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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국제경영 신임교수 소개
전략/국제경영 신임교수 소개
1.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부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모교에 돌아오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좋습니다. 지난 11년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의 좋은 환경에서 연구하고 생활하였지만, 마음 한켠에는 모교에 대한 그리움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20대의 많은 시간을 보내며 치열하게 공부하고 즐겼던 관악 캠퍼스에서 계속해서 연구하고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기쁘고 감사한 부분입니다.
2. 전략 분야를 전공한 계기나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는 학부 시절 경제학을 전공했습니다. 기업을 둘러싼 시장 환경과 법률/제도에 관심이 많아 산업조직론, 공공경제학, 경제추격론 등의 과목을 좋아했고, 법경제학연구회(LES) 활동에도 적극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경제학이 수리 모델이나 계량 이론에 치우쳐 있다는 생각을 했었고(사실 일부 오해였습니다), 실제 데이터를 이용한 응용 계량 분석을 통해 기업의 기술 혁신을 연구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석사과정은 경영대학 전략/국제경영 전공으로 진학했고, 이후 박사과정은 경제학의 이론과 방법론을 기반으로 전략과 혁신 분야를 연구하는 UC 버클리의 Business and Public Policy 프로그램에서 이어갔습니다.
학술 연구 측면에서 경영 전략은 연구 주제의 현실 적합성과 연구 방법론의 엄밀함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 매력적인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일상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실제 기업들을 분석 대상으로 삼되, 마이크로데이터와 계량 방법론을 이용해 이들 기업의 행동과 전략을 엄밀하게 분석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전략 분야는 학부 과정에서 배우는 내용과 대학원에서 연구하는 내용 간의 간극이 특히 큰 편입니다. 학부에서는 개별 케이스 스터디를 통한 토론을 강조하지만, 대학원에서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과 관계를 추론하는 것이 강조됩니다. 우리 학생들이 학부 때부터 이러한 전략 연구를 접해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제 수업에서도 이를 조금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3. 가격담합, 경업금지, 비자, AI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 주제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와 앞으로의 연구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정책과 제도가 기업의 기술 혁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해 왔습니다. 가격 담합을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기업 간 근로자의 이직을 제한하는 경업금지 조항, 국가 간 근로자의 이동을 제한하는 장/단기 비자 정책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는 큰 틀에서 기업의 혁신 유인과 역량이 다양한 제도에 의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살펴본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가격 담합은 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여 기업에겐 초과 이윤을 가져다 주지만, 소비자의 후생을 저하시키고 사회적 사중손실(deadweight loss)을 초래합니다. 특히, 규격화된 제품의 대량생산이 이루어지는 산업에서 담합의 부작용이 크게 나타납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기술 혁신의 중요성이 날로 커져가고 있습니다. 슘페터가 주장했듯이, 기업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기술 혁신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려면 시장의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R&D에 투입할 재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는 지난 50년간 미국에서 적발된 모든 가격 담합 사례를 수집하여 담합 전/후 기업의 혁신 활동을 분석하였습니다. 그 결과, 빠르게 성장하고 기술 집약적인 산업에서는 가격 담합이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였습니다.
경업금지조항은 근로자에 대한 장기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최근 미국 연방정부는 이러한 경업금지조항을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하였으며, 제 논문이 이 과정에서 인용되어 미국 근로자와 기업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점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를 계기로 미국 연방거래위원장으로부터 감사 서신을 받은 것도 뜻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근로자와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알파고의 등장 이후 프로 바둑 기사들이 어떻게 학습하는지, 그 효과가 기사의 국적, 성별, 기력(능력)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 그리고 수백 년간 전해 내려오던 바둑의 정석이 AI로 인해 어떻게 재평가되고 변화하였는지 분석한 논문들이 곧 출판될 예정입니다. 또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흉부 X-ray 이미지를 분석하는 AI 기술이 환자 관리, 전문 진료과로의 협진 요청, 그리고 환자들의 증상 호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실제 병원 내부 데이터를 활용하여 분석한 논문도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앞으로도 기업, 제도, 그리고 기술 혁신이라는 세 축을 바탕으로 기업과 우리 사회에 함의를 제공하는 연구를 해나가고자 합니다.
