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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교수칼럼

ESG경영과 기업지배구조

ESG경영과 기업지배구조

*이 글은 한경ESG 2022년 10월호에 게재된 글을 발췌, 요약한 것임을 밝혀 둡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들어 국내 각계에서 ESG 열풍이 거세다. 기업 현장에서 ESG 경영에 대한 관심에 고조되고있고, 이에 따라 법무법인과 회계법인들도 ESG 관련 조직을 보강하며 다양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SG 평가기관은 국내외적으로 이미 수백개에 달하며, 심지어 대한민국 정부도 ESG 관련 표준을 만들어 공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ESG 관련 논의의 내용을 뜯어보면, 공급망에서의 아동노동 방지 등 일부 social 분야에 대한 논의가 있기는 하나, 기후변화 또는 탄소중립 관련 논의가 거의 압도적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ESG는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의 약자인데, 국내에서는 E에 대한 논의만 활발하고, 특히 G에 대한 언급은 거의 전무하다.

ESG에서의 governance는 기업지배구조를 의미하는 것은 자명한데, 왜 ESG를 논의할 때는 G에 대한 언급이 없을까? 한국에서 기업지배구조하면 대부분 기업집단 내 계열사간 지분 관계를 떠올린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 처리문제이고,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은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문제로 이해한다. 그런데, ESG에서의 G는 이사회, 감사 기구, 임원 보상, 내부 통제와 같은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G가 한국식 지배구조인 계열사간 지분 관계를 뜻하는 것이 아님 또한 자명하다. 그러면 한국에서의 ‘지배구조’와 ESG에서의 ‘G’는 도대체 무슨 관계인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기업들은 대부분 단일기업체제 (stand-alone 또는 free-standing style)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상장 기업은 최상단에 하나만 존재하고, 각 사업 부문은 해당 상장 기업의 사업부 또는 100% 자회사 형태로 존재한다. 상장기업인 GE (General Electric)은 수많은 자회사를 거느라고 있지만 모두 비상장이고 대부분 100% 자회사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모회사의 이사회와 감사 기구가 경영진에 대한 적절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수행하는 governance 체재가 성립한다. ESG에서의 G는 이러한 구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기업집단(business group) 형태로 존재한다. 이러한 기업집단은 단일 상장회사가 아니라 대개 복수의 상장회사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기업집단 소속 회사 중에서는 지배주주(총수)의 지분이 높은, 거의 개인회사 성격의 계열사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계열사간 거래 조건이 공평한지, 회사가 할 수 있는 사업을 지배주주 개인회사가 하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판단이 중요해진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가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지배주주가 자신들의 사익을 위해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도 이러한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말하는 ‘지배구조’는 영어로는 governance보다는 control에 더 가깝다. Control은 기업 내부자의 관점에서 어떻게 기업을 지배하고 통제할 것인가의 문제인 반면, governance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즉, 거의 정반대의 의미를 지내고 있는 control과 governance가 국내에서는 모두 ‘지배구조’로 동시에 번역이 되다 보니, 여러 혼란이 야기되는 것이다.

다시 ESG 관점에서 보면 E와 S의 목표는 비교적 명확하다. E의 목표는 탄소배출 축소, 자원 재사용 등을 통해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를 억제하는 것이다. S의 목표는 종업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고려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G의 목표는 무엇인가? 전통적으로는 G의 목표는 주주를 중심으로 한 투자자 이익의 보호이다.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들인 Shleifer와 Vishny (1997)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란 기업에 자금을 공급한 투자주체들이 투자(수익)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수단 (the ways in which suppliers of finance to the corporations assure themselves of getting a return on their investment)으로 정의된다. 미국의 경우는 주주중심주의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이의 폐해가 지적되었고, 이에 따라서 ESG 관점에서는 E와 S의 목표 내지 목적성이 강조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G의 수단성에 주목한다. 반면 한국은 주주중심주의를 한번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 ESG를 강조하는 분들이 흔히 ‘주주자본주의의 종말’을 언급하는데, 이거는 미국 이야기이다. 한국은 주주자본주의를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G의 목표로서의 투자자 보호는 여전히 강조되어야 하는 핵심적인 목표로 봐야 한다.

그러면 국내의 투자자 보호는 어떤 수준인가? K 컨텐츠가 미국의 주요 상을 휩쓸 정도로 국격이 올라갔지만, 불행히도 이 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민망한 수준이다. 2020년 기준 Asian Corporate Governance Association의 평가에 의하면 한국의 ‘지배구조’ (control이 아닌 governance) 수준은 아시아 12개국 중 9위에 불과하다. 흔히들 한국의 ‘지배구조’가 낙후되었다고 할 때 control 개념을 염두에 두고 순환출자 등 계열사간 지분구조를 떠올리는데, 우리가 9등 밖에 못한 것은 순환출자 때문이 결코 아니다. Governance가 안 좋다는 것은 전반적으로 투자자 보호가 안 좋다는 것과 거의 동일한 의미인 것이다. K-governance의 핵심적인 문제 또는 K-discount의 근본적인 원인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상충에 따라 주주간 1/N 원칙이 무너지고, 지배주주가 본인의 비례적 권리를 초과하는 사익을 일반주주로부터 편취하는 주주간 부의 이전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일반주주로부터의 사익 편취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상장 이전부터) 계열사에 납품하는 중간재 제조업체를 지배주주 개인회사로 운영하거나, 계열사로부터 통행세를 징수하는 판매업체를 지배주주 개인회사로 운영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이와 같은 지배주주 개인회사와의 거래를 통해 상장 기업 일반 주주 이익이 침해될 경우, 주주들이 바로 집단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이 이와 같은 거래는 용인하지 않을 것을 미리 예상하기 때문에 이러한 거래는 발생하지 않는다. 주주간 1/N 원칙이 비교적 충실히 지켜지는 것이다. 구글이 몰라서 유튜브를 상장 안시키는 게 아니고, 핵심 사업을 따로 떼어서 상장시킬 경우 직면해야 할 알파벳 주주로부터의 집단소송 등 법적 문제를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G(투자자/주주중심주의)에 대한 경험이 없이 E, S로 급격하게 점프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전술하였듯이, ESG의 의미는 G를 활용한 E,S 추구에 가까우며, London Business School의 Edmans교수도 그의 저서 Pieconomics에서 이러한 관점을 강조하고 있다. ESG 경영이 국내에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향후 E,S의 추구가 G의 훼손을 대가로 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상장은 exit이 아니라 1/N을 할 각오가 되어 있을 때 추진하는 것이다. 지배주주들도 상장 이후에는 더 이상 ‘오너’가 아니라 ‘스튜어드(steward)’라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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