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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동문칼럼

자존감 그리고 행복

자존감 그리고 행복

‘성공과 행복 두 마리 토끼를 좇는 것이 인생이라면 자존감은 두 토끼가 제 발로 좇아들어와 사는 집이다'(이상준)

행복과 성공은 인생의 양대 과제다. 필자는 최근 인성 교육책 ‘이타적 자존감수업’에서 성공과 자존감의 관계에 대해서 설명한 바 있다. 서울대 경영대학 동문 여러분들을 위한 이 글에선 행복과 자존감의 관계에 대해서 써보고자 한다. 자존감과 행복에 대해 이제까지와는 다른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자존감은 뇌 부위 따라 다르다.

먼저 자존감 얘기부터 해보자. 흔히들 '자존감이 높다, 낮다'라고 얘기들 하지만 뇌과학적으로 보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왜냐하면 뇌 부위에 따라 자존감을 높이는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감정과 본능을 담당하는 원초적 뇌 부위(편도체, 해마 등의 변연계)인 ‘야성의 뇌(이하 짐승의 뇌)’는 이기적으로 자존감을 높이려 한다. 즉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상대를 억누른다. 또 돈, 외모, 권력, 지위, 지식을 더 많이 소유함으로써 남보다 더 가치 높은 사람이 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나는 남보다 가치가 높다’는 짐승의 뇌의 자존감을 ‘이기적 자존감’이라고 한다.

한편 이성과 이타심을 관장하는 고차원적 뇌 부위(전두엽을 비롯한 대뇌피질 등)인 ‘지성의 뇌(이하 현자의 뇌)’는 이타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세상과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 친절을 베푸는 방식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인다. ‘나는 세상에 도움을 주는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현자의 뇌의 이 자존감을 ‘이타적 자존감’이라 부른다.

 

<표1: 뇌부위별 두 가지 자존감>

 

이 두 자존감 외에 생존적 자존감이라는 세 번째 자존감이 있는데 이 칼럼에서는 편의상 생략하고 이기적 자존감과 이타적 자존감 이 두 자존감만을 다루기로 한다. 이들 자존감의 총합이 전체 자존감의 크기를 결정한다.

인간의 뇌는 공장 출하 시(태어날 때) 기본적으로 현자의 뇌가 짐승의 뇌를 통제하는 구조로 세팅되어 있다. 현자의 뇌의 이타심과 고등 지능이 짐승의 뇌의 이기심과 감정, 욕망을 통제하고 조절한다. 현자의 뇌의 짐승의 뇌에 대한 통제력이 잘 작동되면 이타적 자존감이 이기적 자존감보다 높아져서 훌륭한 인성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현자의 뇌가 짐승의 뇌에 대한 통제력이 잘 발휘되지 못하고 짐승의 뇌가 이기심과 감정과 욕망을 함부로 발산하게 되면 좋지 못한 인성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자존감 측면에서 보면 현자의 뇌의 통제력이 강한 사람은 이타적 자존감이 높아서 세상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게 된다. 반대로 현자의 뇌의 통제력이 약하면 이기적 자존감이 이타적 자존감을 압도하게 된다. 자신을 남보다 가치 높은 사람으로 생각해서 거만, 공격성, 탐욕, 부도덕 심지어 불법행위까지 자기 위주로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이나 돈 권력 외모 지위 지식의 상층에 오른 사람들은 이기적 자존감이 더 커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그런데 이기적 자존감만 높아질수록 오히려 전체 자존감은 더 작아진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행복의 세 가지 개념

기존의 행복 연구자들은 행복을 크게 두 가지 개념으로 구분한다. 하나는 식욕 성욕 돈과 같은 물질들로 인해 얻게 되는 육체적 쾌감(이하 '쾌감')이다. 또 하나는 성취감이나 봉사 등 의미 있는 것들로부터 얻게 되는 정신적 만족감인데 이를 협의의 행복(이하 '행복감')이라고 본다. 이 두 가지가 행복의 최종 결과물이며 인간관계라든지 몰입이라든지 친절 행동, 긍정적 사고 등과 같이 행복의 중요한 요소들로 불리는 것들은 그 두 가지 산출물(과실)을 얻기 위한 투입요소 내지 영향 요소들로 보면 된다.

