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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에서 사모펀드 리더로: JKL 창업과 PE 업계에서의 도전과 가치

회계사에서 사모펀드 리더로: JKL 창업과 PE 업계에서의 도전과 가치

 

1. JKL을 공동설립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JKL을 창업하신 계기와 창업하시기로 결정하시는 과정에서 회계사로서 걸어온 커리어로부터 어떤 영향들을 받으셨나요?

JKL은 삼정회계법인 선후배인 정장근, 강민균, 이은상 세명이 창업한 회사입니다. 삼정이 KPMG의 글로벌 Member firm이 되면서 회사가 커지는 과정에서, 큰 조직에서의 안정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 셋이 M&A 자문 경험을 살려서 서로 의지하면서 직접 투자업을 하면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의기투합해서 2001년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로 창업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회계와 재무는 기업가치평가, 재무실사, 손익추정 등 여러가지 분야에서 투자와 연결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회계사라고 하는 커리어는 투자업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저는 2021년부터 3년간 ‘기업과 경력개발’이라는 서울대 경영학과 수업의 외부강사로서 PE 시장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수없이 많은 학생들로부터 ‘회계사 자격증이 PE 펀드매니저로서의 커리어에 도움을 주는가’라는 질문을 받은 기억이 있어요. 그 때마다 저는 ‘우리 학생들이 PE 펀드매니저가 아니더라도 어느 기업의 임원이 되었을 때, 재무제표를 읽고 해석할 줄 아는 능력이 있는 임원과 그렇지 못한 임원의 퍼포먼스 차이는 매우 크며 그래서 회계학의 기초지식은 회계사 시험 합격 여부와 상관없이 경영학도로서 꼭 필요한 과목이다’라고 얘기해 주었던 것 같아요. 

 

2. 하림 팬오션 인수건, 티웨이 항공 등 성공적인 인수거래 및 엑시트를 하신 것으로 언론에서 많이 뵐 수 있었습니다. 딜 과정에서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고, 또 어떤 점이 인상깊은 경험으로 남으셨나요?

펀드매니저는 종종 투자하는 산업의 전문가 수준의 산업 이해도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이해도가 높아도 매크로 변수가 다양할 경우 예측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티웨이항공 투자 건이 거기에 해당하지요. 코로나가 터지면서 비행기는 뜨지도 못하는데 비행기 관련 리스료와 임직원 인건비는 고정비로 계속 지출되는 어려운 상황에서 펀드가 투자 의사결정을 했죠. 그래서 ‘언제쯤 코로나가 끝나고 국제선이 뜰까, 사람들의 교류는 언제쯤 다시 정상으로 복귀할까’와 같은 미래 예측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했어요. 항공산업 전문가가 아니라 팬데믹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상황인거죠. 투자에 있어서 단순히 인풋 대비 아웃풋으로 얘기하기는 어렵고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없는 팬데믹, 전쟁, 유가, 환율 같은 각종 불확실성 대외 변수들이 산업과 해당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은 항상 어려운 것 같아요.

제일 인상 깊었던 경험은, 한국정수공업이라는 수처리 회사를 성공적으로 엑시트 했을 때였습니다. 당시에 SK 그룹과 삼양사 그룹의 JV회사인 휴비스라고 하는 곳에 매각을 했는데, 경영권 분쟁 등 복잡한 상황들을 극복하고 우리사주 조합원들과 공동매각을 통해 양호한 수익을 거둔 기억이 있어요. 처음에는 기존 오너와 펀드간에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펀드매니저인 저를 신뢰하지 못하는 시절도 있었어요. 하지만 결국엔 임직원들이 펀드의 지속적인 가치경영과 투명한 경영철학을 믿어줬고 저는 결과로서 보답했죠. 그 때 그 보람과 기쁨은 정말 잊을 수 없죠.

 

3. JKL의 대표로서 어떤 가치를 고민하시는지, 대표님의 PE는 어떤 지점에서 사회와 자본시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보람되게 생각하는 것은 연기금, 공제회 등 공적 자금을 운용하면서 그 성과를 펀드 출자자, 더 넓게는 연기금과 공제회의 가입자인 국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점이죠. 

하지만 수익성 확보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PE가 추구하는 바가 투명하고 올바른 경영을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고 이는 곧 주주가치의 확대로 바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이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주주환원, ESG 경영과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의 GDP 성장률은 2% 정도인데 사모펀드들은 보통 IRR(내부수익률) 최소 8% 이상이어야 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고 시장에 명함을 내밀 수 있습니다. 실제로 JKL은 현재까지 펀드 청산기준으로 IRR 16% 이상을 달성하고 있죠.

그런데 이런 실적을 달성하려면 기존에 그 기업이 하던 방식으로 해서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GDP 성장률처럼 수익률도 2~3%에 그치겠죠. 높은 수익률은 과거를 부정하는 변화와 혁신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생산효율성 개선, 노사화합, 신성장전략, 투명경영 등이 이러한 변화와 혁신들이겠죠. 훌륭한 전문 경영인을 모시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 펀드 매니저들이 대상회사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이런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4. 크린토피아, 롯데손해보험 등 바이아웃을 위한 포트폴리오들을 다수 보유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업을 발굴하시는 특별한 기준과 방식이 있으신지, 기업가치 제고 전략은 어떻게 구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PEF 운용사들은 제각각 다 성향의 차이가 있어요. 물론, JKL도 JKL 만의 특징이 있죠. 

