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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 PwC 대표 윤훈수가 말하는 38년의 커리어와 미래

삼일 PwC 대표 윤훈수가 말하는 38년의 커리어와 미래

글 : 학생홍보대사 7기 손환이

 

Q1. 안녕하세요, 대표님. 인터뷰를 위해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 질문은 학부 시절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83학번으로 경영대에 입학하셨을 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쉽게도 딱히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없습니다. 당시는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로, 혼돈과 불확실성, 불안이 가득한 시대였습니다. 학문이나 미래에 대해 차분히 고민할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어요. 지금 학생들과 비교하면 환경 자체가 많이 달랐습니다. 지금 여러분처럼 좋은 에피소드도 만들고, 그런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Q2. 회계사의 길이 다소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고 하셨는데, 그 우연이 38년의 커리어로 이어진 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시나요?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 들어보셨죠? 심지어 '운칠복삼'이라고도 하는데, 저는 그 말을 깊이 믿습니다. 물론 역량과 노력이 있어야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결국 많은 부분은 운입니다.

 

시험을 보게 된 계기도 별것 아니었고, 어쩌다 합격해서 삼일회계법인에 오게 됐습니다. 중간에 엉덩이가 들썩였던 적도 있었어요. 90년대에는 제2금융권 연봉이 굉장히 높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직에 게을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게으름이 반드시 좋은 덕목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저에게 다시 운으로 작용했습니다. 전략을 치밀하게 세웠던 것이 아니라, 그냥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Q3. 대표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실패나 좌절의 순간은 없었나요?

 

젊은 시절에는 욕심이 컸습니다. 내가 한 일은 반드시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전임자의 보고서 형식을 그대로 쓰면 될 것을 굳이 워딩부터 구조까지 다 바꾸고, 해외 유사 기업의 공시까지 찾아보며 밤을 새웠습니다. 반덤핑 대응, 해외 기업 실사, 뉴욕 증시 상장 업무 등 타임 센시티브한 업무들을 하며 그야말로 몸을 갈아 넣었죠.

 

그 결과 젊은 나이에 고혈압이 생겼고, 지금도 평생 약을 먹고 있습니다. 이것이 저에게는 분명한 실패입니다. 더 스마트하게 건강을 챙기고 가정생활도 균형 있게 유지하면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한번 잃은 건강과 개인적인 삶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후배들에게는 꼭 그 균형을 스스로 챙기시길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또 하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조직 내 정치에 완전히 꽝입니다. 기존 기득권이나 위계 질서를 잘 인정하지 않고, 업무 배분도 실력 기준으로만 바꾸려 하다 보니 적이 많았고 욕도 많이 먹었어요. 그럼에도 삼일이 위대한 조직인 이유는, 그런 사람도 열심히 하고 조직을 위해 일한다면 결국 인정받을 수 있는 문화가 있다는 점입니다.

 

Q4. 수천 명의 전문가가 모인 거대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PwC 글로벌 리더십 미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수탁 책임자'입니다. 조직의 수장은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파트너십 전체를 위한 수탁 책임자여야 한다는 것이죠. 저는 그 말이 확실히 와닿았고, 그렇게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을 보면 의사결정 이면에 개인적 이익이나 선호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저는 그런 부분에 다소 둔감한 편이라, 그냥 "우리 조직에 최선이 무엇인가"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일부가 싫어하는 결정도 내려야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산업 전문화입니다. 미국에서 5년을 일하며 도메인 전문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직접 실감했기에, 귀국 후 줄곧 산업 전문화를 추진했습니다. 반대 논리도 많았고 노이즈도 컸지만 밀어붙였습니다. AI와 디지털 전환도 마찬가지였어요. 파트너들을 모아 공부시키면 "쓸데없는 짓 한다"는 말이 쏟아졌지만, 그것이 미래라 확신했기에 멈추지 않았습니다.

 

조직의 수장을 선택할 때는 반드시 물어야 합니다. "저 사람이 수탁 책임자로서 적임자인가?" 인기 있고 덕담 잘 하는 사람이 결국 개인 이익만 챙기다 가면 조직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리더는 반드시 미래를 보는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화혁명에 이은 몇백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대전환기입니다. 이런 시기에 현상 유지에만 급급하면 조직은 그대로 주저앉습니다. 미래에 대한 안목은 공부에서 나옵니다. 고객과 골프만 치는 것으로는 안 됩니다. 경제, 자본시장, 지정학, AI가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끊임없이 공부하고 미리 자원을 투입해야 합니다.