쾌감(pleasure)과 행복감(a feeling of well-being)은 어떻게 다를까? 미국 내분비학자인 로버트 러스틱(Robert Lustig) 박사는 2017년 그의 저서 『The Hacking of the American Mind』에서 이 둘의 차이를 뇌과학적으로 명쾌하게 제시하였다. 쾌감은 원초적 뇌에 집중 분비되는 도파민이 주도하고 행복감은 고차원적 뇌를 포함한 뇌 전체에 분비되는 세로토닌이 주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기존 행복 연구에서 중요한 행복 개념 하나가 빠져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안전감’이다. 육체적 쾌감과 정신적 만족감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평범한 상태에서 나에게 맛있는 음식이나 마음에 드는 이성이나 좋은 일들과 같이 뭔가 긍정적인 것들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느끼는 긍정적 감정들이다. 허쯔버그의 2요인 이론으로 보면 동기 요소들이라 할 수 있다.

안전감 개념의 등장

‘불행에서 벗어났을 때의 기쁨’

하지만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은 제로 베이스에서 뭔가를 얻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이 평범한 상태보다 더 못한 네거티브 상태라고 가정해보자. 가령 실직 상태라든지 병에 걸렸다든지 한다면 육체적 쾌감과 정신적 만족감을 위해 무엇인가를 얻기 원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이 불편한 상태에서 벗어나 완쾌된다든지 다시 일자리를 얻는 상태로 정상화되는 것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게 된다. 맛집의 행복도 치아가 받혀줘야 추구하지 이가 아프면 올스톱 되고 오직 간절히 추구하는 바는 치통 가라앉기가 된다. 즉 부정적인 것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가 행복일 것이다. 지금 전 세계가 팬데믹 이전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도 이 안전감의 추구로 볼 수 있다. 이것은 허쯔버그의 위생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이 부정적 상황에서 벗어난 상태가 바로 ‘안전감’ 또는 ‘안도감(이하 안전감)’이다. 행복 문제에서 이 안전감이 차지하는 비중은 육체적 쾌감이나 정신적 만족감에 못지않은 것 같다. 가령 건강을 잃은 사람에겐 쾌감 행복감보다 건강 즉 안전감이 더 절실한 법이다. 이 시간 현재 고민거리나 상처,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사람들은 드물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이 스트레스 해소 같은 안전감 추구인 경우가 적지않다.

 

<그림1: 안전감>

 

행복의 두 종류인 (육체적) 쾌감, (정신적) 만족감은 자존감 측면에서 각각 이기적 자존감과 이타적 자존감과 연결된다. 즉 쾌감-이기적 자존감, 행복감-이타적 자존감 등의 쌍을 이루게 된다.

 

<표2: 자존감과 행복의 관계>

 

<그림2: 세 가지 행복 - 안전감 vs 쾌감 vs 행복감>

 

본 칼럼에서는 지면의 한계상 안전감과 쾌감은 생략하기로 하고 정신적 만족감인 행복감만 집중적으로 다루도록 한다. 행복감이 진정한 행복이고 우리의 행복 수준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복감을 높이는 방법

행복감은 자신의 가치를 얼마나 높게 보느냐와 비례

‘자존감이 높아야 행복하다’

그림2를 보면 안전감은 부정적 상황에서→ 정상적 상황으로 바뀌는 순간 만들어지는 것이고 쾌감은 정상적 상황에서 →긍정적 상황으로 바뀌는 순간 만들어진다면 행복감은 부정적 상황에서 → 긍정적 상황에 걸쳐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것은 행복감은 부정적 상황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행복 연구자들은 행복을 육체적인 ‘긍정적 정서’ 내지 ‘좋은 느낌(기분)’으로만 정의한다. 라면 끓여먹는 궁핍한 상황에서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서 느낄 수 있는 정신적 행복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행복감 또한 진정한 행복일 수 있음을 간과하는 것이다.

