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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교수칼럼

고용형태의 사업보고서 공시의 타당성 논의

고용형태의 사업보고서 공시의 타당성 논의

 

사업보고서에도 사람이 있다

사업보고서는 기업 공시의 기본 양식이다. 사업보고서에는 재무제표 같은 정량적 정보는 물론, 기업의 연혁, 업종 시황, 사업의 내용, 지배구조와 관련된 사항 등 정성적 정보도 포함된다. 공시되는 정보의 종류와 공시형태는 정보의 수요에 따라 동적으로 변하는데, ESG의 시대의 사업보고서도 다양한 비재무적 정보를 표현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인적자원은 재무제표에 자산으로 인식되지는 않지만, 기업가치 창출을 위한 핵심자원인 만큼 투자자들에게는 투자의사결정시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금융위원회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여, 2020년부터 종업원 수 300인 이상 기업들이 직접고용인력 뿐 아니라 파견, 하도급, 용역 등 간접고용인력이 포함된 인적자원 정보를 사업보고서에 공시하도록 요구하였다. 그런데 이 같은 공시규정은 2015년부터 고용노동부가 실시해왔던 “고용형태공시제”와 유사하여 중복규제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1. 두 공시는 동일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가?

고용노동부 규제는 사업주의 고용구조 개선을 유도하려는 것이 목적이며, 금융위원회 규제는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투자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고용노동부 규제는 기업단위 뿐만 아니라 사업장 단위의 양적정보를 추가로 요구하는 반면, 금융위원회 규제는 평균급여나 평균근속연수 등 인적자원에 대한 질적정보를 추가로 요구한다. 시기적으로는 고용노동부의 규제는 매년 3월 31일의 고용형태를 공시하는 반면, 사업보고서의 공시는 매결산기말 현재의 정보를 공시하므로, 공시의 시기에도 시차가 있다.

 

2. 인적자원 정보를 사업보고서에도 공시하는 것의 실익은 무엇인가?

고용노동부의 공시행태 정보는 별도의 웹사이트(고용안전정보망 워크넷, https://www.work.go.kr/gongsi)를 통하여 공공에게 공시되고, 사업보고서는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DART, https://dart.fss.or.kr/)을 통하여 공시된다. 사업보고서는 자본시장 참여자들을 일차적 정보이용자(primary user)로 파악하고 있으므로 자본시장법 등의 규제대상인 반면, 고용노동부의 규제는 공시의무 위반 또는 공시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뚜렷한 제재조항이 없다. 따라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사업보고서 공시정보의 신뢰성이 더 높다. 인적자원 같은 비재무정보를 이미 법규범이 잘 마련되어 있는 자본시장 공시의 영역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정보의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는 셈이다. 2022년 3월말에 발표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공시기준 공개초안도 기존의 재무보고체계의 틀을 적용하여 비재무정보를 보고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어, 인적구성 정보의 사업보고서 공시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3. 현재의 인적자원 공시가 투자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가?

기업의 핵심자원으로서의 인적자원의 구성은 기업의 영업성과와 긴밀한 관련성이 있으므로, 투자자들의 기업가치평가에서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특히 직접고용과 간접고용을 구분하여 공시하도록 요구한 현재의 규제는 두 고용행태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차별적 효과, 즉 1) 기업내 지적자본이 축적되는지, 2) 인력활용의 유연성이 확보되는지 등의 정보를 제공하며, 이는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투자의사결정에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상장기업들의 기후공시 의무화(즉, ESG 중 E, 환경에 대한 공시)를 검토하면서, 기업의 운영과정에서 발생한 직간접적 온실가스 배출량인 Scope 1, 2 뿐만 아니라 공급망에서 발생한 배출량인 Scope 3까지도 공시할 것을 고려해왔다. 이는 비재무정보 공시요건을 마련할 때 기업을 개별 주체로 단편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각 기업들이 공급망 전체에서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사회적 주체임을 적극적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맥락에서 간접고용 정보에 대한 공시는 ESG 중 S, 즉 사회에 대한 Scope 3 공시에 해당한다. 즉, 간접고용에 대한 공시의무는 기업이 사회적 존재라는 사실을 선제적으로 고려해온 사회적 합의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인적자원 공시가 정보이용자들에게 ‘얼마나’ 유용한지에 대해서는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 기업인 호텔신라가 고용노동부와 금융위원회에 보고한 공시자료를 살펴보자.

