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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 한학수 동문과의 특별한 만남

MBC 'PD수첩' 한학수 동문과의 특별한 만남

 

경영학과 진학을 꿈꾸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서 법대, 상경대, 정치학과, 국사학과 4개 중에서 고민했는데 시험 점수에 맞추어 경영학과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당시 대학 진학 후 각 학과에서 어떤 것들을 배우게 될 것인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기 어려웠기에 학력고사 점수에 따라 과를 지원한 측면이 크죠.

선배님께서는 학부시절에 어떤 학생이셨나요? 학부시절 인상 깊었던 경험(수업, 동아리 등)이 있으셨을까요?

초반에는 전공에 대해 큰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어요. 전공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학교를 왔었기에 당연한 일이었죠. 입시 생활로 지쳐있는 상황이라 1,2학년 때는 공부를 쉬고 싶기도 했고, 당시가 현대사적으로도 암울한 시기였던 이유도 있고요. 4학년 동안 거의 절반 정도는 시험거부 논의가 있었고 실제로 시험거부가 이뤄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좋은 학점은 받지 못했지만(웃음), 철학 동아리에 들어가서 철학 공부도 하고 책도 읽으며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공부에 집중하기는 어려운 시기였지만 동아리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마음의 여유와 활력을 찾았고, 그 과정에서 저만의 가치관, 철학이 생겨서 이후의 삶의 좋은 자양분이 되기도 했죠.

경영학과 학생으로 PD라는 직업을 택하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어떤 계기로 방송국 PD라는 진로를 선택하셨나요? 또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학부를 마치고 나서 어떤 직업을 택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앞서 말씀드렸듯 1, 2학년 시기에 저는 공부 외의 활동에 관심이 더 많아서 전공 수업을 많이 듣지 않았어요. 3,4학년 때 와서 졸업 학점을 채우려고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지요. 공부를 하다 보니까 자연스레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마케팅, 인사조직, 생산관리 등 전공 과목을 배우는 재미를 늦게 깨달았죠. 계절학기까지 수강하며 졸업은 했지만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이 많았어요. 주변 친구들은 기업 취업, 회계 진로 등 각자의 길을 택해서 잘만 나아가고 있는 듯한데 저는 혼자 그렇지 못한 것만 같아서 마음이 복잡했어요. 대학원 진학을 해놓고 약간 여유를 가지면서 군대에 가서 본격적으로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청춘 시절의 저는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정의감과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은 열망이 큰 사람이었어요. 스스로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고민 끝에 저널리스트의 길을 결정하게 되었죠. 신문 계열도 고려했었는데, 워낙 글을 많이 써 버릇하다 보니 새로운 영상 계열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방송 업계를 선택했어요. 방송 계열에서도 비교적 호흡이 긴 다큐멘터리를 다루고 싶었죠. 석사 논문을 다큐멘터리 관련해서 작성했던 경험도 크게 작용했고요. 결국 29살이 되던 해 언론고시를 2번째 시도에서 합격하며 원하는 길을 걷게 되었어요.

 

 

PD라는 직업은 선망의 대상으로 꼽히는데, 취직 전 생각하시던 모습과 살제의 괴리감이 있으셨나요?

괴리감은 딱히 느끼지 못했던 듯해요. 제가 방송국에 입사한 게 97년도인데, 당시는 지상파의 전성기였던 시절이었어요. 채널도 사실상은 KBS, MBC, SBS 3개 방송국에 제한된 과점 시장이었죠. 케이블이 존재는 했으나 영향력이 매우 미약했거든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MBC의 PD로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작품을 통해 제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물론 급여도 좋았고요(웃음). 몸은 힘들었지만, 전반적으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커리어였어요. 어려운 점을 굳이 꼽자면 실수하면 안 된다는, 완벽해야 한다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전형적인 스트레스만 있던 정도랄까요.

PD로서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가장 신경 쓰시는 부분(혹은 원칙)이 무엇인가요?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요소는 프로그램의 특성에 따라 천차만별이에요. 시청률이 중요한 프로그램도 있고, 공익성이 중요한 프로그램도 있고. 감동도 주고 시청률도 높아야 하는 프로그램도 있지요. 너무나도 다양하다 보니 하나로 정의하기는 어려워요. 다만 저는 탐사 프로그램에 특화된 PD이기에, 제게 있어서는 대체로 공영성이 우선이에요. 어떤 선한 영향력을 사회에 미칠 것인가가 저의 첫 번째 고려 대상이죠. 두 번째로 중점을 두는 요소는 화제성이에요,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담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봐야 효과가 있는 거죠. 더 스타일리쉬하게, 구성적으로 편안하게, 이해하기 쉽게 구성을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해요.

 

 

방송에 나가는 주제들은 어떻게 선정하고, 취재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기획단계에서 아이템을 결정하는 방식은 PD마다 다 달라요. 어떤 분은 시청률을 우선으로 두고, 어떤 분은 감동을 우선에 두고, 어떤 분은 사회에 의제를 두기 위해 방송을 만드시곤 해요. 제 경우는 구조적인 것, 선이 굵은 것, 우리 사회에 의제를 던질 만한 주제들에 관심이 더 갔고, 그것들을 다루는 것에서 더 많은 보람을 느꼈기에 사회적인 문제를 많이 다룬 것이죠.