행복감이 육체적 물질적 쾌락이 전혀 배제된 상황이나 심지어 부정적 상황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행복감이 곧 이타적 자존감이고 이타적 자존감이 곧 행복감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타적 자존감은 ‘나는 세상에 도움을 주는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 자신의 가치에 대한 평가와 인식으로서 인지적 측면의 것이다. 이와 같은 인지가 선행되면 그다음에 그 인지에 해당되는 감정이 만들어지는데 그것이 바로 행복감이다. 가령 내가 갑자기 어느 나라의 왕이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내가 그 나라의 왕 즉 한 국가에서 가장 지위가 높고 힘이 센 사람이 되었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높은 가치 인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즉 사실을 앎(인지)과 인지적 이해가 먼저 선행되고 그다음에 감정 즉 엄청난 기쁨과 행복이 솟아나는 순서를 따를 것이다. 자기 자신의 가치에 대한 인지적 측면의 인식이 선행 변수, 독립변수로서의 이타적 자존감이고 그 가치에 대한 정서적 측면의 반응이 후행 변수, 종속변수로서의 행복감이라 할 수 있다.

 

<표3: 이타적 자존감과 행복감>

 

왜 사람은 이타적 자존감이 높아질 때 자신의 가치가 가장 높아진다고 생각할까? 그것은 이타심이 고등 지능을 비롯한 어떤 인간의 특성들 보다 짐승과 인간을 구분하는 가장 큰 특징이고 가장 중요한 장점이기 때문이다.

행복감을 만드는 것들

행복감은 이타적 자존감을 통해 자신의 가치가 높아질 때 만들어진다. 아무리 대통령이고 재벌이라 하더라도 자존감이 낮으면 행복을 느끼기 힘들다.  최고의 행복을 얻는 방법들은 결국 이타적 자존감을 극대화시키는 방법 하나로 모아진다. 이타적 자존감을 높이는 대표적인 방법은 이름에 들어있는 ‘이타적’이라는 말처럼 이타적 행동들이다. 재산 절반 기부와 같은 거창한 사회공헌 활동을 비롯하여 자원봉사 그리고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출입문 잡아주기 같은 조그만 친절을 베푸는 것 등이다. 그 밖에 어떤 것들이 또 있을까?

i) 행복감은 생각과 태도만으로도 만들어진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굴까? 프랑스 출신의 티베트 불교 승려 마티유 리카르(Matthieu Ricard)라고 한다. 명상을 처음으로 뇌과학적으로 연구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리처드 데이비슨 위스콘신대 심리학과 교수가 그의 뇌 사진을 찍어봤더니 행복할 때 나오는 감마파가 뇌과학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테레사 수녀와 같이 뚜렷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지도 않은 그가 어떻게 그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그것은 명상이 이타적 자존감이 장착되어있는 현자의 뇌를 강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훈련법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귀와 코가 청각기능과 후각기능을 가지고 있듯이 현자의 뇌도 이타적 자존감 기능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운동을 하면 근육 힘이 커지듯이 현자의 뇌도 명상을 통해 집중적으로 단련시키면 이타적 자존감 기능이 크게 높아지는 것이다. 이타적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것은 ‘나는 이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치 있는 존재’라는 자신의 높은 가치를 깨닫게 된다는 의미다. 높은 행복감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속세의 즐거움들을 다 끊고 사는 스님들은 무슨 재미로 살까 하고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유머 감각 있는 ‘용수 스님의 사자’의 저자 용수 스님이 ‘착해지는 중’, ‘스님 되는 중’이라고 표현하듯이 ‘수행 중’이면 ‘행복 중’인 것이다.

남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은 행복감이 높아지는 대표적인 행동인데 거꾸로 남의 친절을 받거나 심지어 다른 사람들이 서로 친절을 주고받는 것을 제 3자 입장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감동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것은 남의 친절한 행동을 바라만 봐도 자신의 현자의 뇌 속에 잠재되어있는 이타적 자존감을 자극해서 ‘아참, 나도 저렇게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였지!’ 하고 잊고있던 자신의 가치를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겠다’ 하는 태도 즉 이타적 자존감이 높아지기 때문에 행복감도 높아지는 것이다.

ii) 세상에 선한 영향을 주는 모든 것이 의미를 만든다

기부, 봉사, 애국, 친절과 같이 꼭 이타적 행동이 아니더라도 행복감은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모든 것들에서 만들어진다.

