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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기업 거버넌스: 변화의 물결 속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도전과 기회

 

정보통신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현대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개인은 이제 과거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으며, 이는 개인 간의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 간의 소통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정보의 전달 속도나 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습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의 발전은 우리가 정보를 처리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빅데이터의 시대에 우리는 엄청난 양의 정보에 노출됩니다. 하지만 이 많은 데이터는 때때로 그 자체로는 유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때 AI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인식하여 그 중 가장 중요한 정보를 추출해 냅니다. 이 과정에서 AI는 특정 데이터 포인트나 의견을 강조하여 사람들이 특정 의견에 더 많이 노출되고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듭니다. 


최근 금융업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강화학습 기법 또한 각기 다른 시작점을 가진 알고리즘일지라도 종국에는 유사한 형태로 수렴해가는 ‘내재적 담합(tacit collusion)’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처럼 의도하지 않았지만 시장에 팽배할 수 있는 자동화된 의사결정의 쏠림 효과(coordination effects)가 시장 비효율성과 유동성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Dou, Goldstein, and Li, 2024).


이러한 변화는 기업 거버넌스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과거에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몇몇 주요 주주나 기관투자자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정보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2021년 GameStop 사건과 같은 사례에서 잘 드러납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Twitter, Reddit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모여 전례 없는 속도로 정보, 의견 및 전략을 공유하며 집단적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고, 이를 통해 주식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킨 것입니다. 


개인 투자자의 주식시장 참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서 개인 투자자의 거래량 추이는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줍니다 (그림 1.a 참조). 이들은 주로 스마트폰의 모바일 거래 앱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주식을 거래하고 있습니다 (그림 1.b 참조). 이러한 개인 소액 투자자의 거래 행태는 주주가 경영진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만약 투자자들의 개별적인 목소리가 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을 통해 하나의 목소리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결집된다면, 이는 기존의 기업 거버넌스 관례에 큰 변화를 야기할 것입니다.

 

[그림1]

(a)

위 그림은 한국거래소에서의 개인투자자 거래량의 지난 18년 간 시계열 추이를 보여줍니다.

 

(b)

위 그림은 한국거래소에서 개인투자자들의 거래 방식에 따른 거래량 지분(%)을 보여줍니다. 지난 18년 간 거래된 시계열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기업들은 새로운 형태의 주주 행동주의에 대비해야 합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블록(Block)화되어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들의 연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업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안겨줍니다. 이제는 몇몇 주요 주주들과의 협상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의 의견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투자자들 간의 긴장 구도도 주목할 만합니다. 덤 블록(Dumb Block; 무작위로 움직이는 투자자 집단)과 스마트 블록(Smart Block;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투자자 집단) 간의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 투자자는 기관에 비해 단기 편향성을 보이기 쉬우므로, 이들 간의 긴장은 기업 거버넌스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변수들을 어떻게 관리하여 중장기적인 성장과 기업 가치 제고를 이뤄낼지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이 기관 투자자들에 비해 얼마나 학습 효과를 보이며 이성적인 투자 행태를 보이는지가, 개인 투자자들이 집단으로 행동할 때 그들의 목소리가 기업의 재무적 의사결정에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밝지 않습니다.

 
홍콩과기대 노동우 교수와 아주대 왕수봉 교수와 공동 연구 중인 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몇십 년간 투자 결정에서 지속적인 편향성을 보여 왔습니다. 예를 들어, ‘디스포지션 효과(Disposition Effect)’라 불리는 현상에서, 높은 가격에 매입했다가 손실을 보고 오랜 기간 투자 수익이 저조한 상황에서 본전을 찾으면 향후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히 매도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림 2 참조). 따라서 대한민국 자본시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집합적 의사결정이 가격 효율성과 자본 시장의 정보력에 미칠 영향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그림2]

위 그림은 개인 투자자들이 이익을 실현할 확률(Gain)과 손실을 실현할 확률(Loss)를 Cox Hazard 회귀 분석 기법을 통해 계산한 값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체 개인 투자자 중 20만명을 임의추출해 추정한 값입니다. 두 확률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디스포지션 효과’가 더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지난 18년간 개인 투자자의 행태적 편향성이 개선되기 보다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음을 실증합니다.

 

AI 시대의 기업 거버넌스는 전통적인 모델에서 벗어나, 보다 복잡하고 다층적인 구조를 갖추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기업은 이제 더 많은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과 의사결정 과정의 혁신이 필수적입니다. 기업은 더욱 투명하고 개방적인 거버넌스를 추구해야 하며,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해야 합니다.


필자는 최근, 탈중앙화된 거버넌스를 추구하는 Web3 환경에서의 거버넌스를 연구했습니다 (Han, Lee, and Li, 2024). 이 연구에서는 Web3와 같은 극단적인 조직 구조에서 블록홀더(Blockholder) 간의 이해 상충 문제를 이론적 및 실증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경영진 없이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이라는 컴퓨터 코드로 운영되는 애플리케이션들을 탈중앙화된 Web3 앱 서비스라고 하는데, 이러한 서비스에서는 경영진의 통제 없이 사용자들이 직접 토큰 지분을 이용해 투표하고, 합의된 코드 내용을 반영하여 자동화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와 같은 조직 구조에서는 토큰 소유자 간의 의견 수렴 과정이 거버넌스의 핵심이 됩니다. 만약 전체 의결권의 절반이 소수의 블록홀더에 의해 좌우될 경우, 이 조직의 거버넌스는 전체를 위한 의사결정이 아닌 소수의 이해관계만을 반영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견제와 대응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조직은 원치 않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Web3 환경에서의 연구 결과는, 점차 주주 간의 합의를 통한 의사결정이 이사회를 통한 내부 의사결정 못지않게 빈번해지고 중요해지는 기술 환경에서 기업 거버넌스가 어떻게 재정립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정리하자면, AI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기업 거버넌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새로운 접근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개인은 빅데이터와 AI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동시에 편향된 의견에 의해 급격히 쏠릴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응집된 개인 투자자들의 지분은 전통적으로 기업 거버넌스를 개선해 오던 기관 투자자들의 지분과 충돌하며, 새로운 이해상충의 국면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과 정보 환경의 변화 속에서, 기업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혁신적인 사고와 대응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그 시작점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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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Dou, Winston Wei, Itay Goldstein, and Yan Ji. "Ai-powered trading, algorithmic collusion, and price efficiency." Jacobs Levy Equity Management Center for Quantitative Financial Research Paper (2024).
Han, Jungsuk, Jongsub Lee, and Tao Li. "Dao governance." Seoul National University and University of Florida, Working Paper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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