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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공시되는 ESG 정보의 특성: “이중적” 관점에서의 “중대성” 혹은 “중요성”?

전 세계적으로 ESG(또는 지속가능성) 정보에 대한 수요가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증가하면서, 여러 국가에서 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관련 기준을 제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공시규정, 유럽연합(EU)의 유럽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RS), 그리고 IFRS 재단의 IFRS S1과 S2 등이 있다.

이 중에서 IFRS S1과 S2는 국제회계기준을 제정하는 기구인 IFRS 재단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에서 제정 중이며, 유럽연합의 ESRS도 국제회계기준에 개념적 틀을 제공하는 “재무보고개념체계”의 주요 개념을 활용하였다. 따라서 회계의 관점에서 ESG 정보의 성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국내 많은 기업들은 ESG 정보 의무공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이하 “ESG 보고서”)를 발간해 왔다. 이 보고서들의 특징 중 하나는 대부분 “이중 중대성” 관점을 따른다는 점으로, 이는 ESG 보고서가 표현 그대로 이중적인 관점에서 중대한(혹은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영문 “materiality”는 회계에서 흔히 “중요성”으로 번역되며, 이는 재무보고에서 최소한의 정보 제공 요건을 뜻한다. 예컨대, 재무보고개념체계(문단 2.11)에서는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특정 보고기업에 대한 재무정보를 제공하는 일반목적재무보고서에 정보를 누락하거나 잘못기재하거나 불분명하게 하여, 이를 기초로 내리는 주요 이용자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다면 그 정보는 중요한 것이다.”

즉, 특정 항목이 정보이용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하지 않다면, 재무보고서에 별도로 인식될 필요는 없다. 중요성은 이처럼 항목의 인식과 보고 기준을 정하는 개념이다. 주요 ESG 의무공시기준(IFRS S1 & S2, ESRS 등)도 이 개념을 적용해 정보이용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ESG 보고서에 공시하도록 요구한다.

한편, 회계기준에서 “중대한” 정보는 그 정보가 “매우 중요한” 것임을 주로 의미해 왔으며, 특히 회계상 오류수정의 관점에서 중대한 오류는 일반적인 회계에서의 중요성에 대한 판단기준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오류로 해석되어 왔다(김성기, 2002). 하지만 최근 개정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1008호에서는 중대한 오류와 그 밖의 중요한 오류를 일관되게 구분하는 것이 어렵다고 보고 이러한 구분을 삭제하였다. 즉, “중대한”이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대신, 이를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인 “중요한” 오류라는 표현으로 통일하였다.

이에 반해 국내에서 발간된 ESG 보고서들은 대부분 “중요성” 대신 “중대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필자가 최근 진행한 공동연구(김우진 & 이용규, 2024)에 따르면, 국내 34개 대기업(30대 그룹의 대표기업과 5대 금융지주회사 포함, 농협은 양쪽에 포함)을 대상으로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여부를 조사한 결과, 33개 기업(97.1%)이 보고서를 발간했으며, 이 중 31개 기업이 “이중 중대성”이라는 용어를 명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과거 일부 기업들만 ESG 보고서를 발간하던 시기에 어떤 컨설팅 업체가 “중대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다른 기업들이 채택한 결과라는 후문이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실무에서 혼란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materiality”를 중요성과 중대성 중 어떤 용어로 번역하는 것이 적합한지에 대한 민원이 어떤 연구기관에 접수된 사례도 있었다. 회계의 관점에서 ESG 정보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필자는 “중요성”이라는 표현으로 통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다음으로 “이중적인” 관점에서 중요한 ESG 정보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환경 및 사회와 주고받는 영향에 따라 정보를 분류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환경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반대로 이해관계자와 환경 역시 기업가치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영향 중 상당 부분은 재무제표에 반영된다. 이를 도식화한 내용은 <그림 1>에 제시되어 있다.

 

 

<그림1> ESG 공시정보의 분류

출처: 홍철규(2022, 255면)

 

<그림 1>에서 영역 A는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며, 기업이 오염물질을 배출하여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영역 B는 기업이 환경과 사회로부터 받는 영향(즉,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며, 기업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받을 수 있는 직간접적인 피해를 예로 들 수 있다. 영역 C는 재무제표에 반영된 화폐금액으로, 보고일 기준으로 이미 발생한 회계 거래의 영향과 미래 현금흐름 추정치(예: 충당부채)가 포함된 기업가치 정보를 의미한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영역 B가 개념적으로 영역 A의 부분집합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컨대, 특정 기업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입을 수 있는 피해(영역 B)는 그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친 영향(영역 A)으로 인한 결과가 아닐 수 있다.

ESG 정보의 중요성은 <그림 1>의 영역 A와 B를 기준으로 관심 영역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영역 C에 해당하는 재무제표 정보는 이미 IFRS 등의 회계기준에 의해 정립되어 있으므로, 지속가능성 보고의 초점은 이를 제외한 <그림 1>의 나머지 영역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기업이 환경과 사회로부터 받는 영향(영역 B)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의미하며, 이는 기업가치 평가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투자자들의 주된 관심 영역이다. 이러한 투자자 관점에서 재무적 영향을 중점적으로 공시하는 접근을 재무적 중요성(financial materiality) 또는 단일 중요성(single materiality) 관점이라고 한다. 

반면, 지속가능성 정보의 주요 이용자는 투자자 외에도 종업원, 고객, 협력업체, 지역사회, 정책수립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포함할 수 있다. 이러한 이해관계자를 중심으로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영역 A)을 공시하는 접근을 영향 중요성(impact materiality) 관점이라고 한다. 투자자 관점의 재무적 중요성과 이해관계자 관점의 영향 중요성을 모두 포함하는 접근은 이중 중요성(double materiality) 관점이라고 한다. 이는 <그림 1>에서 영역 A와 영역 B의 합집합에 해당하는 정보를 요구하는 개념이다.

 

 


위에서 언급한 ESG 정보 의무공시기준 중 이중 중요성 개념을 따르는 것은 유럽연합의 ESRS뿐이다. ESRS는 2025년부터 유럽연합 국가들에 적용되는 기준으로, 국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이를 따른다고 명시한 사례는 거의 없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ESG 보고서에 “이중 중대성” 관점을 따른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 관점의 본래 의미처럼 기업이 환경과 사회로부터 받는 영향뿐만 아니라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여 정보이용자에게 “매우 중요한” ESG 정보를 공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보고서에 공시할 중요한 정보를 판단하는 과정(즉, “중요성 평가”)은 기업 특유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구체적인 임계치(threshold)를 제시하는 데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이중 중요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기업들이 서로 다른 표현을 사용하거나 다르게 해석하게 되면, ESG 보고서의 공시 내용에 현저한 차이가 생겨 정보 간 비교가능성(comparability)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더 나아가, 개념적으로 이중 중요성과 단일 중요성 간에 명확한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실무적으로는 ESG 보고서에서 이중 중요성을 적용했다고 명시하더라도 단일 중요성을 적용했을 경우와 큰 차이가 없는 사례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ESG 정보 공시 의무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정보이용자의 혼동을 줄일 수 있는 일관된 용어 사용이 “중요한” 출발점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1] 김성기. 2002. 중요성의 결정. 한국회계기준원 토론서 제17호, 1-179면.
[2] 김우진, 이용규. 2024. 이중 중요성의 개념 및 적용: 유럽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RS)을 중심으로. 한국법제연구원 이슈페이퍼 24-18, 1-34면.
[3] 홍철규. 2022. 유럽, 미국,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안)의 특징 분석 및 회계학적 고찰. 회계저널, 31(4), 243-28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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