소박한 의미 만들기

화초 키우기가 우울증이나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군)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그 원리도 이타적 자존감-행복감과 관련 깊다. 우울증이나 트라우마는 깊은 상처나 부정적 감정으로 인해 현자의 뇌가 감정을 통제하는 힘을 상실한 것이 원인인 경우가 적지 않다. 씨를 심고 정성껏 물을 주고 가꿔 꽃을 피워내는 것은 자신이 한 생명을 만들어냈다는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을 높여주게 된다. 자기 효능감은 자존감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것이 높아지면 자존감이 높아진다. 이타적 자존감도 높아진다는 것은 이것과 결합되어있는 현자의 뇌의 힘도 강해져서 다시 감정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울증 등의 정신 장애가 치유될 수 있다. 행복감 자체가 우울감을 몰아내는 효과를 발휘하기도 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트위터에 올린 글 중에 이런 게 있다. 벌 한 마리가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져 있길래 설탕물을 먹이는 등 보살펴줬더니 얼마 후에 다시 힘을 회복하여 날아간 일이 있는데 그 해 일 년 동안 자신이 한 일 중에 가장 뿌듯한 일이었다고 한다. ‘의미 있는 삶’이라고 말할 때 그 ‘의미’는 ‘세상에 보탬이 됨’을 뜻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의미 있는 일 몰입

런던타임즈가 독자들을 대상으로 가장 행복한 사람을 뽑았는데 1위를 차지한 것은 ‘모래성을 막 완성한 어린아이’였다. 직접적인 사회봉사는 아니지만 제인 구달 여사의 침팬지 연구와 같이 과학, 예술, 비즈니스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세상에 의미 있는 연구나 작업에 몰입하는 것도 본인의 성공을 위한 이기심의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충분히 이타적 자존감과 행복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 심지어 직장에서 보수를 받으면서 일하면서도 행복감을 어느 정도 경험할 수 있는데 이것은 자신이 고객과 직장 동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한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물론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하는 사람이나 월급 루팡에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운동의 의미

행복 전문가들이 작성한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 목록 중에 빠지지 않는 것 하나만 꼽아보라면 운동을 들 수 있다. 운동은 철저하게 자신을 위하는 것인데 과연 운동을 통해 ‘나는 세상에 도움을 주는 가치 있는 사람’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까? 답은 가능하다 이다. 원리는 이렇다. 힘든 운동을 참고 해냈다는 건 현자의 뇌가 짐승의 뇌의 하기싫은 감정을 이겨냈다는 뜻이다. 자기극복의 승리감 자체가 기쁜 감정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원리가 있다. 현자의 뇌가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즉 내가 앞으로 가치있는 일을 더 많이 해낼 수 있는 더 높은 가치의 사람이 되었다고 느낀다. 자신감과 함께 이타적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이다. 높은 강도의 운동을 끝까지 견뎌내면 절정의 행복감인 헬퍼스 하이와 비슷한 러너스 하이까지 경험하게 된다.

