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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기로 공간 컴퓨팅의 미래를 열다, 소프티오닉스 임성수 대표와의 만남

정전기로 공간 컴퓨팅의 미래를 열다, 소프티오닉스 임성수 대표와의 만남

글 : 학생홍보대사 김한별(벤처경영학 22기), 안순찬(벤처경영학 21기)

 

 

1.  대표님과 소프티오닉스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에서 학부부터 대학원 과정을 마쳤고, 박사과정을 수료하면서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엔지니어로서 오랜 시간 미래 기술에 대한 연구를 해왔지만, 문득 ‘내가 가진 기술로 실제 사회에 도움이 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이 들었고, 그 고민이 창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소프티오닉스는 제가 연구해온 배경을 반영한 회사명인데, ‘Soft Material’와 ‘Ionics’의 합성어입니다. 소프티오닉스는 차세대 공간 컴퓨팅을 위한 입력 장치를 만드는 회사이고, 현재는 손짓을 인식하는 제스처 기술을 중심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피지컬 AI(컴퓨터가 사람이나 주변의 물리적 움직임과 상황을 이해하고 반응할 수 있는 인공지능)와 스페이셜 인텔리전스(공간 속 위치와 움직임을 이해하는 능력)에 필요한 입력 하드웨어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 소프티오닉스 창업 초기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연구자로서의 경력을 가진 대표님께서 창업을 결심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나요?
창업을 반드시 해야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연구라는 일이 본질적으로 10년, 20년 후의 미래 기술을 다루는 영역이다 보니, 저는 그동안 먼 미래에 세상이 변화했을 때 필요한 기술들을 연구해왔습니다. 그런데 박사 학위를 마친 후 진로를 고민하면서 두 가지 길을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하나는 계속해서 미래지향적인 기술을 연구하는 커리어, 또 하나는 산업계로 들어가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무적 역할이었고, 이 두 방향이 모두 저에게는 괴리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조금 더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사회적 방향성을 가진 문제를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그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창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엔지니어로서 기술을 직접 개발해온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 기술을 통해 사회가 가진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3. 초기 파운딩 팀은 어떻게 구성되었나요?

실제 창업을 하기 위해 “어떤 사람과 함께 해야 할까?”를 고민했습니다. 기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제가 그리는 비전을 함께 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죠. 그러한 고민 끝에 제가 박사 과정을 함께했던 지도교수님과 함께 공동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업화나 문제 정의, 방향 수립을 주로 담당하면, 이렇게 포착된 비즈니스 기회를 교수님께서 실제 기술 개발 로드맵으로 구체화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저희는 두 명의 창업팀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4. 단순히 기술만으로는 창업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실제 시장성과 사업 기회를 어떻게 발견하셨나요?
정전기라고 하면 대부분 ‘스파크가 튀는 현상’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정전기는 우리 일상 속에 훨씬 넓게 존재합니다. 저는 정전기 기반 기술을 연구하면서, 이 현상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정전기는 물체가 서로 닿지 않아도 미세한 전기장을 만들어내는데, 이 전기장을 감지하면 접촉하지 않고도 움직임이나 거리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즉, 정전기를 이용하면 사람의 손짓이나 동작을 아주 정밀하게 읽어내는 비접촉 센서 기술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죠.


이 가능성을 기반으로 “그렇다면 이런 센서가 가장 필요한 시장은 어디일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시장 조사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XR(확장현실)이나 공간 컴퓨팅 분야가 이 기술을 가장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5. 기술의 비전과 시장성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조율해 오셨는지, 그리고 창업 과정에서 시장보다 적절히 앞서는 속도를 어떻게 결정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하나의 기술에 집착하기보다는, 더 큰 흐름과 방향성을 보면서 사업을 구상해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저희가 공간 컴퓨팅이라는 시장을 타깃하게 된 것도, 그런 기술의 흐름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문제를 정의해보자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공간 컴퓨팅이란 더 이상 기기를 손에 쥐지 않고, 눈앞에 펼쳐진 디지털 정보를 자유롭게 다루는 방식으로 컴퓨팅이 확장된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공간 컴퓨팅’이 그 다음이 시장이라고 보고 있어요. 이 변화는 단순히 기술적 가능성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제품 개발 트렌드에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나와 있는 공간 컴퓨팅 제품들은 아직 대중적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사용자 입장에서 불편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첫 번째 문제는 ‘조작 방법’이었습니다. 기기는 안경처럼 쓰는데, 정작 조작은 손에 들고 있는 리모컨으로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안경을 쓰면서 또 리모컨까지 들고 다녀야 한다면, 굳이 이 제품을 쓸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죠.


비전 AI 같은 첨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손짓을 카메라로 인식하는 기능도 가능해지고 있지만, 실제 제품에 들어가는 경우는 아직 극히 일부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기술을 넣으려면 기기에 카메라나 센서를 여러 개 달아야 하고, 그러면 제품이 크고 무거워지고, 전력도 많이 먹고, 배터리도 금방 닳고, 가격까지 비싸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요즘 출시되는 고급 기기들은 600g이 넘기도 해서 머리에 쓰고 오래 있기 어렵습니다. 무게뿐만 아니라, 센서가 많아지면 당연히 전력 소모도 커집니다. 고성능 센서를 7~10개 가까이 탑재하다 보니 배터리 효율이 낮아지고, 사용 시간도 짧아져요. 결국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이걸 제품에 녹여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시장의 현재 상황이에요. 게다가 이런 장비들은 대부분 수백만 원대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어, 소비자가 쉽게 접근하기도 어렵고요.


