 대기업들도 같은 분야에서 노력해야 한다. 특히 네이버 Line이 일본과 동남아 등 지역에서 널리 쓰이는 것은 한국의 영역을 넘어서 해외로 확장도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넥슨을 비롯한 게임 분야도 일본과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벤처기업을 시작하는 젊은이라면 네이버와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멀티 플랫폼이 아니더라도 심플한 아이디어를 살린 로컬 싱글 플랫폼이라면 도전해 볼 만하고, 유니콘으로 키워 나스닥 상장을 노려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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