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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뛰는 일이라서" 뮤지컬 배우 박영주 동문 인터뷰

 

경영학과에 입학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경영의 길을 가겠다는 포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 3년동안 미친듯이 공부를 하면서 충남 당진에서 농약가게를 하시던 아버지를 위해서, 아버지의 기를 살려주는 것이 제 모든 꿈이었고 목표였기에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그 당시 탑이었던 법대를 쓰기에는 점수가 좀 안됐고, 주변에서 경영대에 넣어보면 어떨까라는 이야기를 해서 지원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경영대 안에서 클래식 기타 동아리도 했고, 극회 활동도 했고요. 특히 지금까지도 제일 친한 20년지기 친구들도 경영대생들이고요. 당시에 술도 참 많이 먹으러 다녔습니다. (웃음)

입학 후 선배님의 학부 생활은 어땠나요?

저는 관악사에서 친한 친구들과 함께 기숙사에 살았어요. 지금은 없어졌을텐데 '맹구 탕수육'이라는 곳이 생각납니다. 당시 친구들과 전화를 하면 사장님께서 맹구 성대모사를 하면서 주문을 받아주셨거든요. 이곳에서 밥도 자주 시켜먹고, 치킨도 시켜먹으면서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미팅 나가기 전에 작전짜고, 다녀와서는 애프터는 어떻게 할건지 고민했던 것도 떠오르네요. 

전역 후에는 독일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했습니다. 스누버디에서 사귄 친구들 집에서 지내기도 했는데요. 아직도 연락할 정도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때 그 시절이 너무나도 그리울 정도로 행복했어요.

기억에 남는 경영학과 수업이 있으신가요?

박상욱 교수님의 '생산관리'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친한 친구들과 팀 발표를 해야 했는데요. 형식에 갇힌 발표를 하지 말고 흥미를 유발해보고 싶었습니다. 이에 당시 KBS <개그콘서트>에서 유행했던 코너를 가져와서 발표했죠. 교수님 성대모사도 준비했고요. 영어 원문을 독해해야해서 어려웠지만 재밌던 팀플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대학 시절에 뮤지컬 배우라는 진로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경영학과였지만 경영에 뜻이 있어서 온 게 아니었기에 입대 전에 진로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 때 한비야씨가 교내 강연을 오셨는데요. 공강 시간에 우연히 근처에 있다가 맨 뒷자리에서 강연을 들었어요. 왜 이 일을 하냐는 질문에 “이 일이 내 심장을 뛰게 하기 때문입니다.”라고 하시며 “여러분들도 어떤 일을 할 때 이렇게 대답할 수 있는 서울대 학생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는 말에 꽂혀서 심장을 뛰게 하는 일을 찾기 시작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월트 디즈니 만화를 좋아했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이런 일을 좋아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죠. 전역 후 늦은 나이에 경영대 극회에 들어가서 주인공을 했는데 가슴이 뛰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영국 교환학생 시절에 본 <오페라의 유령>에 꽂혀버렸고, 귀국하여 부모님께 학교를 그만두고 뮤지컬 배우를 하겠다고 말씀드렸죠. 물론 결사반대를 하셨고요. 결국 졸업 1년을 남겨놓고 휴학을 2년 더 하기로 타협을 했습니다. 그동안 춤, 노래, 연기를 열심히 배우면서 오디션도 보러 다녔어요.

그러다 운 좋게 뮤지컬 <모차르트> 초연에 합격하면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과 꼭 졸업하기로 약속했기에 복학을 했고, 학교를 다니며 공연을 하고 대학로에서 연극도 했어요. 그때 뮤지컬 동아리 ‘렛미스타트’를 만들었죠. 그 동아리를 만든 게 학부 시절, 제가 제일 잘한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뮤지컬 배우를 준비하면서 힘든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실력이 모자란다는 게 제일 막막했어요. 저는 공부만 하던 사람이니까 이전부터 춤추고 노래했던 사람들과는 출발선이 달랐죠. 지금 돌이켜보면 실력이 문제였는데 업계에서 나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가령 오디션 지원할 때 학교와 전공을 써야 하는데 학교로 돌아가 공부나 하라고 평하거나, 배우가 아닌 마케터로 입사할 생각은 없는지 물어보시더라고요.