긴 시간 동안 <PD수첩> PD 겸 진행자로서, 우리나라의 민감한 이슈와 감춰진 진실을 고발하고 규명해오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거나 취재하는 데에 고충이 있던 주제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무래도 황우석 사건이죠. 테러 위협에 한 달 동안 경호를 받기도 하고, 가족들도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있고, 집에서 출퇴근을 한 달 동안 못 하기도 했고요. 힘든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결국 진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고통 후에 오는 기쁨도 매우 컸지요. 이후 당시 나를 당시 그렇게 행동하게 한 동력은 무엇이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았는데, 사실, 자존심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저널리스트로서의 긍지, 불의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오기 같은 거요. 그런 것들이 저를 견디게 해주었죠.

당시 황우석 보도로 <PD수첩>에서 하차하셨을 때 어떤 감정이셨나요?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고 생각했어요. 진실은 변하지 않고, 우리에게는 진실이 주어져 있기에. 하지만 당시에는 진실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것을 밝히지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당시 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검찰청 앞에서 우리가 취재한 모든 것을 가지고 기자회견을 해버리자’는 정말 극단적인 방법까지도 생각했었지요. 회사 내에서 정말 길고 많은 토론이 있었지만, 정말 고맙게도 방송을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서 진실을 알릴 수 있게 되었죠.

현재 우리 사회는 '진실'이라는 가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PD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50살이 넘어가는 현재, 저는 세상이 참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래도 세상은 변한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도 해요. 때로는 후퇴하기도 하지만, 큰 흐름에서 모든 것들은 앞으로, 더 좋은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것 같아요. 그러니 빨리 변하지 않는다고 우울해갈 것도 없어요. 속도만 다를 뿐 앞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는 와중일 것이니까요.

케이블 방송 및 뉴미디어의 발전으로 완전 경쟁 시장이 구축된 현재, 지상파가 어떻게 나아갈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1990년 때까지 이어지던 공중파 과점의 시대가 2000년에 이르러 무너지면서 2010년대는 방송계가 완전경쟁시장으로 이동해 가는 시기였고, 그 후인 현재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방송이 재구조화되는 시기예요. 저도 미래의 모습을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변동의 시기에도, KBS, MBC, EBS 등의 공영방송이 해야 할 일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플랫폼은 규제가 없는 자유를 지니지만, 우리는 큰 틀을 가지고 여론시장에서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내야 하죠. 지상파 방송이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시기는 아니나, 공영방송이 앞으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지 못하도록 하는 임무를 수행해낼 것이라 예상해요. 어느 나라의 방송이든, 공영성이 있는 큰 중심이 있어야 변주도 존재할 수 있거든요. 진보적 기둥도, 보수적 기둥도 필요한 거죠.

 

 

진로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후배 학부생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1,2,3학년 시절 진로를 정하기 전까지 겪던 방황과 갈등, 고민이 장기적 관점에서 저의 삶에 아주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당시 고민한 주제였던 ‘인권’과 ‘정의’를 각 5년간의 키워드로 설정하고 일을 했고, 두 주제는 제가 쌓아온 커리어에 있어 일종의 정체성이 되어주었죠. 또, 전공이 싫어서 다른 일을 하며 겪었던 갈등도 이후의 양분이 되었어요. 공부가 싫어 친구들과 읽던 책이 저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거든요.

일부러 방황할 필요는 없지만 진로와 관련해서 갈등이 생겼을 때, 그리고 만약 마음이 너무 끌리는 무언가가 생겼을 때 거침없이 시도해서 끝을 한번 추구해 보는 게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요. 전공이 나와 얼마나 맞는가, 내 취향에 맞는 학문은 무엇인가, 내가 추구해야 하는 삶의 방향성은 어떠해야 할까, 내가 가려는 진로가 나에게 맞는가를 깊이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과도한 경쟁 속에서 살기 때문에 자신을 스스로 들여다보기보다는 남의 눈으로 보게 될 수도 있어요. 남이 평가하기에 좋은 나의 모습에 연연하지 말고 자기가 고민하는 주제, 갈등을 겪는 주제, 의문이 드는 주제를 깊이 탐구해보세요.

물론, 가다가 돌아올 수도 있어요. 그 과정에서 뜻밖의 선택을 했는데 그게 더 나을 수도 있고요. 그렇지만 대학 때가 아니면 그런 걸 해보기가 어렵답니다. 30,40대는 이미 가진 것들이 많아서 방향을 틀기가 정말 힘들거든요. 요지는, 자신의 본래적인 갈등을 어떤 식으로든 끝까지 추구해볼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어설프게, 조금 고민하다 말아버리고, 가다 말아버리는 것이 아니고요. 후배님들도 소중한 대학시절, 후회 없이 본인이 겪는 문제와, 본인이 진심으로 흥미로워하는 분야를 깊이 있게 다뤄보는 경험을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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