JKL은 기본적으로 구조적 성장이 가능한 산업을 타겟하고, 그런 산업 내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 위주로 투자를 합니다. 그리고 선정한 회사에 대해 고관여를 통해 가치증대를 꾀하고 있습니다. 

기업가치 제고 전략들에는 여러 유형들이 있죠. 대표적인 유형들을 보면, 우선 팬오션 투자사례와 같은 재무적 사업적 위기 극복을 통한 턴어라운드형이 있을 수 있고, 롯데손해보험처럼 장기보장성 보험 위주로의 보종변화를 시도하여 기업가치를 제고한 사업의 질적 전환형이 있습니다. 또한, 크린토피아의 경우처럼 B2B 영역인 의료 및 호텔 세탁시장 진출 등을 통한 신규시장개척형 기업가치 제고 사례도 있고,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인수 대상회사에 적용하는 생산성개선과 관리효율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전략이 있습니다. 이들 전략들은 대상회사가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동시에 여러가지 전략이 적용되기도 하고 기업의 성장단계별로 우선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수행되기도 합니다.

가끔 보면 아직도 드라마나 언론기사에 사모펀드를 ‘먹튀’로 표현하는 부정적인 내용들이 나옵니다. 근데 사실 사모펀드 업의 본질이 ‘먹튀’입니다. 반드시 먹고(수익을 내고) 튀어야(만기 전 회수해야) 합니다. 위의 전략들을 활용해 회사의 기업가치를 제고한 후 그 가치에 맞는 가격으로 투자수익을 내고 매각하면 그건 더 이상 ‘먹튀’가 아닐 겁니다. 그건 긍정적 의미의 ‘투자회수’라 불리울 겁니다.

 

5. PE 업계에서, 혹은 한국 자본시장에서 후배들과 함께 고민해야 할 주요 과제는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질적인 성장이겠죠. 양적인 성장은 쭉 해오고 있고, PE 업계는 정말 괜찮은 성적표를 내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업들의 지속 성장을 위한 질적인 체력을 갖추는 것 또한 중요하거든요. 

Digital 전환이라든가, ESG와 같은 변화는 기존 개인 오너들이 쉽게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질적인 체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짧지 않은 시간과 적지 않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PE 업계에 던져진 화두이자 숙제일 수 있죠. 고무적인 것은 최근에 많은 펀드 출자기관들이 ESG와 같은 질적 성장지표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펀드 운용사 선정시 평가기준으로 채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착한 기업에 대한 착한 투자’가 한국 자본시장에서 우리 후배 세대들과 함께 고민해야 할 아젠다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6. 지금 다시 학부생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경험들을 하고 싶으신가요?

어쩌다 회계사 시험 공부를 하게 되었고 회계사 합격과 동시에 회계법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회계사 장교로 군대가서 IMF를 맞이했고 제대 후 벤처붐을 타고 다양한 경험들을 했죠. 좋은 경험도 있었고 아픈 경험도 있었죠. 199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 한국 자본시장은 정말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고 뒤돌아보고 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2001년에 JKL를 창업하고 23년이 흘렀네요. 

그러다보니 해외 기업 근무라든가 해외 유학의 경험이 없어요. 만약 학부생으로 돌아간다면 20대와 30대 초반까지는 해외에서의 경험들을 좀 쌓을 것 같아요.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참여해 보고 외국 기업 인턴도 해보고…

 

7. 마지막으로, 금융 업계와 PE에 관심있는 경영대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윤석철 교수님의 경영학적 사고의 틀이라는 책이 있어요. 이 책에서 교수님이 ‘기업을 경영한다’라고 하는 것은 ‘시간과 공간과 인간을 경영하는 거다’라고 하시는데, 그 중에서 가장 난해하고 어려운 게 인간을 경영하는 거라고 해요. 기업경영이라고 것이 이렇게 인간이라고 하는 정말 난해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함께 뭔가를 만들어가고, 동일한 목표를 지향하면서 가는 과정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기업경영의 주체인 PE 펀드매니저는 종합예술 감독과 같이 다양한 능력이 필요합니다. PE 펀드매니저는 이부분에서 여타 VC 펀드매니저나 주식형 채권형 펀드매니저들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PE 펀드매니저에게 요구되는 분석력, 설득력, 판단력, 리더쉽 등 이렇게 다양한 능력을 모두 갖출 수 있는 그런 완벽한 인간이 있을 수 있을까요? 그건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는 팀원이 필요하고 그들과 호흡하는 팀워크가 매우 중요합니다. PE는 기업을 인수하고 경영에 직접 관여해야 하기 때문에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같은 PE 운용사내의 투자팀, 인수한 대상회사의 기존 임직원, 그리고 새로 구성되는 대상회사의 경영진들, 이 모든 구성원들과 함께 교감하면서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조율할 수 있는 겸손과 배려의 매력을 가져야만 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 서울대 경영학과 후배분들로부터 그런 인간적 매력을 뿜어내는 훌륭한 PEF 펀드매니저가 계속 배출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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