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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서평

세 번째 도서,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세 번째 도서,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글. 서진영 박사

 

전염병은 어떻게 세계사의 운명을 뒤바꿔놓았는가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김서형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왕관의 돌기 모양과 비슷한 바이러스, 그래서 왕관을 뜻하는 스페인어 ‘코로나’(Corona)가 명칭인 코로나19. 코로나19는 2000년대 들어 생겨난 감염병(전염병) 중 인류에 끼치는 해악이 가장 치명적이기에 인류는 코로나19와의 격한 전쟁에 돌입했다.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전염병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김서형 지음, 살림, 2020.)에서 만날 수 있는 많은 사례 중 콜레라의 사례를 살펴보자. 

콜레라는 산업혁명기의 영국을 강타한다. 당시 영국에서는 증기기관이라는 새로운 동력원을 이용하면서 기계에 의한 생산방식이 등장했다. 대량생산 덕분에 상품 가격은 낮아졌고,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자본을 투자해 공장을 짓고 기계를 도입한 사람들은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가난한 공장노동자였다. 가난한 사람들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청결하지 않은 환경에서 거주해야 했다. 결국 거주지를 중심으로 콜레라가 창궐했다. 원래 콜레라는 인도 벵골 지역에서 발생한 풍토병이지만, 영국의 식민주의 정책과 함께 여러 지역으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다시 말해 콜레라 역시 경제 교류의 산물이었다. 1600년 인도 및 아시아의 여러 지역과 무역을 하기 위해, 영국 국왕의 허가를 받은 영국 동인도회사가 설립되었다. 125명의 주주가 총 7만 2,000파운드의 자본으로 설립했는데,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15년 동안 인도 무역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받았다. 동인도회사는 인도에서 생산하는 면직물과 동남아시아의 차를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교역하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18세기 후반 영국은 인도통치법을 제정해 벵골 지역을 식민지로 삼았다. 역사학자들은 이때 벵골 지역에서 영국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콜레라를 영국에 전염시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① 1832년 런던의 콜레라

1832년 2월 13일, 런던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병원마다 수많은 환자가 몰려들었다. 환자들은 구토와 설사, 탈수 증상을 보였다. 콜레라의 전형적인 증상이었다. 1871년 벵골에서 발생한 콜레라는 인도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까지 확산되어 수백만 명이 사망했다. 독일의 시인이자 저널리스트인 하인리히 하이네는 당시 유럽에서 유행한 콜레라를 목격하고는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많은 사람이 갑자기 죽자 이것은 질병이 아니라 독에 의한 대량학살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빵집, 푸줏간, 술집, 채소 가게에 하얀 독을 뿌리고 다니는 자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혐의자로 몰려 현장에서 참살당한 사람을 여섯 명이나 알고 있다.

1832년에 발생한 콜레라 때문에 런던에서는 2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당시 런던 인구는 약 65만 명 정도였다. 콜레라의 발생 원인을 명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효과적인 치료법은 없었다. 그저 콜레라 환자를 격리시키거나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② 문제를 해결한 것은 통계를 통한 경영학적 접근

당시 사람들은 전염병의 발생 원인을 오염된 공기라고 생각했다.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854년 런던 브로드웨이에서 발생한 콜레라 때문에 열흘 사이에 5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망했다.

그런데 이 때 의사였던 존 스노(John Snow)는 콜레라가 창궐한 원인을 알고 싶었다. 콜레라가 발생한 소호 지역의 주택을 직접 찾아다니며 정보를 모았다. 그리고 한 가지 가설을 제기했다. 콜레라가 오염된 공기가 아니라 오염된 물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런던 소호의 한 광장에는 워터 펌프(Water Pump)가 있었다. 존 스노는 소호 지역이 그려진 지도 위에 콜레라로 사망한 사람들의 집을 표시했다. 그러자 당시 이 지역 주민들이 사용하던 워터 펌프를 중심으로 사망자들이 모여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노는 열악하고 불결한 지역을 찾아가서 급수펌프시설별 이용 가옥 수와 콜레라 사망자 수를 확인했다. A 급수펌프시설 이용자는 1263명이나 목숨을 잃었는데 B 급수펌프시설 이용자 집에서는 98명밖에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 

물론 비교 집단의 수가 다르기 때문에 이 수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가옥 수가 많을수록 그만큼 콜레라 감염자가 포함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노는 1만 채 비율로 두 집단의 사망자 수를 비교했다. 그 결과 역시 A 급수펌프시설을 이용하는 집의 사망자가 8.5배나 많았다.

이처럼 급수펌프시설만 다르고 다른 조건은 거의 동일한데도 위험도가 8.5배나 차이가 있다면 당연히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스노는 이 결과를 토대로 지극히 단순명료한 콜레라 퇴치법을 제시했다.

‘우선 잠시 동안이라도 A 급수펌프시설의 물은 이용하지 않는다!’

스노는 콜레라에 걸린 아기의 기저귀를 세탁해 오염된 물이 브로드웨이 40번 가에 있는 공동 펌프로 스며들었고, 그 펌프의 물을 마신 사람들이 콜레라에 걸렸다고 확신했다. 서둘러 공동 펌프를 제거했다. 그 결과, 콜레라 환자의 수가 급격하게 감소했다. 전 세계적으로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콜레라가 다름 아닌 오염된 물을 통해 확산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스노가 이 발표를 하고 약 30년 후 독일의 세균학자 로베르트 코흐(Heinrich Hermann Robert Koch, 1843∼1910)가 콜레라의 병원체인 ‘콜레라균’을 발견하게 된다. 그 균은 물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콜레라 환자의 배설물에도 포함되어 있고 콜레라균이 섞인 물을 마시면 콜레라에 감염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런던시는 펌프를 폐쇄했고 사람들은 나았다. 지도 위에 표시된 작은 정보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를 불러왔다. 그리고 사람들의 삶이 바뀌었다.

사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공중 보건법이 제정된 국가다. 1848년에 콜레라가 널리 확산되면서 국가가 위생과 보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중 보건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콜레라는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당시 영국 법률가 에드윈 채드윅은 콜레라를 막으려면 마을이나 도시의 위생 상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③ 결론

콜레라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위기 극복의 3가지 접근을 배워야 한다. 첫째는 경영학적 접근이다. 존 스노는 통계를 통해 병의 근원을 파악해내는 지혜를 발휘했다. 둘째, 의과학적 접근이다. 독일의 세균학자 로베르트 코흐의 콜레라균 발견으로 콜레라의 근원적 치료가 가능해졌다. 셋째는 정부의 대응이다. 콜레라에 대응해 영국은 세계 최초로 공중 보건법을 제정한다.

이제 시대는 200년이 흘러 코로나19의 팬데믹에 처해있다. 우리는 우왕좌왕 사회적 거리두기에 급급한가? 아니면 3가지 접근을 통해 근원적 해결책을 도모하고 있는가? 이 책을 통해 역사 속의 전염병 대응을 보고 현재를 살아가는 지혜를 얻기 바란다.

 

도서 이미지 출처: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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