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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와 행정의 교차로, 이종화 대구시 경제부시장의 이야기

비즈니스와 행정의 교차로, 이종화 대구시 경제부시장의 이야기

글. 학생홍보대사 임채은(학사 20), 서건호(학사17)


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기획재정부에서 대외경제국장을 마지막 자리로 28년을 마무리하고, 22년 7월 1일 대구광역시 경제부시장으로 부임하였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예산, 세제, 경제정책, 국고, 국제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다루고 있으나, 특정 분야의 전문성보다는 다양한 업무를 접해보고 싶어 경제정책, 통상 및 국제경제, 예산업무와 대통령실 및 위원회 파견과 해외 근무 등으로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았습니다. 민간회사인 ㈜현대해상에서도 변화지원본부장(상무)으로 1년간 인사교류로 근무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공직자로서는 흔치 않게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대구광역시 부시장으로 내려오는 결정에도 이런 다양한 경험이 바탕이 되었고, 특히 대구는 저의 고향이자 아직 부모님도 대구에 계신지라 고향에서 봉사하며 공직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의미도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결정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 경제부시장으로서 담당하시는 업무가 어떤 것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부시장 또는 부지사라는 부단체장을 소개하자면, 서울과 경기도는 세 개, 나머지 모든 지자체는 두 개의 부단체장 자리가 있습니다. 먼저 행정부시장 또는 행정부지사는 행정안전부와 인사교류를 하는 일반직 고위공무원 직위입니다. 다른 한 자리는 시장이나 도지사가 자유롭게 임명할 수 있는 자리로 별정직인데, 경제부시장은 여기에 속합니다. 대구광역시는 경제부시장을 두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시장이나 도지사가 정무적 보좌가 필요하면 정무부시장 또는 정무부지사를 둘 수도 있고 직위명도 필요에 따라 정할 수 있습니다.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대구시의 미래혁신성장실, 경제국, 도시주택국, 교통국, 원스톱기업투자센터 등의 부서를 관장하고 있습니다. 즉, 대구시의 경제, 산업, 기업과 건설 및 주택, 그리고 교통인프라 관리 등이 경제부시장 소관입니다. 그 외 기획재정부와 예산 관련 업무, 중앙부처들과의 정책협의 및 조정도 경제부시장의 주요 업무입니다.

3. 현재 경제부시장으로서 가장 총력을 기울이고 계신 사업이 있으실까요?

두 가지 프로젝트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대구시의 첫 번째 현안은 신공항 건설 추진 업무입니다. 대구시 미래 50년의 장기 청사진에서 대구의 미래를 바꾸는 가장 핵심적인 프로젝트로 현재 대구 군 공항을 군위군으로 이전하고 3백만 평에 이르는 현재 공항 부지(후적지)에 새로운 신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입니다. 사업 규모는 공항 이전에만 12조 원이 소요되고 도로와 철도 등 관련 인프라와 공항 산단, 공항신도시 건설 등을 포함하여 후적지 개발까지 모두 수십조 원이 투입될 사업입니다. 홍준표 시장님께서 직접 진두지휘하고 계시지만 부시장으로 보좌해야 할 관련 업무도 많습니다.

대구의 미래를 바꾸는 두 번째 프로젝트는 5대 미래 신산업의 육성입니다. 백 년 전만 해도 대구는 서울, 평양과 함께 한반도 3대 도시 중 하나였습니다. 또, 50년 전 대한민국의 산업이 태동하고 본격적으로 성장할 시점에는 섬유산업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엔진 역할을 했었습니다. 이후 섬유산업이 쇠락하면서 대구의 경제도 쇠락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변변한 대기업 하나 없는 도시가 되었지만, 그 산업의 인프라는 여전히 어느 지방 도시보다 우수하고 교육 · 의료 · 문화 등 정주 여건도 수도권 못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구시는 로봇, 미래모빌리티, 반도체, 헬스케어, ABB(AI, Big data, Blockchain) 5대 미래산업을 집중 육성하여 창업-중소기업-대기업의 경제산업생태계가 다시 선순환 할 수 있도록 도시의 경제산업구조를 바꾸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4. 지금까지 공무원 생황을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2008년도 국제 원유가격이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은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물가정책과장으로 차출되어 물가대책을 수립하며 거의 반년간 툭하면 밤샘업무를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물가대책 논의를 위해 대통령(당시 이명박 대통령)께서 직접 주재하는 비상국무회의를 재정경제부와 경제부처가 모여 있던 과천 청사에서 개최하였는데, 회의를 마치고 대통령께서 물가정책과를 갑자기 방문하셔서 과장이었던 제가 물가 현황과 향후 추석 대비 물가대책을 브리핑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통령, 국무총리, 대통령비서실장, 재정경제부 장관, 경제수석 이렇게 한 자리에서 함께 모이기 어려운 다섯 분을 모시고 과장인 저 혼자서 엉겁결에 브리핑했던 기억이 납니다. 대통령께서 나가시면서 잘 부탁한다고 하셨고, 장관님께도 브리핑 좋았다고 칭찬을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150달러를 찍었던 국제원유 가격은 이후 약 6개월 만에 다시 30달러 수준으로 급락했었고, 주식시장 역시 코스피 지수가 2천 포인트 수준에서 천 포인트를 하회하는 등 현물과 금융시장이 모두 요동을 쳤습니다. 그렇게 급등락하는 시장을 보며 과연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시스템이 정말 효율적인 자원배분기능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인지 심각하게 고민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다행히도 물가는 1년 만에 빠르게 안정되면서 가시방석 같던 자리를 1년 만에 웃으며 물러날 수 있었습니다.

