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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동문칼럼

미래 고속도로, 플랫폼 비즈니스 공간으로 진화

미래 고속도로, 플랫폼 비즈니스 공간으로 진화

 

글. 박양흠 동문

 

고속도로는 이제 새로운 가치와 역할을 찾아야 한다. 경부고속도로 개통 이후 벌써 5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우리나라 국가 경제발전의 초석이 된 고속도로에 대한 대내외 높은 평가는 한국도로공사에 몸담고 있는 필자에게도 무한한 자긍심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4차 산업시대에도 과연 이러한 평가가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 이유는 미래 사회에서 경제발전이라는 가치가 과거에서처럼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만이 아닌 공공의 가치가 강조되는 시대, 사회적 기여에 대한 기업의 가치가 중요시되는 시대에서 우리는 고속도로의 새로운 가치와 역할을 찾아내야 한다. 특히 고속도로는 유료로 운영되는 도로이기에 도로이용자의 새로운 요구에 부응함으로써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모든 교통기업은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플랫폼(Platform)은 매우 익숙한 단어 중의 하나이다. 사전적인 의미인 기차역의 승강장이라고 생각하는 현대인은 이제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플랫폼의 의미는 사람과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의미하여 인터넷과 같은 가상공간도 이에 포함된다. 이들은 단순히 그냥 모이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목적을 갖고 각자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플랫폼에 모이며, 이들에게는 수요자와 공급자라는 역할이 주어진다.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서 생산적 활동을 하는 공간을 우리는 플랫폼이라 부르며, 정보화 시대에 모든 기업은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언택트 시대에 맞추어 물리적 공간이 아닌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 플랫폼이 더욱더 각광받는 시대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고속도로 또한 플랫폼 공간으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의 고속도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이 아니며, 더욱이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는 공간도 아니다. 단순히 안전하고 빠른 이동을 지원하는 교통시설의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이제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정보화시대에 인간이 정보환경에 노출되지 않은 상황은 오로지 수면중이거나 운전 중일 때라는 말이 있다. 미래의 운전자는 운전에서 해방되어 자율주행차라는 정보 디바이스를 통해 이동 중에도 사회적 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결국 이들이 이용하는 도로라는 공간은 사회적 활동공간으로 변모하게 되며, 도로는 이러한 활동들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게 될 것이다. 미래 고속도로는 이러한 사회적 활동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플랫폼 공간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로서의 한국도로공사 미래상 (출처 : 한국도로공사, KMAC)

 

고속도로 이용자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기능부터 확보해야 한다. 현대의 모든 기업은 고객과의 교감을 가장 중요시한다. 그러나 고속도로라는 공간이 이용자와 교감을 갖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 AI, IoT, 5G 등 첨단 IT 기술을 활용하여 이용자와 실시간 교감이 가능한 정보환경의 구현이 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를 활용하여 도로와 차량 간 실시간 정보교류가 가능한 Cooperative(협력적) 첨단교통기술을 도입하여 무사고·무정체라는 고도의 이동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또한 자동차사와 통신사와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를 준비해야 한다.

 

도로와 자동차가 교감하는 자율협력주행도로 (출처 :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현대자동차, SK 등 IT업체들은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회사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즉 AI, IoT, 5G와 같은 첨단 IT기술시대에 맞추어 이동 중인 교통수단 내에서 형성되는 쇼핑, 여가, 업무 등의 다양한 정보서비스 및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는 단일 분야의 기업이 단독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여러 기업이 연합하여 개발해야 한다.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공익과 공공성 확보를 위해 민간기업과 협력하고 이들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문화적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병행해야 한다. COVID-19 이후 우리 사회는 너무나도 많은 변화가 있었으며 지금도 진행중에 있다. 사회적인 충격도 그렇지만 사회 활동의 트렌드를 완전히 바꾸는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구글 모빌리티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수도권의 경우 COVID-19의 1차 확산 시기인 2020년 4월 말에는 거의 대부분 통행이 줄어들었으나 공원 방문 통행은 70% 이상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COVID-19는 방역의 중요성과 더불어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사회적 교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다. 고속도로는 전국 어디에서든 30분이면 접근 가능한 교통시설이다. 이러한 장점을 활용하여 힐링(healing) 공간,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창출한다면 타 교통시설보다 경쟁력 우위를 활보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여유를 찾는 힐링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기존에 없는 독특한 개념이지만 향후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되는 도구로 활용될 것이다.

첨단과 문화가 공존하는 새로운 고속도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미래 고속도로는 이제 단순히 지나가는 공간이 아닌 머무는 곳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역할은 첨단 IT기술의 발달로 실현가능하게 되었지만, 향후 어떠한 가치를 지닌 공간으로 변모하게 될지는 쉽게 상상할 수는 없다. 스마트 폰을 만든 개발자들이 유튜브(YouTube)와 같은 콘텐츠가 나올 것을 예상하면서 폰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스마트폰에서 이러한 다양한 서비스가 구현되도록 개방적이고 탄탄한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도로 또한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도록 여러 분야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개방적이면서 효율적인 도로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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