4. 서울대학교에 다닐 때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신입생 시절, 지금은 재건축된 기숙사 구관에서 지내면서 8시 50분에 일어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수업은 사회대 16동에서 9시에 있었는데, 가방만 챙겨 들고 뛰어가 간신히 수업 시작 시간에 맞추어 들어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제가 서울대학교에 가장 고마운 점은 바로 제 아내를 만나게 해준 것입니다. 공강 시간을 이용해 학교 미술관에서 전시 관람을 핑계 삼아 데이트를 하곤 했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5. 경영대학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AI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주어진 지식을 이해하고 습득하는 능력이 중요하게 여겨졌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능력이 더 이상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사회의 중심에서 활약하게 될 때에는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평가하고 진위를 판별할 수 있는 전문성, 이를 바탕으로 원활하게 소통하고 설득할 수 있는 사회성, 나아가 갈등을 조율하고 팀을 이끄는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준비와 대응에 따라 큰 도전이 될 수도, 큰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경영대학이 제공하는 다양한 토론 중심 수업과 팀 프로젝트를 적극 활용하여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키워 나가시길 바랍니다.
또한, 핵심 역량을 갖추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진로를 탐색하는 일입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자신의 강점과 적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의 틀을 넘어 전략적으로 진로를 설정하시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성장과 경영대학의 발전을 위해 저 역시 치열하게 연구하고 고민하며 그 여정을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1. 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부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지금까지 어떤 커리어를 걸어오셨나요?
저는 KAIST에서 물리학 학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후, Santa Fe Institute, Oxford University, MIT Media Lab, Harvard Kennedy School 등 다양한 기관에서 학제 간 연구를 했습니다. 서울대학교에 부임하기 전에는 Northwestern University 교수로 재직하며 복잡계 및 계산사회학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담당했습니다. 이제 이곳에서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기여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고 설렙니다.
2. 물리학을 전공하셨는데, 전략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전략은 가장 물리학적으로 접근하는 사회과학이라고 생각해요. 어린 시절부터 과학을 좋아해서 과학고에 진학했고, 특히 물리학에 매료되었는데, 그 이유가 물리학은 수학적 엄밀성을 추구하면서도 현실과 맞지 않으면 수학이론을 과감히 수정한다는 점이 충격적이며 동시에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관심은 통계물리학, 그 중에서도 복잡계와 네트워크 과학으로 이어졌습니다. 통계물리학은 공기나 물의 부피, 압력, 흐름과 같은 거시적 현상을 원자나 분자와 같은 미시적 입자들의 동적 상호작용으로 설명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론을 정립합니다. 이런 접근법으로 네트워크의 구조와 복잡한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있었고, 이는 KAIST 물리학과에서 시작해 노스웨스턴 켈로그 경영대학까지의 여정을 연결할 수 있는 연구 철학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도전 과제를 만났습니다. 물리학적 시스템의 입자들과 달리, 인간 사회에는 '전략'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 곳 서울대학교에서 어떻게 이 정보적 간극을 데이터와 이론으로 메울지를 연구하고 싶습니다.
우선 방대한 데이터에서 발견한 통계적 규칙과 보편적 구조를 바탕으로 기저 변화를 이해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제 연구들의 결과를 종합해 조직 변화의 근본 이론과 모델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개별 구성원의 전략적 선택지를 확률적 구조로서 분석할 수 있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런 전략적 의사결정이 조직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사회와 조직의 구조로 인해 개인들의 전략적 선택지가 확률적으로 주어지고, 반대로 개인의 의사결정과 행동이 어떻게 조직 전체의 패턴과 성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모델을 세울 수 있겠죠. 이러한 연구를 통해 조직과 사회가 직면한 도전 과제들에 대한 전략적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서울대에서의 제 목표입니다.
