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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교수칼럼

불협화음

불협화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벤처캐피탈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자기모순적 행위이다. 지금 시장이 동의하지 않는, 그러나 앞으로 열렬히 지지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지금 시장에서 트레이드하기 어려울 때 기업가는 창업을 한다. 반면에 아이디어를 트레이드 할 수 있을 때 벤처캐피탈은 투자를 회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창업과 투자회수의 본래적 대립이 벤처캐피탈 투자의 자기모순을 만들어 낸다. 효율적인 시장이 기업가 정신을 담아내기 어려운 이유도, 그리고 혁신을 외치는 벤처캐피탈이 유행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기업가의 창업과정은 지금 시장의 경계 어디쯤에 있는 사건이다. 시장 밖에 있는, 여전히 신뢰할 수 없는, 어리숙한 사업가가 제도권 내부의 시장을 끝없이 설득하는 과정이다. 기업가가 부담하는 위험은 그런 의미에서 지금 시장을 부정하는 위험이기도 하고, 동시에 그가 부정하려는 시장에서 정당한 사업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는 위험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중 위험의 상태는 기업가의 아이디어가 아직은 기성 시장에서 정당한 것으로 분류되지 않은 상태를 지시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의 아이디어가 제시하는 새로운 분류 방식이 정당한 것으로 승인되지 않은 상태를 지시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새로운 상품이 기성의 상품 체계에서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포지셔닝 하지 못할 때, 상품은 정당한 것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공유경제를 외치는 타다가 그러했고, 백여년전 한성의 전차가 그러했고, 피처폰 제조회사에게 스마트폰이 그러했다. 인류학자 더글러스 메리의 언어를 빌리자면, 기업가의 아이디어는 제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에 깨끗하지 않은 것, 따라서 여전히 위험한 것이다. 제자리가 없는 상품에 제자리를 부여하는 행위는 새로운 상품 체계를 만드는 행위이다. 인류학자 프레드릭 바트는 이것을 본질적으로 서로 묶이지 않는 두 가지 상품을 비교가능한 방식으로 포지셔닝 시키는, 두 상품을 서로 대화하게 만드는 과정으로 보았다. 스티브 잡스의 connecting the dots가 바로 그것이다.

경영학과만큼 기업가정신을 즐겨 인용하는 분과는 드물지만, 대규모 생산 시스템의 효율적 운용에 특화된, 막스 베버의 충실한 학생인 관리자에게서 기업가정신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감염병의 시대의 방역 같은 것이 과학적 경영의 원리이다. 비록 스스로의 경영자가 되도록 강조하는 성과 사회의 언어 역시 근저에도 방역의 과학이 자리잡고 있다. 결국은 비효율이라는 바이러스를 박멸하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념의 관리자는 기업가가 될 수 없다. 기업가정신은 그리고 경영은 효율의 계산이 아니다. 계산은 특정한 상품의 체계를 상정하고, 그 안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따지기 때문이다. 경영은 이중위험의 실천에서 기업가정신을 온전히 확인할 수 있다. 나는 당신에 동의하지 않는다. 불협화음이 이중위험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배종훈. 2021. 기업가의 위험, 기업가의 이중지위 그리고 기업가의 윤리성. 인사조직연구, 29(3), 10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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