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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교수칼럼

다름과 갈등을 아우르는 소통, 존중, 그리고 공감

다름과 갈등을 아우르는 소통, 존중, 그리고 공감

 

지난 봄학기 동안 캠퍼스는 꽃이 가득했다. 매화, 개나리, 진달래, 철쭉, 벚꽃, 이팝나무, 이름 모를 귀여운 들풀, 최근에는 장미까지! 벚꽃나무 밑을 산책하고, 장미꽃을 보며 더위를 식히고. 많은 대학 캠퍼스를 다녀봤지만, 내가 근무하는 서울대만큼 훌륭한 캠퍼스는 드문 것 같다. 연구실에서 관악산을 보고, 자연을 보며 동료 교수님들과 또는 연구실 대학원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연구와 강의 준비로 쌓인 스트레스가 어느덧 사라지고는 한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는 캠퍼스를 거닐면서 마음 한켠으로 허전함과 안타까움이 자리 잡고는 한다. 봄이면 신입생들과 학부생들이 가득했던 캠퍼스가 지금은 코로나로 한산하다. 학생식당에 가도 거의 줄을 서지 않아도 식사를 할 수 있다. 물론 투명 칸막이 때문에 답답하기는 하지만. 대학은 학생들로 젊은 세대로 가득 차 있어야 생기가 있고, 살아 움직이는 기운을 느낄 수 있는데, 휑하니 비어있는 캠퍼스와 강의실을 보면서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캠퍼스를 마음 놓고 즐기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학생들의 빈자리를 느끼면서, 내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고는 한다.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는가? 지금 젊은 세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살까? 나도 이제 기성세대구나.’라는 생각이 새삼 들기 시작했다. 한때, 우리나라 민주화를 이끌고 변화를 이끈 주역들이었던 우리 세대가 이제는 기성세대가 되어 있었다. 사회정의를 이야기하고 불의를 보고 참지 못했던 젊은 혈기가 있었다. 지금 MZ세대도 우리가 그랬듯이 공정을 이야기하고 불의를 바로 잡고자 다양한 경로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간이 지나고 세상이 변화하면서, 사회에서 변화가 생기고, 시대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있는 듯하다. 산업화가 최우선 가치였던 시기가 있었고, 민주화가 시대정신이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무엇일까?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중심에는 젊은 세대들의 생각과 가치관이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뜻밖에도 기성세대가 젊을 때 했던 주장이 지금 2030세대가 하는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젊은 세대를 이야기하면서, 끈기가 부족하고, 헝그리정신이 부족하고, 열정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야기다. 내가 학부와 대학원을 다닐 때 우리 윗세대가 우리세대에게 했던 이야기다. 저녁 9시 종합 뉴스에서 우리 세대를 이야기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이 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기성세대가 젊을 때 윗세대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지금 우리가 젊은 세대에게 하고 있다.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어쩌면 우리가 우리의 과거를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몇 년 동안 우리사회에서 많이 회자되었던 단어들이 있다. 소확행. 소통. 공정. 세대갈등. 가치관의 충돌. 특히 젊은 세대를 이야기할 때 많이 쓰는 단어들이다. 이 단어들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메시지가 과연 무엇일까? 그 안에 MZ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있을 것이다.

아는 분 자녀가 작은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본인이 직접 요리를 하면서. 번듯하게 잘 다니고 미래가 보장되어 있던 유수 대학을 그만두고 단지 요리를 좋아해서!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 아무리 멀고 비용이 들어도 찾아가는 MZ세대. 왜 그럴까? 하고 싶어서! 하긴, 우리도 학창 시절에 4호선 따라 맛집 기행을 하고는 했다.

수업시간에 토론을 하면 상당히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학기말에 프로젝트를 발표할 때는 정말 놀라운 정도로 준비가 되어 있다. 내가 대학생일 때는 수업시간은 조용했다. 발표는 너무나도 부담스러워 서로 미루고는 했다. 하지만, 지금 학생들은 훨씬 더 적극적으로 토론과 발표에 임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주위 사람들과 대화하기를 원한다. 바로 소통을 원한다.

얼마 전 A사가 성과급으로 몸살을 겪은 적이 있다. 꽤 큰 금액을 성과급으로 받았는데도, 구성원들의 불만이 이어졌고, A사는 성과급을 결정방식을 변경하게 되었다. 반면, B사 구성원들은 A사보다 훨씬 적은 금액의 성과급을 받았음에도 큰 불협화음이 없었다고 한다. 그 차이가 무엇이었을까? B사의 최고경영층은 구성원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공감하고 구성원들을 존중했다고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공정성이란 무엇인가? 과연 금전적 액수만을 가지고 공정성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A사는 왜 절차를 바꾸었을까? B사는 액수가 적었는데도 불협화음이 없었을까? A사에는 없었지만 B사에는 있었던 것이 무엇일까? 리더들의 소통, 공감, 그리고 구성원에 대한 존중이었다. 

세대간 갈등. 가치관의 충돌. 너무나도 많이 들어서 이제는 새롭지도 않은 단어들이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이슈이다. 하지만, 갈등을 과연 없앨 수 있을까? 아마도 불가능일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혹시 서로에 대한 오해로 갈등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MZ세대에 꿈이 없고 열정이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금전적 보상으로 동기부여를 시키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이다 보니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번듯한 직장을 다니다가 과감하게 퇴사를 하고 돈 한 푼 받지 못하면서 석사과정 박사과정에 진학한 대학원생들은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열정을 갖게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MZ세대는 자신들이 의미를 부여하는 일에 열정을 바치고 있다. 우리도 그랬다.

2030세대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한다. 자신의 개성을 갖고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어 한다. 요리가 좋아해서 유수 대학을 자퇴하고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처럼.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도 그 당시에 그렇게 살았다. 단지, 우리가 2030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할 뿐. 

리더로서 기성세대는 2030을 이해할 의무가 있다. 2030세대가 기성세대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개성을 존중해 주고,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우리가 원하는 일을 스스로 찾아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라고! 그리고 그 출발점은 2030을 이해하려는 기성세대의 노력이고 그 밑바탕에는 2030에 대한 존중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하고 서로의 다름뿐만 아니라 공통점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MZ세대가 사회에 맞추어야 되지, 왜 우리가 그들에게 맞추어야 하는가 하고 반문을 하는 분들이 있다. 사회는 발전해야 하고, 그 발전을 이룰 주체는 젊은 세대이다. 우리는 젊은 세대의 부모로, 삼촌으로, 이모로, 고모로 젊은 세대가 자신들이 생각과 이상을 실현하고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부모세대가 우리 세대에게 했던 것처럼. 그리고 우리는 리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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