일자 2020년 2021년
3월 31일 12월 31일 3월 31일 12월 31일
공시 고용노동부 공시 사업보고서 고용노동부 공시 사업보고서
직접고용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A) 2,211 1,971 2,094 1,835
기간제 근로자(B) 451 328 346 450
간접고용 소속 외 근로자(C) 1,633 2,255 1,134 1,888
C/(A+B+C) 간접고용비율 38.0% 49.5% 31.7% 45.2%


다음은 2021년 사업보고서 상의 인건비 및 외주용역비 정보이다.

  금액 (백만원) 인원수(사업보고서) 평균급여 (백만원)
인건비 중 급여 129,567    
이사/감사 6,868 7 981
이사/감사 외 122,699 2,285 53
외주용역비 148,533 1,888 ? (79*)

* 외주용역비가 모두 인건비로 지출되었다고 가정하는 경우

 

위 두 개의 표를 통하여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다음과 같다.
- 호텔신라의 부외(off balance sheet) 인력은 2020년말 49.5%, 21년말 45.2%으로 매우 높은 수준
- 호텔신라의 직접고용 인건비(급여)는 약 1,227억원 (종업원 2,285명 평균 53백만원)
- 호텔신라의 간접고용 인건비(급여)는 알 수 없음 (외주용역비 모두가 급여로 지출된다면 평균 79백만원이지만, 비현실적 가정임)
- 호텔신라의 인적구성 변동은 전기 12월말에서 당기 3월 사이(1분기)에 간접고용인력을 집중적으로 조정하는 행태를 보이지만, 그 이유와 그로 인한 후과에 대해서는 알 수 없음

호텔신라의 높은 부외 인력 비율, 그리고 직접고용 근로자의 급여총액보다 더 큰 외주용역비를 감안하면, 호텔신라의 간접고용인력 (소속 외 근로자)의 운용행태는 호텔신라의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정보이다. 그러나 인적자원 공시가 재무적 투자자들의 투자의사결정에 유용하기 위해서는, 인원 수나 인건비 뿐만 아니라 신규채용과 교육훈련, 인력감축에 이르는 인적자원 구성의 전 항목에서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표현해야 한다. 현재의 인적자원 공시는 숫자 채우기 정도의 형식적 공시(boilerplate disclosure)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현행 법규범이 자본시장의 투자자들을 정보의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보호하는데 주된 관심을 기울여왔지만, 인적자원 공시는 비단 투자자들에게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최근 경영학, 회계학 연구문헌들은 주주나 채권자 같은 투자자 뿐 아니라 노동시장의 지원자들도 기업의 재무적, 비재무적 정보를 고용과 이직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분석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경영자들이 재무적 투자자 뿐 아니라 비재무적 투자자들에게도 수탁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적자원 공시는 노동시장의 참여자에게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노동시장의 중층적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4. 요약

인적자원의 사업보고서 공시는 1) 비재무정보의 신뢰도를 확보하고, 2) 국제적 정합성을 도모한다는 면에서 타당하다. 다만 현재의 공시로는 인력과 인건비의 전체 규모 정도를 파악할 수 있을 뿐, 1) 인적자원을 구성하는 기업의 전략과 철학에 대한 정보는 간접적으로만 유추가능하고, 2) 직간접적으로 창출된 일자리의 질적 특성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인적자원 공시를 확장하려는 시도는 전지구적인 움직임이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업의 근무환경과 임금 형평성, 고용과 고용유지 정책 등에 대한 정보공개원칙을 심도있게 논의 중이다.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도 유럽지속가능성공시기준 (ESRS) 공개초안에서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공시해야 한다는 소위 ‘이중 중요성’을 강조하며 가장 광범위한 인적자원 공시기준을 마련하였다. 지금까지는 환경문제의 시급성 때문에 환경문제에 대한 공시기준이 선제적으로 검토되어 왔지만, 인적자원에 대한 공시는 이후 지속가능성공시기준의 제정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논의사항이 될 것이다. 조직을 사람의 총체로 파악하고 사람에게 사람을 설명하는 인적자원 공시는, 조직의 목적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사람에 대한 공시에는 더 생기를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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