돈과 행복 관계

돈과 행복 관계를 알아내기 위해 3만 3천 명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장기간 실시간 추적조사를 하고 있는 매튜 킬링 스워드(Matthew Killingsworth) 와튼 스쿨 교수는 2021년 1월에 새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요지는 돈은 행복과 정비례한다는 것이다. 기존 연구에서는 연소득이 8만 불을 넘어가면 그 이상부터는 돈과 행복이 별 관계가 없는 걸로 나왔었으나 최근 조사 결과는 연소득 8만 달러를 넘은 후에도 행복 수준이 계속 증가하더니 5십만 달러가 넘어가도 지속적으로 행복 수준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만일 소득과 상관 없이 사람들의 이기심이 평균적으로 비슷하다면 소득이 높을수록 행복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이치에 맞는 얘기다. 왜냐하면 소득이 높을수록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분투노력하는 현자의 뇌가 더 강하고 더 큰 꿈을 꾸며(후술 되지만 꿈이 클수록 이타적 자존감이 더 높아진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타심을 발휘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이타적 자존감이 높아지고 행복감은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꿈을 가진 사람은 행복하다’라는 말처럼 꿈을 가져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설사 자신의 이기적 욕망의 꿈이라 하더라도 꿈은 현재의 자신의 가치보다 꿈을 이룰 미래의 높은 가치를 예상하게 되어 자신의 가치를 높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미래현금흐름에 대한 순현재가치(NPV)와 같은 것이다. 꿈을 가지면 이기적 자존감과 이타적 자존감이 동시에 높아져서 이기적 자존감은 꿈을 향한 욕망과 동기를 제공하고 이타적 자존감은 불굴의 의지력을 제공하게 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젊은 시절부터 모르는 사람들과 악수를 하고 다녔는데 사람들이 이유를 물으면 이렇게 대답했다. 먼 훗날 미 합중국의 대통령이 되려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타인과 세상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므로 더 이타적이 된다. 저절로 이타적 자존감이 높아지기 때문에 행복감이라는 돌탑에 돌멩이 하나를 더 얹게 된다.

긍정심리학과 이타적 자존감

프로이드 이후 최고의 심리학자로 꼽히는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마틴 셀리그만은 최근 행복(또는 웰빙)의 5대 요소로 PERMA를 제시한 바 있다. 긍정적인 감정(Positive Emotion), 몰입(Engagement), 인간관계(Relationship), 삶의 의미(Meaning), 성취(Accomplishment)를 말하는데 이 다섯 가지는 이타적 자존감 하나로 통합할 수 있다고 본다.

행복을 허무는 것들 - 남의 행복을 해치는 행복은 존재할 수 없다

행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간관계를 꼽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유명한 행복 연구 중 하나인 하버드대학교의 ‘그랜트 연구 Grant Study’에서는 하버드대학교 2학년 남학생 268명을 72년 동안 추적한 결과 ‘가족 친구 친지 등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수록 행복해진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물론 인간관계가 행복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매우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내 주위 사람들과‘만’ 잘 지내는 것이다.

2차 대전 당시 한 독일군 장교가 폴란드로 출장을 가기 전에 집에 편지를 부쳤다. ‘사랑하는 아들 딸아. 아빠가 없는 동안 엄마와 행복하게 지내길 바란다.’ 그의 출장지는 아우슈비츠였고 출장 목적은 유태인 학살이었다. 수많은 독재자들이 타인들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르면서 자신의 가족과 측근에게만은 끔찍하게 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남에게 해를 끼쳐서 얻은 돈 권력 지위 지식으로 가까운 사람들과 행복을 누리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이다. 자신의 행복이 중요하면 남의 행복도 중요한 것이다. 남의 행복을 망가뜨린 사람이 자신만은 행복하기를 바라선 안 되는 것이다.

진정한 인간관계가 행복감을 만든다

행복감은 높은 이타적 자존감에서 비롯된다고 필자가 말했는데 그 이타적 자존감이 꼭 생판 모르는 타인에 대해 ‘도움을 주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가까운 사람들 간에도 적용될 수 있다. 너무 선을 과도하게 넘는 경우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형제가 좀 미운 짓을 하더라도 감싸줄 줄 알고 상속 재산을 서로 더 가지라고 양보도 할 줄 알고 혹시 누가 좀 욕심을 내서 더 가져가려고 하면 쿨하게 그렇게 하라고 할 수도 있고 부모님이 좀 상처를 주더라도 그래도 부모님이신데 하고 공경을 멈추지 않고 자식이 좀 마음에 안 들더라도 감싸 안아주고 하는 것들이 전혀 모르는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만큼 높은 이타적 자존감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도 이타적 자존감의 원천인 현자의 뇌가 짐승의 뇌의 감정과 욕망을 통제하는 힘인 이타적 자존감의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이처럼 이타적 자존감을 가족, 친구, 직장동료, 지인 등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에게도 발휘하여 용서하고 품어주고 부드럽게 대해준다면 이 또한 이타적 자존감을 높여 행복감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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