저를 배우로 바라보지 않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 충고를 받으며 힘들었어요. 그래도 덕분에 칼을 갈게 되었죠. 지금은 제가 영국 현지에서 오디션을 보고 <미스사이공>이라는 작품을 하고 올 수 있네요.

지금까지 맡은 배역들 중에 가장 아끼는 배역이 있다면요?

얼마 전, 이순재 선생님과 예술의 전당에서 연극 <리어왕>을 올렸어요. 저는 리어왕의 신하 중 글로스터의 서자를 맡았는데, 그는 적자와 서자의 엄청난 차별 때문에 상속을 하나도 받지 못하게 되어 음모를 꾸미게 돼요. 결국 형을 내쫓고 아버지 등에 칼을 꽂게 되고 왕 자리까지 노리게 되는 역할을 맡았죠.

작년 8월 말부터 준비해서 11월부터 12월 말까지 공연했는데 이 역할이 너무 어려웠어요. 저는 항상 수비수 역할이었는데, 이 역할은 사건을 저지르고 이끌어가는 공격수 같은 역할이어서 선배님들에게 욕도 많이 먹고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저에게는 연습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꾸준히 노력하고 공연에 섰는데 굉장히 좋은 후기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순재 선생님을 비롯한 선배님들이 저를 인정해주셨고요.

 

 

뮤지컬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드라큘라>라는 뮤지컬 중 배우 김준수씨와의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극 중에 제가 칼을 맞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칼을 찌르는게 아니라 객석에서는 칼에 찔리는 것처럼 보이게 구도를 설정해요. 그런데 드라큘라 역을 맡았던 김준수씨가 역할에 몰두한 나머지, 실수로 저를 그대로 찔렀어요. 다행히 두꺼운 벨트를 차고 있어서 다치지는 않았는데 준수씨가 놀라서 저와 눈이 마주친 거예요. 그래서 그 장면이 끝나자마자 괜찮냐고 몇 번을 여쭤보더라구요.

또 한번은 영국에서 <미스사이공> 공연을 할 때 아찔했던 에피소드가 있어요. 여러 사람이 순차적으로 노래를 이어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 직전에 배가 너무 아파서 화장실을 가버렸는데요. 보통 화장실에서도 소리가 들려서 제 순서쯤 등장하려고 했는데, 전혀 들리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틀린 순서에 들어가버렸지만 다행히 대사를 다 하고 나왔답니다. 식은땀이 정말 많이 났어요.

앞으로 배우로서 최종적인 목표가 있으신가요?

신뢰받는 배우가 되고싶어요. 동료들과 관객에게 '잘하는 배우', '성실하고 믿을 수 있는 배우'로 인정받고,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고싶어요. 또 뮤지컬 말고도 드라마나 OTT 등 다양한 곳에서 연기를 하고 싶어요. 연기를 하다보면 자신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거든요. 스스로를 알아야 맡은 캐릭터와 비교할 수 있잖아요.

그래야 진짜 그 캐릭터가 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어요. 무대에서 마치 제가 '나'가 아닌 그 캐릭터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당시의 희열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순간을 위해 더 연습하고 캐릭터에 대해 공부해요. 그런 순간을 더 많이 맞이하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경영대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사실 시대가 다른 것 같아요. '지금 무엇을 하라'는 조언은 너무 꼰대스럽죠. 후배들은 이전동안 굉장히 쉼없이 달려왔을텐데 대학에서도 쉼없이 달려야 한다는 게 슬픕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생일 때 유일하게 휴식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때 본인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어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 대해 질문해보세요. 그리고 이를 같이 공유하고 기댈 수 있는 동류들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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