5. 행정고시를 준비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인생에서 직업이나 결혼 등 정말 중요한 결정들이 진지한 고민보다도 우연히 이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제가 공무원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것이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원래 2학년 2학기부터 공인회계사 시험을 보려 했으나,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경영학과 선배로부터 회계사보다 공무원을 도전해 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마침 주위에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동기들이 도서관에도 많았고 또 세법 공부도 너무 하기 싫어서 사실 별생각 없이 행정고시로 갈아타게 됐습니다. 참고로 서울대 경영학과 88학번의 특징 중 하나는 행정고시를 봐서 공무원이 된 동기들이 다른 학번보다 좀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공무원이 된 이후에도 다른 직업들은 어떤지 곁눈질도 많이 했고, 심지어 십 년 차에는 공무원이 너무 하기 싫어져 귀농하겠다고 마음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농업 공부를 하겠다고 유기농업기사 자격증을 열 달 정도 걸려 취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와 주위의 만류로 귀농이라는 새로운 시도는 수포로 그쳤고, 결국 제 인생 일모작은 아마도 끝까지 공직자의 길로 마감할 것 같습니다.

6. 기획재정부와 대구시의 업무는 많이 다른가요?

기획재정부는 중앙부처로서 예산, 세제, 경제정책, 국제경제 등의 업무분야가 있고 그러한 분야에서 정책을 수립하거나 법령을 제정하여 국가의 제도나 시스템을 만듭니다. 중앙부처의 업무는 전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정책이나 법률이 보편타당성을 가져야 하므로 이론적, 논리적 측면에서 매우 깊은 수준의 전문성과 합리성을 요구합니다. 또한 기획재정부는 다른 중앙부처와 달리 소관 산업이나 이해관계집단이 없고 정책고객 또는 수요자가 다른 중앙부처 공무원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세제분야를 제외하고는 일반 국민과 직접적 접점이 별로 없습니다.

반면, 대구시는 지방자치단체로 중앙부처에서 만든 정책을 대구시 지역의 실정에 맞도록 집행하거나, 대구시에서 필요한 정책을 지방자치라는 행정적 절차를 통해 스스로 만들어 집행합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는 집행이라는 역할이 정책을 수립하거나 제도를 만드는 역할보다 훨씬 중요하며, 집행과정에서 다양한 일반 국민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이런 일반 국민과의 접점에서는 정책을 지역의 실정에 맞도록 집행해야 하는 융통성과 정책 수립 시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자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순발력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는 다양한 정치적 고려가 필요한 경우도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기획재정부와 대구시의 업무는 상당히 다르며, 차이점도 상당히 크다고 하겠습니다.

7. 고위 공무원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공무원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선입견들이 조금씩 있으실 텐데, 특히 경제부처들은 생각처럼 공무원스럽지 않습니다. 굉장히 똑똑하고 공부도 많이 한 엘리트들도 많고, 일방적 명령, 지시보다는 학습, 토론 및 대화와 설득의 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이 민간기업보다도 더 열려 있습니다.

경영학은 근본적으로 관리의 학문이고 수익성을 추구하지만, 행정학 역시 관리의 학문이라는 점은 동일한데 차이점은 수익성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제 주위에는 대기업을 다니다 공익이라는 가치가 더 좋게 보여 뒤늦게 행정고시를 봐서 공무원으로 넘어오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반드시 경제부처가 아니더라도 경제와 기업을 잘 이해하는 마인드를 가진 경영학과 출신의 공무원이 꼭 필요합니다. 대학생활에서 다양한 공부와 경험을 통해 자신의 성향이나 자질을 스스로 잘 평가해보고, 비록 금전적으로 아쉬움은 있겠지만 공익을 추구하고 큰일을 해보시고 싶다면 공무원의 길을 적극 추천합니다.

8. 마지막으로 경영대학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있으실까요?

세상 어디에나 길은 있고 인생에 정해진 길이란 없습니다. 나침반을 잘 설정해서 가면 누구도 밟지 않았던 자신만의 길을 갈 수도 있습니다. 어떤 길이든 두려움 없이 성실하고 묵묵히 걷다 보면 그곳이 기대했던 곳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인생의 관점에서 길게 본다면, 다다른 곳이 어디인지 보다도 어떻게 걸어왔느냐, 그 여정에서의 경험은 무엇이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길을 걸어온 자신을 사랑해 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 행복이 인생의 목적이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멋진 인생을 사는 것이 더 근본적인 삶의 목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렵고 힘든 길을 걸어오다 보면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삶 그 자체는 누구에게도 자랑스럽고 멋진 삶이 될 수 있습니다. 경영대 선후배 여러분의 행운과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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