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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 찾기
AI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 찾기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이 모두의 예상을 넘어선 충격을 주면서 AI시대의 전조를 알렸다면 예상보다 빨리 등장한 Chat GPT, Claude 등의 생성형 AI가 전 세계의 산업계와 시민의 일상생활에 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생성형 AI와 프롬프터를 통해 질문 답변 방식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해 보면 생성형 AI가 단순히 지식만을 신속하게 검색하여 전달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지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과 대화하는 것과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이다. AGI가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사람처럼 폭넓고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인데 비하여, Chat GPT, Claude와 같은 현시점의 생성형 AI는 특정한 작업에 특화된 AI 모델로, 주로 텍스트 생성 및 대화 응답을 처리하는 언어 모델로서 AGI와는 개념적으로 분명히 구별된다고 한다. 그러나, 현시점의 생성형 AI는 이미 판도라의 상자를 어느 정도 열지 않고서는 구현해 낼 수 없는 수준의 인공지능이라고 밖에 해석되지 않아서, AGI가 상용화될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AI에 의한 변화의 폭, 깊이, 속도를 모두 곱한 총량은 실로 거대하다. 급변하는 거대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사례를 도처에서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오랫동안 CPU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여, “인텔의 지하 사무실에는 붙잡힌 외계인이 CPU를 설계하는 강제 노동을 하고 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로 칭송을 듣던 인텔이 CEO의 교체라는 승부수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실적 악화와 경쟁력 저하로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안타까운 최근 보도가 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인텔이 2017년과 2018년에 (생성형 A 개발을 주도하던) 오픈 AI 지분 15%를 현금 10억 달러에 매입하는 방안에 대하여 협상을 하였었고 인공지능칩과 데이터센터 등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지분 15%를 추가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당시 인텔의 CEO는 AI에 투자해도 투자금을 적기에 회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하에 오픈 AI 인수 기회를 포기하였다고 한다. 오픈 AI는 인텔과의 협상이 무산된 후 2019년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대규모 투자를 받아 생성형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AI가 인류의 미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지에 대하여는 소위 ‘AI 4대 천왕’이라 불리는 제프리 힌튼, 얀 르쿤, 앤드류 응, 요수아 벤지오 간에도 낙관론과 경계론이 팽팽히 대립되고 있을 정도로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인류가 오랜 진화의 힘으로 적응해 왔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심대하고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개인이 AI 교육을 열심히 받고, 기업도 애자일(Agile) 조직화하여 기존의 계층적 체계에서 탈피하여 신속하게 협업하고 팀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등의 과감한 적응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는 기업이 뿌리부터 모든 것이 바뀌는 거대한 변위적 혼란(Dislocation)의 시대에서 생존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비상한 시기에는 탁월한 리더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법이다. 역사로부터 예를 찾아보자.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순신 장군이 불과 임진왜란 1년 전에 종6품 정읍현감에서 7단계 파격 승진하여 일약 정3품 전라좌수사가 되지 못했다면, 조선 수군은 제해권을 상실하여 손쓸 새도 없이 1592년에 조선은 일 년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을 가능성이 높다. 또, 몽고의 명장 수부타이는 징기스칸의 유럽 정벌의 선봉장으로서 32개 나라를 정복하고 61번의 큰 전투에서 모두 승리하여 전 세계 전쟁사를 통틀어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전설적 장군인데, 징기스칸과 다른 부족 출신으로 친형이 징기스칸의 노예 신분이었다. 출신 성분을 따져 수부타이를 발탁하지 않았다면 역사상 최대 영토를 차지했던 몽고의 대제국 영토는 훨씬 줄어들었을 것 같다. 한나라 건국의 일등공신 한신의 등용도 드라마틱하다. 유방의 라이벌 항우 휘하에서 중용되지 않아 유방측으로 넘어왔지만 역시 별다른 중책을 맡지 못하여 영관급 장교에 불과하였고 특별한 공을 세운 것도 없었음에도, 명재상 소하가 비범한 인재임을 알아보고 유방에게 강력하게 천거하여 신하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방이 한신을 총사령관으로 일약 발탁하여, 결국 항우 측에 비하여 절대 열세의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를 건국하게 된 것이다.
AI시대에도 과감한 인재 발탁이 필요할 것이다. 필자와 같은 기성세대가 아무리 AI를 열심히 공부한다 한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디지털에 친숙해진 세대의 습득력을 따라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변화의 속도가 초현실적으로 빠른 상황에서, 리더는 기존 성공 방식에 집착하지 않고 과감하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고 도전해야 할 것이나, 오랜 진화를 통해 환경에 적응해 온 인간이 기존의 익숙함과 성공의 경험에 집착하지 않고 제로 베이스에서 근본적 변화를 모색하기에는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기존의 성공 경험이 오히려 과감한 변화를 주저하게 하는 (마치 기후변화에서의 좌초자산과 같은)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해관계의 일치(Alignment) 측면을 생각해 봐야 한다. 대부분의 최고 경영진은 짧으면 2~3년, 길어도 10년 내에 현역에서 은퇴할 연령이라서, AI로 세상이 바뀌어도 거기에 적응해 오랫동안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젊은 세대와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의 일로 받아들여 생존해 나가야 하는 절박한 심정은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어느 정도까지는 이해할 수는 있어도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일본의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코코이찌방야 라는 기업에서 22세의 아르바이트생 출신 고졸 여사원을 2년 여 경영수업을 거쳐 CEO로 발탁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 적응을 위해서 사장 선임이 된 것은 아니지만, 나이에 관한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사장으로 발탁한 기업의 오너도 대단한 인물 같다. 현실 세계에서 과감하게 리더로 발탁할 만한 탁월한 젊은 인재를 찾기가 결코 용이한 일은 아닐 것이다. 기성세대가 스스로가 영웅이 되려고 하기보다는 이순신 장군을 과감하게 천거한 서애 류성룡 대감, 무명의 한신을 총사령관으로 발탁한 명재상 소하 같은 역할을 하려 노력해야 되는 것 아닐까? 영화 ‘인턴’의 젊은 CEO 앤 해서웨이를 고령의 로버트 드니로가 인턴 직원으로서 잘 도와 기업의 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우리 사회 각 영역에서 탁월한 젊은 리더가 이끌고 현명한 기성세대가 조력하는 그림을 많이 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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