이런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저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기술적으로는 가능한데 대중화된 제품은 없을까?” 그리고 그 해답은 ‘입력 기술’에 있다고 봤습니다. 제가 가진 정전기 기반의 비접촉 센서 기술은, 무게나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도 사용자 경험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었고요. 이런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더 명확한 미션을 가지고 창업에 뛰어들 수 있었습니다.

 

 

6. 소프티오닉스가 해결하고자 하는 핵심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사업화하고 계신가요?

저희는 완성형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제조사들이 자기 제품에 넣어 사용할 수 있는 ‘입력 모듈(조작 기술)’을 만들어 공급하는 B2B 모델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요. 가장 먼저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XR기기(가상, 증강, 확장 현실)나 공간 컴퓨팅 기기이지만,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차량용 디스플레이에 터치 대신 제스처로 조작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만들 수 있고, 가전이나 스마트폰, 로보틱스까지도 확장이 가능하죠.


저희의 장기적인 목표는 단순히 손짓을 인식하는 것을 넘어서, 사람이 어떤 동작을 하고 있는지, 주변 공간이 어떤 상황인지까지 이해할 수 있는 ‘스페이셜 인텔리전스(공간 지능)’를 구현하는 것입니다. 생성형 AI가 이미지나 영상 데이터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가 학습에 필요한 고품질 입력 데이터 부족인데, 저희 센서 기술이 이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금은 제스처 인식을 시작점으로 삼고 있지만, 저희가 바라보는 궁극적인 방향은 피지컬 AI의 핵심 기술로 확장해나가는 것입니다.

 

7. 센서 기술 시장 내에서 소프티오닉스가 갖는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소프티오닉스가 센서 기술 시장에서 가지는 경쟁력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센서가 사물을 보는 방식이 다릅니다. 기존의 카메라나 라이다 센서는 빛이나 신호를 외부로 발산하고, 그 반사값을 받아서 정보를 해석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소프티오닉스는 사물 고유의 전기장을 감지하는 정전기 기반 수동 센서를 사용합니다. 별도의 신호 발산 없이 동작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높고, 구조 자체도 간결하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하드웨어 구조에서의 유연성입니다. 기존 센서는 크고 두꺼워서 제품 외관에 달기가 어렵고, 디자인에 제약이 많습니다. 하지만 소프티오닉스의 센서는 얇고 투명한 필름 형태로, 화면 위에 붙일 수도 있고, 가볍고 유연해서 다양한 제품에 쉽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기존 생산 방식도 크게 바꾸지 않아도 됩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정보 보호와 연속 감지가 가능합니다. 카메라는 시각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보안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손이 시야에서 잠깐 벗어나면 감지가 끊깁니다. 반면, 소프티오닉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호를 감지하기 때문에 해킹 위험이 적고, 손이 잠깐 사라져도 움직임을 계속 추적할 수 있습니다. 

 

 

8. 창업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창업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을 꼽자면,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연구실에서 가능하다고 확인한 기술을 실제로 시장에서 쓸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어요. 초기에는 이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기까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하드웨어 기반 기술이다 보니 개발이 소프트웨어처럼 빠르게 반복되거나 개선되기 어렵고, 반드시 ‘적절한 시점에’ ‘완성도 높은 형태’로 완성되어야 시장에서도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압박감도 상당했고요.

 

장기적으로 단순히 센서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수집된 데이터를 해석하고 응용하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회사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 첫 단추인 ‘센서의 완성도’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었고, 그게 가장 힘든 지점이자 동시에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였던 것 같습니다.

 

9. 창업가이자 조직의 대표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질은 무엇인가요?

창업가로서, 그리고 조직을 이끄는 대표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질은 크고 선명한 비전을 그리고, 그것을 현실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먼 이야기만 하면 망상처럼 들릴 수 있고, 반대로 꿈이 너무 작으면 팀도, 투자도, 고객도 모이기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항상 ‘얼마나 멀리 볼 수 있느냐’와 동시에 ‘그 지점까지 어떻게 도달할 수 있을지를 설득할 수 있느냐’를 고민해 왔고, 두 가지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믿어요.

 

실제로 저희는 ‘정전기 신호를 비접촉으로 감지하는 센서’라는 개념을 처음 이야기했을 때, 대부분이 회의적인 반응이었어요. 그래서 이 기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은 증거들을 하나하나 만들어야 했습니다. 

 

특히 기술 기반의 창업은 단순히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반드시 기술적인 실현 가능성과 구체적인 계획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하드웨어로 이를 구현하고, 대외 경진대회 수상, 초기 파트너십 확보 등 다양한 형태의 증명을 통해 이 비전이 실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작업이 필요했어요. 결국 창업가가 해야 할 일은 비전을 ‘말’로만 제시하는 게 아니라, 그 비전을 ‘현실로 보여주는 증거들’을 하나씩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저는 그걸 지금도 계속 해나가고 있어요.

 

 

 

벤처경영기업가센터 이야기는 벤처경영학 재학생 및 졸업생, 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한 창업팀들을 인터뷰하고 청년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은 snustartup@snu.ac.kr로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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