 

Q5. 수평적 조직 문화를 강조하셨는데, 위계적인 회계법인 문화에서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문화와 관습은 한 세대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어요. 재임 내내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여전히 미진합니다. 다음 CEO가 지속적으로 집중해 줘야 서서히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변화가 필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세상이 이렇게 복잡해진 시대에, 혼자 모든 것을 알고 결정하는 조직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회계감사, 세무, M&A 컨설팅 등 수많은 영역의 리더와 현장 파트너들의 의견이 위아래로 자유롭게 유통되어야 합니다. 저 자신도 회의가 끝나면 "내가 너무 많이 얘기하지 않았나" 하고 반성하곤 합니다.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그 방향이 옳다는 확신은 변하지 않습니다.

 

Q6. 재임 기간 중 매출 1조 원 돌파 등 큰 성과를 이루셨는데, 그 중 가장 결정적인 요인을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먼저 제도의 덕을 크게 봤습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 이후 외부감사인 주기적 지정제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업계 전체가 고속 성장했고, 저희도 그 흐름을 탔습니다.

 

다만 타 법인 대비 조금 더 앞설 수 있었던 것은 인재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일이 오랫동안 1위 법인이다 보니 우수한 인재들이 자연스럽게 모였고, 그것이 서비스 품질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탠 것이 있습니다. 성장으로 이익이 늘었을 때, 파트너 몫을 늘리는 대신 실무 스태프들의 처우를 경쟁사 대비 확실히 높였습니다. 그것이 인재를 유지하고 끌어들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물론 지금은 다른 업계에서도 고액 보상이 많아졌기 때문에 새로운 고민이 생겼습니다만, 그 방향 자체는 여전히 옳다고 생각합니다.

 

Q7. AI가 회계·감사 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회계사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가치는 무엇일까요?

 

단순한 회계·세무 지식은 이미 AI가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집중해야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도메인 전문성입니다. 예를 들어 바이오 분야를 오래 담당하다 보면 그 업의 특성, 프로세스, 규제 구조 등이 자연스럽게 쌓입니다. AI는 아직 그런 깊이 있는 도메인 지식에서 한계를 보입니다.

 

둘째는 종합적 판단력과 책임입니다. 다양한 변수를 통합해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역량, 그리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영역입니다. AI가 Super Intelligence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 이 두 가지에서 인간의 가치는 충분히 있습니다.

 

Q8. 불확실성이 커지는 글로벌 경제 속에서, 기업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요?

 

사람입니다. AI 시대라고 해도 결국 AI를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는 것도 사람입니다.

 

우리나라가 노벨 과학상과 무관하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역량을 갖춘 이유가 무엇일까요?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똑똑하고, 더 책임감 있고, 더 주도적으로 일하기 때문입니다. 해외 여행을 해보면 확실히 느낍니다.

 

좋은 사람을 뽑아 육성하고, 최고의 처우를 해주는 것. 그리고 최고 경영자가 "저 산이다"라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그 방향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 이 두 가지가 결합될 때 진짜 성과가 나옵니다.


Q9. 새롭게 출범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동창회의 초대 회장으로 추대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초대 회장으로서의 소감과 

앞으로 동창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고 싶으신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과분한 직책을 맡아 영광이고 깊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이런저런 인맥이 계기가 되어 성공하는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서울대 졸업생들의 경우 
타 대학 출신에 비해 동문 인맥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경영대 동창회가 이제 막 출범하는 단계이니, 동문들 간의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는데 전념할까 합니다.


선배들이 후배들의 career coach가 되고 삶의 경험을 공유하는 장이 되는 동시에, 같은 업에 종사하는 동문들끼리 
정보를 주고 

받고 서로 돕는 동문회를 만드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입니다.

 

Q10. 마지막으로 경영대 후배들에게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Boys be ambitious.”

 

대학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저는 기업, 산업, 자본시장, 지정학에 대한 공부에 훨씬 더 많이 투자할 것입니다. 미국이 이란과 갈등을 빚을 때 왜 유가가 오르는지, AI 자율주행이 완성되면 자동차 보험업과 도심 주차장은 어떻게 바뀔지, 기후 변화로 어느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올라갈지—이런 세상의 원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역량, 이것이 성공의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꼭 직접 투자해 보시기 바랍니다. 작은 돈이라도 스스로 리서치 해서 투자하고, 그 결과를 지켜보세요. 책으로 읽는 것과 직접 체험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콘텐츠는 검증된 것을 골라야 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믿을 수 있는 팟캐스트와 유튜브 채널—이런 양질의 콘텐츠로 지적 호기심을 채워나가세요.

 

지금 20대 초반부터 그렇게 하면, 40~50대가 되었을 때 어마어마한 괴물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사회에 선하게 작용하는 괴물로요. 저는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확신을 가지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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