3. 수학, 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분야와 학제간 연구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의 주된 연구 분야와 앞으로의 연구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는 다양한 사회현상을 거시와 미시세계의 상호작용으로 연구합니다. 이런 연구는 현상을 수학적이며 계산적인 구조화를 시켜야 합니다. 즉, 정성적인 현상을 정량적으로 변환해야 하죠. 그러다 보니 다양한 학제 협력이 필요합니다. 이 때 사용하는 수학적 툴은 네트워크 이론과 스케일 이론(scale theory)입니다. 최근에는 여기에 머신러닝과 AI를 접목해 사회 조직의 다양한 현상을 설명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시는 거시적으로는 하나의 큰 구조처럼 보이지만, 미시적으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루는 네트워크의 집합체입니다. 서울을 포함한 모든 도시를 물자 이동 인프라와 도로망이라는 미시적 데이터로 전환해보면, 도시 확장을 미시세계와 거시세계의 상호작용 결과로 모델링할 수 있죠. 이때 네트워크와 스케일 이론이 아주 유용해집니다. 이는 각 분야를 개별적으로 연구하는 도시과학, 경제학, 사회학의 전통적 접근법과는 다르며, 아마 여러분이 교과서에 배운 방법과는 다르게 이질적이라고 느끼실 것입니다만, 복잡계와 계산사회학에서 주목받는 통합적 방법론입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접근법을 전략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한 분야인, 혁신 연구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기술적 흐름도 결국 미시적 차원에서 개별 사람과 아이디어의 조합과 관계를 통해 나타나며, 이를 모델링하고 머신러닝과 AI로 미래의 새로운 조합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사회적 규범, 미신, 집단지성 연구에도 적용이 가능하답니다. 최근에는 이런 예측 모델들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문득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게 만드는 혁신을 예측한다는 것의 의미'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수학자, 컴퓨터 공학자들과 함께 확률적 예측을 공간적 개념으로 해석하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데이터에서 보이는 규칙과 예측, 그리고 가능성 또는 확률의 변화를 공간적 개념으로 이해하려고 하죠. 이는 최근 주목받는 LLM 알고리즘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새로운 분야를 탐구하고 새로운 통찰을 발견하는 것은 마치 복잡한 퍼즐을 푸는 것 같아 설레며 즐겁습니다. 물리학적, 수학적, 전산적 도구들을 활용해 도시, 조직, 혁신, 창의성, 성공, 미신, 언어 인식 등 다양한 사회현상의 규칙과 범용적 의미를 발견할 때면 마치 마지막 피스가 맞는 것과 같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즐거움을 느끼지요. 물론 모든 시도가 성공적이지는 않습니다. 인간과 사회는 물리 시스템과 달리 너무나 복잡해서,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시스템을 복잡계라 부릅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도전적인 시도들이 우리 사회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고 믿습니다.
4.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오랜 해외 생활을 마치고, 서울대에 자리잡게 된 것은, 제 학문적 여정에서 큰 도전이자 새로운 기회라 여깁니다.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연구결과가 보여주듯, 제가 가진 독특한 배경지식과 방법론이 이곳의 훌륭한 분들과 만나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설렙니다. 그만큼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뛰어난 분들과 협력하여 기존 경영학을 넘어서는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하고, 학문 간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시도를 함께 해보고 싶습니다.
최근 데이터, 플랫폼, 머신러닝, AI 등 다양한 기술들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리의 삶과 사회가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에 발맞추어 필요한 지식과 사고방식도 새롭게 요구되고 있고, 제 분야인 계산사회학 (computational social science)가 바로 그 중심이 서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러한 변화를 연구와 교육에 잘 반영하여, 경영학이 시대에 맞춰 진화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습니다.
5. 경영대학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지적 호기심을 진심으로 즐기시기를 권합니다. 이는 파괴적 혁신의 기술들이 위협으로 다가올 때 이를 긍정적인 도전으로 받아들여 자신만의 성공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게 합니다. 학창시절에서만 누릴 수 있는 다시 한번 없을 소중한 특권을 충분히 그리고 마음껏 누리 시길 바랍니다.
지금 우리는 전례 없는 변화의 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사회 현상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컴퓨팅 파워는 무어의 법칙을 따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는 더 많은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이는 다시 더 정교한 알고리즘과 높은 컴퓨팅 역량을 요구합니다. 그 결과로 머신러닝과 AI를 비롯한 알고리즘들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합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여러분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현실에 대한 정밀한 관찰과 미래 예측이 가능해졌고, 이제는 다양한 데이터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복잡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조직 경영 방식이 등장하고 있으며, 사회학과 경영학 분야에 계산사회학과 같은 혁신적인 접근법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런 변화의 시기에 경영학을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시기가 경영학의 지평을 넓히고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며 동시에 우리에게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끊임없이 생성되는 데이터 속에서 의미 있는 규칙을 발견하여,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사고방식과 분석 기법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에서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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