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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교수칼럼

임금체계 개편 논의에 대하여

임금체계 개편 논의에 대하여

 

 최근 전통적인 임금체계인 연공급을 직무급으로 개편하려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임금체계는 기본급의 구조를 의미하는 것으로, 크게 근속을 기준으로 임금을 결정하는 연공급과 직무의 가치를 기준으로 임금을 결정하는 직무급으로 구분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은 우리나라는 근속에 따라 임금이 증가하는 정도(임금 연공성)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임금체계를 직무급으로 개편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정부는 2022년 임금체계 개편을 노동시장 개혁의 양대 과제 중의 하나로 설정하고, 2023년 전문가와 고위 관료로 이루어진 「상생임금위원회」를 발족시켜 직무급으로의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1. 우리나라의 임금 연공성은 얼마나 높은가?

 「상생임금위원회」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근속이 30년 이상인 근로자가 신입사원보다 2.87배의 임금을 받고 있으며, 이는 일본과 EU의 2.27배, 1.67배에 비해 높은 수치이다. 임금체계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국제 비교를 근거로 우리나라의 임금 연공성이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임금 연공성은 다양한 제도적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아래의 그림을 보자.

 

 (그림 1)은 연공급에서 생산성과 임금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연공급에서 임금은 근속이 증가함에 따라 선형적으로 증가하지만, 생산성은 S자의 학습곡선 형태로 변화한다. 따라서 연공급에서는 각 시점의 생산성과 임금이 일치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직이 필요한 인재를 확보·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성과 임금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므로, 연공급은 근로자의 총생산성과 총임금이 같아지는 시점(b=a+c)에 근로계약을 해지함(정년)으로써 생산성과 임금의 균형을 유지하게 된다.

 

 (그림 2)는 정년에 따라 임금 연공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주기 위해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교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법적 정년은 현재 60세이지만, 일본은 60세 정년을 넘어 65세까지 고용을 유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위의 그래프는 일본과 같이 근로자들이 한 조직에서 오래 근무할 경우,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우리나라에 비해 임금 연공성이 낮아져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정년 등 노동시장 특성의 차이로 인해 국제적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 임금 연공성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것이 어렵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이를 평가해야 할까? 물론 임금 연공성의 적절성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소를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기준은 임금 연공성이 조직성과에 미치는 영향일 것이다.

2. 임금 연공성은 조직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임금 연공성이 조직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상반된 주장이 존재한다. 임금 연공성은 임금의 일부를 미래로 이연시킴으로써 기업 특수적 인적자본의 축적을 촉진하고 대리인 문제의 효율적인 해결을 가능케 함으로써 조직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높은 임금 연공성은 근속이 높은 근로자들이 자신의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을 받는 결과를 초래하여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증가시키고, 성과에 대한 보상을 어렵게 하여 조직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러한 상반된 주장들은 실증적 연구를 통해서만 검증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에 관한 연구들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다만 최근에 이루어진 한 연구에 의하면 기술변화가 극심한 경우를 제외하면 임금 연공성이 높을수록 조직성과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의 임금 연공성이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은 그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3. 임금 연공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금 연공성을 낮추어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임금체계 개편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근속이 아니라 직무의 가치를 기준으로 임금을 결정하는 직무급의 도입이 우리나라의 임금 연공성을 완화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기존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직무급이 임금 연공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이러한 결과는 첫째, 임금 연공성은 임금체계뿐만 아니라 승진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임금 연공성의 절반 이상이 근속에 의한 승진에 의해 발생한다. 둘째, 직무급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직무급에서도 근속이 공식·비공식적으로 고려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구에서 널리 활용되는 성과평가를 기반으로 임금을 결정하는 merit pay system에서도 임금 인상분이 매년 누적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근속에 따라 임금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임금 연공성을 낮추는 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노동시장의 유연화이다. 임금의 일부를 미래로 이연하는 이연임금제도인 연공급은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정년까지 근무함으로써 자신이 이연해 놓은 임금을 받을 수 있을 경우에만 온전히 기능할 수 있다. , 연공급은 종신고용에 대한 노사 간의 합의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종신고용 관행의 약화와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필연적으로 임금 연공성의 저하를 초래한다. 어쩌면 이러한 현상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지 모른다. 이미 젊은 근로자들 대부분은 한 조직에서 평생 근무할 것을 기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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